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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사장님 그만 나가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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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희
  • 승인 2000.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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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밸리 노조 “독단 경영” 사장퇴진 요구…사측 “경영권 도전” 무더기 해고로 맞서
테헤란밸리의 한 벤처기업에서 경영방침을 둘러싸고 노사간 대립이 불거지고 있다.
직원들은 무분별한 사업투자와 독단적 경영방식, 고용불안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노조를 설립했다.
경영진은 이에 대응해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벤처기업에서 지난 4월 노조가 들어선 적은 있지만 해고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인터넷 주식거래 사이트인 웹스닥 www.websdaq.com 과 세일즈닥 www.salesdaq.com 을 운영하고 웹에이전시 사업을 하고 있는 디지탈밸리(대표 원종호·34) 직원들은 지난 10월18일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갖고 다음날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전체 직원 30명 가운데 23명이 조합에 가입했다.
다음날인 10월20일, 회사 쪽은 강용희 노조위원장과 노조간부 등 7명을 해고했다.
대표이사 사퇴 종용,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게 이유다.
디지탈밸리는 99년 11월 웹디자인 회사인 디지탈밸리와 가상주식거래 사이트 모델을 가진 삼성에스원의 사내벤처가 합병해 만든 회사로, 올 3월부터 본격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임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한 배경에는 원 사장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강희용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원종호 사장이 회사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인 웹스닥과 세일스닥 경영은 소홀히 한 채 업종전환이나 지분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제휴를 시도해왔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직원에게는 한마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 사장은 지난 9월7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환경바이오 기술 지주회사로 전환’을 전격 발표했다.
노조는 인터넷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방침을 발표해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게다가 노조는 “회사가 웹스닥을 독단적으로 매각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포털인 아이팝콘을 합병하겠다고 선언해 언론보도까지 나갔지만 일방적으로 합병을 거둬들였다.
불합리한 근무조건과 경영관행에 이의 제기 직원들은 결국 9월 중순께 대표이사 퇴진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주주인 직원들은 두차례에 걸쳐 회사에 업무와 회계감사를 요청했지만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직원들은 다시 ‘대표이사 사퇴 동의서’에 전체 직원 34명 가운데 27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잇따르자 회사 쪽은 징계위원회를 소집했고 감사를 요청했던 3명의 임직원을 곧바로 해고했다.
지난 9월부터 불거진 원 사장과 직원의 대립이 노조설립, 다시 노조원 해고라는 차례로 옮겨간 것이다.
원 사장은 그러나, 노조 설립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전부터 징계조치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것. 그는 “그동안 대표의 인사발령 등 권한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
게다가 불법 행동으로 퇴진을 종용하는 등 경영권에 심각한 위기를 느껴 징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노조 설립은 단지 오비이락일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바이오 기술지주회사로 전환에 대한 것도 “비공식적 자리에서 개인적 관심사를 나타냈는데 언론이 부풀려서 보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쪽의 상처가 당장에 치유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노조는 해고자 전원복직과 원 사장의 독단적 경영을 뿌리뽑겠다며 강경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사무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상태다.
또한 웹사이트 www.ventureunion.or.kr 개설을 통해 노조 입장을 알리고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다른 업체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업계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불합리한 벤처기업의 경영관행에 제동을 걸겠다”고 말한다.
회사 쪽도 당분간 물러설 기미는 없어 보인다.
원 사장은 “언제든 대화할 뜻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노조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서는 합법적 권한 행사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을 치켜든 벤처노동자와 ‘해고’를 무기로 한 경영진 갈등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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