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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편 논란과 ‘핀셋’ 증세 프레임이 놓친 것
국민연금 개편 논란과 ‘핀셋’ 증세 프레임이 놓친 것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08.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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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부담률 중심의 증세 비전의 결여
사진 - 국민연금공단
 사진 -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내놓은 발전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특히 위원회가 내놓은 두 가지 방안 중 국민연금 재정안정 관련 내용이 ‘뜨거운 감자’다. 쉽게 말해, 보험료는 올리고 현행 소득대체율(40년 가입 기준 45%)은 더 낮추며 연금을 받는 나이는 65살에서 68살로 늘리자는 것이다. 가뜩이나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을 열 받게 한 모양이다. 국민연금 폐지니 선택가입 허용이니 하는 얘기가 쏟아지는 게 방증이 아닐까 싶다.

‘보험료 인상­소득대체율 인하­연금지급 시기 연기’ 제안이 부른 분노

개인적으론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배경은 수긍이 갈만한 대목이 많다. 많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업이 많음에도, 지금까지 정부여당은 증세와 거리를 둬 왔던 터다. 기껏해야 초대기업과 초고소득 개인을 겨냥한 핀셋 증세 정도로 충분하다는 식이었다. 지난해 12월 이들을 대상으로 세율을 높이고 새로운 세율 구간을 신설해 올해부터 적용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세입예산보다 더 걷히는 초과세수가 2018년에도 계속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게다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노선에 비춰볼 때, 핀셋 증세 이외의 증세는 금기의 대상이다. 소비 증가를 통해 성장으로 이어져야 할 가처분소득을 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2017년 조세부담률이 20%에 진입했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엄밀히 말해, 이것은 문재인 정부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소득세 인상, 담뱃세 인상, 비과세 감면 축소 등에 따른 효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의 용광로를 감안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소득의 사전 배분에 관한 극심한 충돌 속에서 조세부담률이 20%에 돌입했다고 하니 휘발성이 생겨버린 셈이다. 보험료율 올리고 소득대체율 낮추며 연금받는 시기를 늦추는 국민연금 재정안정 방안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정부여당에게는 곤혹스러울 테지만,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소득주도성장의 논리에 뒷전으로 밀려난 조세 부담과 복지의 문제를 차분하게 따지면서 합의를 찾는 문제를 늦었지만 전면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국민부담률로 접근해야 보이는 것들

선택 가입 허용 요구까지 나오자 대통령이 지난 13일 직접 진화에 나선 국민연금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은 국내총생산에서 국세와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만을 따지는 조세부담률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국민부담률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에 '국가가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재정에서 지급을 보장하는 각종 공적 사회보험에 대한 보험료 부담까지 조세수입에 더해서,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을 산출한 지표'다. 국민부담률 계산에 포함되는 사회보험은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국민부담률에 속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중․장기적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에 비해 많이 받아가는 구조에 있다. 예를 들어 20년 동안 100원의 보험료를 냈다고 하면, 연금은 190원을 받아가게 돼 있다. 다음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이런 구조를 다시 짜지 않는 한 국민연금 기금의 중장기적 안정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표 - 근로소득자 소득분위별 근로소득세․국민연금 납부 비중
표 - 근로소득자 소득분위별 근로소득세․국민연금 납부 비중

국민부담률로 접근하면 그동안 그리 주목받지 않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국납세자연맹이 2017년 9월4일 낸 보도자료에 실린 아래의 표를 보자. 근로소득자 상위 1%는 전체 근로소득의 7.3%을 차지하면서 근로소득세를 33.7% 부담하지만 국민연금은 1.9%만 납부할 뿐이다. 상위 10%의 근로소득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근로소득의 32.3%을 차지하면서 근로소득세를 77% 부담하지만 국민연금 부담비중은 19%에 그친다.

미처 주목하지 않은 이런 사실들에 기초하면, 낸 것보다 더 많이 받아가는 구조에 있는 국민연금의 근원적 문제점을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보험료나 공무원연금 보험료, 건강보험료 등을 책정할 때 근로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더 높은 보험료를 책정해 볼 수 있다.

소득상위층 사회보험료 부담 확대, 하위소득층 근로소득 최저한세 신설 등의 길 찾아야

이 과정에서 비중이 47% 안팎에 이르는 근로소득세 면세자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나 건강보험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측면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근로소득 면세가 국민 담세능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연장선에서 근로소득 면세자는 사회보험료 납부도 면제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근로소득 면세자가 낳는 가장 큰 문제는 과세기반 확대와 공평과세 추구를 회피하는 구실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국민부담률' 차원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너무 높으니 낮춰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통념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합의를 통해 필요하다면 아무리 낮은 소득이라고 발생한 소득의 일부를 시민으로서 사회에 납부한다는 자부와 인정의 상징으로서 근로소득 최저한세의 성격을 띠는 ‘공화세’(가칭)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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