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포털 등 플랫폼 업체들이 앞다퉈 어린이용 서비스로 키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에는 키즈 콘텐츠에 AI(인공지능),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한데 이는 자녀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 세대를 공략하고, 충성도 높은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어린이용 미니폰에 AI 플랫폼 '누구'를 탑재했고, 네이버는 유아용 단어학습 콘텐츠 '파파고 키즈'와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적용한 키즈폰 '아키'를 출시했다. 또한 KT는 이달 초 AI 스피커 '기가지니'에 소리동화, 오디오북 등 어린이 콘텐츠를 대거 추가하고,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 대상의 양방향 놀이학습 서비스를 선보였다.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은 캐릭터와 크리에이터 모시기 경쟁도 치열하다.
KT는 최근 선보인 어린이용 패키지 서비스 '키즈랜드'를 통해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핑크퐁' '뽀로로' 전용 무료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이달 중 인기 애니메이션 '공룡메카드'를 주제로 한 AR 콘텐츠도 선보인다.
카카오는 이달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잠뜰' 등이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칭찬해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작년 8월 구글과 손잡고 U+tv 아이들나라에 어린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키즈를 탑재했다.
국내 통신사와 포털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키즈 서비스와 콘텐츠를 앞세워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려왔다.
특히 IPTV에서는 영유아 가정의 TV 시청시간이 일반 가정보다 20% 긴 것으로 알려져 고객 유인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이들나라가 출시된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 분기 IPTV 가입자가 전년 동기보다 15% 넘게 늘었다.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인 CJ E&M의 '다이아TV'에서는 최근 4년간 키즈 분야의 누적 조회 수 비중이 34.5%로 게임(26.1%)을 앞질렀다.
플랫폼 업체들이 키즈 서비스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날로 성장하는 키즈 산업이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유아용품과 콘텐츠 등을 포함한 국내 키즈 산업 시장 규모는 2002년 8조원에서 2012년 27조원, 2015년에는 38조원대로 성장했다. 원인으로는 저출산으로 인한 '골드 키즈(Gold Kids·귀하게 자란 외동)' 증가와 핵가족화 및 맞벌이 부부 증가에 따른 돌봄 서비스 수요 증대 등이 꼽힌다.
해외에서도 키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달 어린이용 오디오북과 질의·응답 기능을 제공하는 AI 스피커 '에코 닷 키즈에디션'을 선보였다.
유튜브는 2015년 2월 어린이 동영상 '유튜브 키즈'를 출시해 35개국에서 1천1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누적 조회 수는 300억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키즈의 무서운 성장이 국내 IPTV업계의 자극이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키즈 서비스는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고, 요금제 등 기존 상품과 결합 마케팅도 가능하다"며 "미래 고객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어 앞으로 키즈 시장을 노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