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3월) 한국 경제성장률이 1.1%로 순항했다.
이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활발했던 결과로 보이며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95조9천328억원(계절조정기준)으로 전분기보다 1.1% 늘었다.
이는 금융시장이 예상한 1.0%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며 작년 4분기 -0.2%에서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작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2.8%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외견상 숫자만큼 좋지 않다는 평가도 있으며 고용까지 온기가 미치지 않아 민간소비가 성장세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성장세가 계속될 수 있다면 올해 한은이 전망한 연 3.0% 성장도 가능해 보인다.
올해 1분기 성장세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견인했다. 건설투자도 호조였고 민간소비도 나쁘지 않았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보다 5.2% 증가했다. 2016년 4분기(6.5%) 이래 5분기 만에 최고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기계류에서 기대 이상으로 많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4분기 -2.3%를 기록한 건설투자는 2.8% 성장했다. 이는 작년 1분기(4.2%)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건설투자도 반짝 효과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가능성, 미 금리 인상 가속화 등 대외적으로도 곳곳에 장애물이 있다.
1분기 지표는 '선방'했지만 성장 모멘텀이 2분기부터 약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올해 3% 성장 달성까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은 기계장비와 화학제품 등에서 주로 늘어나며 4.4% 증가했다.
지난해 장기 추석연휴를 앞두고 조기통관을 많이 하면서 4분기에는 마이너스(-5.3%)를 기록한 기저효과도 있다.
수입은 천연가스와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5.5%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성장률이 0.6%로 4분기 만에 최저였지만 전년 동기대비로는 3.4%를 기록했다.
정부소비는 2.5% 뛰면서 2012년 1분기(2.8%) 이후 24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선택진료비 폐지 등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병원 이용이 늘어나고 급여비 지출이 커진 영향이다.
지식재생산물투자는 0.2%로 2015년 2분기(-0.6%) 이래 최저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성장률이 1.9%였고 건설업은 3.3%로 작년 1분기(4.8%)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0.9%였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이 0.9% 감소하며 작년 1분기(-1.3%) 이후 또 다시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부동산 및 임대가 2.7% 성장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대비 1.8% 증가했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3% 성장이 달성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글로벌 경기 회복세 지속, 기초연금 인상·아동수당 지급 등의 소득기반 강화 정책의 효과가 정부와 한은 등이 믿는 이유다.
지난해 3.1% 성장한 한국 경제가 올해에도 3%대 성장을 달성하면 2010년(6.5%)∼2011년(3.7%)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3% 이상 성장하게 된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8%) 등 주요 민간연구소나 한국개발연구원(KDI·2.9%)과 같은 국책연구기관은 그보다 낮은 2%대 후반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대 성장 달성 가능성이 있지만 안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 경기가 하반기부터 둔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가 성장을 이끄는 힘이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실제로 벌어지면 수출 둔화, 금융시장 불안이 생기면서 성장 경로를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