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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GM과 산업은행은 뭘 합의한 걸까
2010년 12월, GM과 산업은행은 뭘 합의한 걸까
  • 오민규 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 승인 2018.04.2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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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장기발전전망 협약’ 아직도 비공개
막대한 파생상품 손실로 2009년 GM대우 급격한 유동성 위기 발생
산업은행 우선주 상환 위해 GM본사에서 1조 5천억원을 연이율 5.3%로 차입

“만일의 경우에 GM이 GM대우를 떠나더라도 GM이 여기에 기술적 기반도 갖고 있고 생산시설도 여기에 있으니까 GM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만들어 놓자는 게 CSA(비용분담협정) 개정의 목표입니다. … 저희도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상당히 만족합니다.”

2010년 12월 8일, 당시 산업은행 김영기 수석부행장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호언장담 했던 얘기이다. GM 본사와 지리한 협상 끝에 이제 막 ‘GM대우 장기발전전망 협약’을 체결한 직후 시점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협약이 체결된 직후부터 GM대우의 전망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당시 협약에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겼던 걸까. GM 측은 물론이고 산업은행조차 그 내용을 극비에 붙이고 있으며, GM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기 협약(Long-term Commitment) 직후 오히려 망가지는 전망

협약이 체결된 지 한 달 만인 2011년 1월 20일, GM대우는 전격적으로 회사 이름을 ‘한국GM’으로 바꿔버린다. 그뿐이 아니다. 대우차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을 고려해 사용해오던 ‘GM대우’라는 브랜드도 없애버리고 대신 ‘쉐보레(Chevrolet)’ 브랜드를 도입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라세티는 ‘크루즈(Cruze)’로, 젠트라는 ‘아베오(Aveo)’로, 마티즈는 ‘스파크(Spark)’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시말해 GM은 한국에서 ‘대우’라는 이름, 그리고 한국적 특성을 완전히 지우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GM이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게 아닐까, 혹은 ‘쉐보레’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도입해 한국GM을 세계로 뻗어가도록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장밋빛 환상이 퍼지기도 했다. 하긴, 불과 한 달 전에 ‘장기발전전망’을 합의했는데 설마 큰일이야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만도 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

연 도

생산량(대)

2007년

942,805

2008년

813,023

2009년

532,191

2010년

744,096

2011년

810,854

2012년

785,757

2013년

782,721

2014년

629,230

2015년

614,808

2016년

579,745

2017년

519,385

이름을 ‘한국GM’으로 바꾼 뒤 생산량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간하는 ‘자동차 통계월보’에 공시된 수치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9~2010년을 제외하면 2011년까지 80~90만 대를 유지하다가, 2012년부터 급감하여 작년엔 50만 대 수준까지 추락하게 된다. (오른쪽 표 참조)

생산량이 줄어드는 과정 모두 GM 본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2012년 12월에는 갑자기 차세대 크루즈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온다. 2013년 12월 쉐보레 유럽 철수, 2015년 쉐보레 러시아 철수를 선언하면서 생산량이 20만 대 이상 줄어들게 된다.

차세대 크루즈를 다시 군산공장으로 가져오긴 했으나, GM 본사는 이미 멕시코·아르헨티나·중국·미국 등에서 크루즈 현지생산을 결정한 상태였다.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크루즈는 내수 물량을 제외하면 극히 제한된 수출시장에만 나갈 수 있었다.

작년엔 유럽 자회사인 오펠(OPEL)을 매각하며 그나마 오펠 브랜드로 수출하던 유럽 물량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북미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형차가 이제는 찬밥 신세가 되어 스파크 수출 물량도 급감했다. 이제 북미에서는 픽업트럭과 SUV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GM의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인 쉐보레의 로고. 출처=위키백과
GM의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인 쉐보레의 로고. 출처=위키백과

데자뷰? 숨 가쁘게 진행된 2009~2010년 협상

다시 2010년 장기발전전망 협약으로 돌아가보자. 우선 이 협약이 체결된 배경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결국 GM과 크라이슬러는 2009년에 파산보호(한국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황은 한국 자회사인 GM대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GM대우는 2008년에만 파생상품 거래 및 평가에서 무려 2조 3천억의 손실을 입게 된다. 아니, 글로벌 GM의 소형차 전진기지인 GM대우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파생금융상품에 막대한 돈을 들여왔단 말인가? 모기업인 GM 본사의 손실을 한국에 이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GM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막대한 파생상품 손실로 2009년에 GM대우는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장부상으로는 견실한 기업이었으나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이 부족해진 것이다. GM은 이명박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는 쌍용차 사태로 전국이 들썩들썩 하던 상황이었다.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의혹도 깊어지는 상황이라 한국 정부가 무작정 지원에 나설 순 없었다.

그해 9월, GM 측은 유상증자 및 신차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 등을 제안했으나 산업은행은 이를 거부했다. GM이 향후 5년간 생산물량 보장, 유상증자 규모 확대 등 자구책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 2018년 상황이 아니라 2009년 상황이다.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10월에 산업은행은 만기가 도래한 1천억의 대출금을 GM으로부터 회수한다. 그러자 GM은 단독으로 유상증자에 나선다. 4,912억의 현금을 투입해 유상증자를 벌인 결과, GM대우의 유동성은 숨통이 트이게 된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28%에서 17%로 줄어들어, 그때까지 보유하고 있던 비토(veto)권을 상실하게 된다. 아, 이것도 데자뷰(déjà vu)인가?

비토권을 상실한 산업은행은 그때부터 GM 본사와 협상을 벌이게 된다. 산업은행은 △GM대우가 개발한 차종의 연구·개발(R&D) 기술 공동소유 △소수주주권(비토권) 회복 △장기생산물량 보장 △공동 CFO 파견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1년 넘는 줄다리기 협상 끝에 2010년 12월, ‘GM대우 장기발전전망 기본 합의서’가 체결된 것이다.

GM이 끝까지 거부한 2가지 요구

결론부터 얘기하면 산업은행의 요구 4가지 중 GM은 2가지는 수용, 나머지 2가지는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사실상 거부된 2가지 요구에 대해서도 애초 요구에 준하는 보장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표로 나타내보았다.

연구·개발 기술 공동소유

GM대우가 공동으로 개발한 차종에 대해,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더라도 일정기간(7년) 동안 생산·판매·수출 가능하도록 함.

소수주주권(비토권) 회복

소수주주권 보유를 위한 지분율 기준을 25%에서 15%로 낮춤. 소수주주권도 회복되었고 사외이사 3명 추천권도 그대로 유지함.

장기생산물량 보장

산업은행이 보유한 우선주는 GM대우가 상환하도록 하며, 상환능력이 부족할 경우 GM 본사가 지급을 보증하기로 함.

공동 CFO(최고재무책임자) 파견

산업은행이 GM대우에 파견한 감사 외에 추가 인력 파견 가능. 감사 내규를 제정키로 함.

R&D 기술 공동 소유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GM이 한국을 떠나더라도 해당 기술을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성과라 할 수 있다. GM의 단독 유상증자로 사라진 소수주주권을 회복한 것도 의미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GM 측은 장기 생산물량 보장과 공동 CFO 파견 요구는 절대로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였다.

대신 산업은행이 보유한 우선주를 GM대우가 상환하도록 했다. 2002년 GM의 대우차 인수 당시 발행된 우선주는 2010년 약 1조 5천억 상당이었다. 2013~2017년까지 5년 동안 상환하도록 했으니, 단순 셈법을 해보면 GM대우가 매년 3천억씩 갚아나가면 된다.

산업은행은 이를 놓고 GM대우가 매년 수천억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도록 유도한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GM 측이 한국에 장기간 생산물량을 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M대우가 상환하기 어려울 경우 GM 본사가 지급을 보증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고 말이다.

엄청난 의혹을 낳은 파생상품 손실 등 GM대우의 재무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목적으로 요구했던 공동 CFO 파견의 경우, 산업은행이 파견한 감사의 실질적 역량강화를 위한 스태프 지원과 감사 내규 제정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12월 8일, 산업은행이 기자회견과 각종 인터뷰를 통해 구두로 얘기한 것일 뿐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GM도 산업은행도 합의서를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쨌건 기자회견에 나선 산업은행 김영기 부행장은 단호하게 얘기했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더라도 GM대우가 독자생존 가능하도록 협약을 체결했다”고 말이다.

우선주 조기 상환부터 시작된 회계 망측

앞서 밝힌 것처럼 문제의 2010년 협약 직후, GM은 ‘대우’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다. 본사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생산량을 줄여왔다. 2012년에는 갑자기 1조 5천억에 달하는 우선주를 조기에 상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온다. 산업은행은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어서 이에 동의해준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이때부터 엄청난 일들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GM은 본사가 아니라 한국GM이 우선주 상환을 하도록 한다는 합의 내용을 교묘하게 활용했다. 당장 한국GM이 현금을 갖고 있지 않으니, 이를 GM 본사가 빌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2012년 12월에 7,220억, 2013년 4월에는 9,880억을 본사로부터 빌려서 1조 5천억 우선주 상환에 사용한다. (바로 이 돈이 올해 한국GM이 본사에 갚아야 할 차입금이다. 2월말 7,220억, 4월초 9,880억!)

한국GM은 저 현금을 만져볼 시간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본사에서 받아서 곧바로 산업은행에 지급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억울하게도 한국GM 회계장부에는 막대한 차입금이 기록되었다. 본사는 이 차입금에 무려 5.3%의 금리를 적용했으며, 2013년부터 매년 1천억 이상의 이자를 현금으로 따박따박 챙겨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고금리대출’의 씨앗이었다.

연 도

매출원가율

영업이익(손실)

2006년

87.86%

3,356억

2007년

87.45%

4,751억

2008년

89.22%

2,903억

2009년

90.22%

1,551억

2010년

90.67%

756억

2011년

90.92%

1,137억

2012년

94.71%

- 3,403억

2013년

86.70%

1조 864억

2014년

91.93%

- 1,486억

2015년

96.55%

- 5,944억

2016년

93.15%

- 5,312억

그뿐이 아니다. 장기발전 협약 이후부터 한국GM 재무제표도 망가지기 시작한다. 우선 2011년까지 90%를 넘지 않던 매출원가율이 2012년부터 엄청나게 상승한다. (2013년은 미리 비용으로 인식한 통상임금 소송효과를 환입하다보니 원가율이 낮아진 것.)

영업이익(손실) 항목을 보아도 2011년까지는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했으나, 2012년부터 적자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2017년 역시 6천억 이상의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엄청난 이익을 낸 것 역시 통상임금 관련 7,890억을 환입했기 때문.)

동종사인 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의 매출원가율은 평균 80%를 기록했으나 유독 한국GM의 원가율만 90%대를 기록한 점은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를 삼았으나 GM은 아무런 근거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매년 6천억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동종사와 비교해도 너무 과하다. 최근에 한국GM이 신차를 개발했다는 발표도 들어본 바 없는데 말이다.

생산물량 보장책이 고리대금업으로 변질?

우선주를 GM대우가 상환하도록 협약에 명시함으로써, 매년 수천억의 영업이익을 내도록 유도하고, 그럼으로써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보장할 것이다? 그것은 산업은행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GM은 GM대우가 상환한다는 합의를 완벽하게 악용해 1조 5천억의 막대한 차입금을 한국GM에 떠넘겼고 덤으로 이자수입까지 짭짤하게 챙겼다.

그렇다면 이걸 산업은행이 몰랐을까? GM이 우선주를 조기에 상환하겠다고 했을 때, 한국GM에 현금이 없다는 사실은 산업은행도 잘 알고 있던 사실 아닌가. 결국 어디에선가 거액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말이다. 2010년 합의에 따라 산업은행이 파견한 감사, 스태프가 일을 제대로 했다면 본사에서 고금리로 차입해왔다는 점도 즉각 파악했을 것이다.

산업은행과 GM은 2010년 12월에 장기발전 협약과 함께 비용분담협정(Cost Share Agreement, CSA)을 개정한 바 있다. CSA 내용은 크게 2가지로 이뤄져 있는데 하나는 라이센스와 관련한 내용이며, 나머지 하나는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Cost)을 본사와 자회사(한국GM)가 어떻게 분담(Share)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GM이 철수하더라도 공동으로 개발한 차종에 대해 일정기간 생산·수출을 보장하는 등 라이센스 관련 내용은 산업은행이 일부 얘기했다. 하지만 실제 라이센스가 어디로 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GM이 공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라이센스는 본사가 독점 소유하되 이를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일 것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 즉 연구·개발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내용도 밝히지 않고 있다. CSA 개정 협상을 했으니 과도한 연구·개발비 지출의 이유와 근거, 실태에 대해 산업은행도 충분히 들여다봤을 텐데 말이다. 혹시 라이센스 문제를 따오느라 연구·개발비 과다지출에 눈 감은 것은 아닐까?

2010년에 GM과 협상을 하면서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는 실제 벼랑 끝 전술까지 구사했다. 당시 산업은행 등은 한국GM에 1조 1천억의 여신을 갖고 있었는데 2010년 5월에 만기가 도래했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만기를 연장했겠지만, 산업은행은 이때부터 만기를 한 달씩만 연장해준다. 한 달마다 피가 마르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만일 GM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출금 1조 1천억 전액을 회수해 법정관리 및 경영권 회수 후 독자생존의 길을 추진하겠다며 GM 측을 압박했다. (지금 GM 본사가 한국GM의 차입금을 한 달씩 연장해주며 정부와 노조를 압박하고 있지 않은가. GM은 2010년에 자신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복수하고 있다.)

도대체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여러 해에 걸친 계획이기 때문에 해마다 저희들이 리뷰(review)를 해서 계획 이행에 문제가 있다면 GM과 저희가 협의를 해서 점검을 하고 필요하다면 치유방안까지 서로 협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2010년 12월 8일, 당시 산업은행 김영기 수석부행장)

그러나 2010년 12월 협약을 체결한 뒤, 산업은행은 완전히 손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사명을 바꾸고 ‘대우’ 브랜드를 소멸시킬 때, 2012년 한국GM의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우선주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했을 때, GM 본사가 고금리로 차입금을 빌려줬을 때, 과도한 연구개발비 지출과 과도한 매출원가율이 결국 엄청난 영업손실로 이어지고 있을 때, 도대체 산업은행은 GM과 함께 무슨 ‘리뷰’를 했으며 어떤 ‘치유방안’을 내놓았는가?

2012년 12월 차세대 크루즈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장기 생산물량 보장 요구가 무너지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했나? 2013년에 쉐보레 유럽 철수, 2015년에 쉐보레 러시아 철수 선언이 이어질 때에는? 한국GM 생산물량이 해마다 큰 폭으로 떨어질 때, 이런 상황이라면 다시 한번 재협상을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단 말인가.

이런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산업은행의 답은 한결같다. “소수주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 “GM 측이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자료 공개도 강제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했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바로 산업은행, 당신들 아니었냐 말이다.

GM이 철수하면 어쩔 거냐, 이런 우려에 답하기 위해 산업은행은 GM과 협약을 체결한다고 말했다. 철수해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도록 내용을 담았다고 말이다. 그 협상을 성사시키던 당시에 산업은행은 비토권, 즉 소수주주권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비토권이 없는 상태에서도 GM 본사와 장기전망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는데, 그 이후 비토권을 회복한 상태에선 왜 못했단 말인가.

도대체 2010년 12월 협약에 무슨 내용을 담았는지, 그 내용조차 밝히지 못하면서 2018년 또다시 산업은행은 ‘실사’를 바탕으로 GM과 협상을 벌이겠다고 한다. 2010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노동자들은 배제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 전사업장 희망퇴직, 비정규직 우선해고로 이미 수천 명의 노동자들 일자리가 날아가 버린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2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을 요구했고 이를 GM 측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한국GM의 주주는 누구인가? GM과 정부, 그리고 상하이차 뿐이다. 상하이차는 GM과 전략적 제휴관계이니 사실상 한몸이라 볼 수 있다. 채권자는 누구인가? GM 본사와 노동자들이다. 본사는 2조 9천억의 차입금을 갖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1조가 넘는 퇴직급여 채권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주주·채권자·노조”란 다름 아닌 한국 정부와 GM 본사, 그리고 노동조합에 해당한다. 절묘하게도 노·사·정 각 주체가 거론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은 쏙 빼고 정부와 GM이 합의한 것이다. 또다시 자본의 경영 잘못, 정부의 관리 책임 직무유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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