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처럼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펀드가 2만 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집합투자기구(펀드)는 3월 말 현재 2만1천328개다.
이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3만4천208곳)의 62.3%에 달하는 수준으로 펀드 다음으로는 연기금(2천250개), 증권사(976개), 은행(721개), 보험사(503개) 등 순으로 많았으며 국내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외국인 개인 투자자도 1만1천200명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펀드는 증가세도 매우 빨랐는데 2008년 3월 말 1만 개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10년간 112.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증권사가 70.9% 늘었고 보험회사(48.8%), 연기금(43.9%), 은행(31.3%) 등 순이었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도 61.6% 늘어나는 데 그쳐 외국인 펀드의 증가세에 훨씬 못 미쳤다.
국적별로 보면 개인과 기관을 통틀어 가장 많이 등록한 외국인 투자자는, 엘리엇이 속한 미국으로 미국인 투자자는 3월 말 현재 1만5천61명으로 전체의 33.2%를 차지했고 일본(3천972명), 영국(2천657명), 캐나다(2천649명), 룩셈부르크(2천1명), 아일랜드(1천358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국내 주식 보유 비중도 당연히 가장 커서 3월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625조1천510억원 중 미국인 투자자는 41.4%인 259조140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이는 두번째로 비중이 높은 영국(47조7천270억원)의 7.6%와도 격차가 큰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서 미국인 투자자, 그 중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자랑하는 펀드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엘리엇이 지난달 초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의 보통주를 1조500억원어치 보유한 사실을 공개하고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서자 국내 증시에는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외국인 펀드가 2만개를 넘는 만큼 이번 엘리엇의 반대 같은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엘리엇 같은 펀드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면 국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이를 위해 금감원에 등록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