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30대 그룹 상장사의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이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1인당 영업이익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인해 착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2∼2017년 30대 그룹 상장사(182개 사) 인건비·재무실적 분석'을 발표했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1인당 인건비는 2012년 7천841만원에서 2017년 9천133만원으로 1천292만원(16.5%) 올랐으나 1인당 매출액은 같은 기간 10억7천547만원에서 10억1천815만원으로 5천732만원(-5.3%) 감소했다.
반면에 1인당 영업이익은 이 5년간 7천125만원에서 1억606만원으로 3천481만원 증가(48.9%)했다. 매출의 감소세 속에서도 영업이익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영업이익이 5천651만원에서 5천730만원으로 79만원 증가(1.4%)에 그친 것이다.
이 기간 1인당 매출액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뺄 경우 감소 폭이 5.3%에서 10.0%로 확대됐다. 1인당 인건비 증가 폭도 16.5%에서 12.4%로 축소됐다.
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8조2천억원으로 이들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30대 그룹 상장사 180곳의 총 영업이익 41조3천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2016년과 비교한 2017년 30대 그룹 상장사의 총 영업이익 증가액(37조6천억원)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31조5천억원으로 83.8%를 차지했는데 이는 우리 경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편중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30대 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5년 전으로 복귀한 수준이지만 인건비는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꾸준히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주요 대기업 근로자의 절반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매년 오르는 호봉급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임금 체계를 생산성과 성과에 연계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