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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은산 분리’ 완화 쟁점과 대안은?
인터넷전문은행, ‘은산 분리’ 완화 쟁점과 대안은?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08.1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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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규제 완화하되 사후규제(그룹통합감독체계) 도입 필요

은행은 ‘특별하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으로부터 예금을 받고 예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부분 지급준비율’ 제도를 통해 개인과 기업 등에게 대출과 같은 신용을 창조하는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최후의 대부자’ 기능을 떠맡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통해 모든 개인과 기업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은행을 거치지 않고 국가가 중앙은행을 통해 모든 신용을 직접 창조하는 길도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그런 길이 추구되지 않는 한 은행의 이런 특별한 지위는 유지된다. 은행업무가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인 한 이런 특별한 지위를 갖는 건 마찬가지다.

이른바 ‘은산 분리’로 불리는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바로 은행의 이런 특수한 지위에서 비롯한다. 블특정 다수의 시민의 예금이 산업자본의 쌈짓돈처럼 사용된다면, 자원 배분의 왜곡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역사에서나 이론에서나 입증됐다. 물론 은산 분리 원칙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제도들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 원리를 적용하는 핵심에 산업자본의 정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 등과 같은 금지행위로 이뤄지는 사전규제, 사전규제 위반 시 부과되는 제재와 적용되는 금융감독체계 등과 사후규제 등이 자리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소유지분한도 완화를 위한 산업자본 정의는 특혜 논란만 부를 위험성 높아

인터넷전문은행 발 은산분리 완화 논의의 직접적 원인은 겉으로 보기엔 한 가지 사전규제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의결권 있는 주식 4%를 포함해 최대 10%로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증자가 필요한데, 이 소유지분 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 2곳(KT그룹의 K뱅크, 카카오그룹의 카카오뱅크)의 자본 확충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온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 7월6일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하지만 소유지분 한도 한 가지만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 재벌 대기업집단이 대부분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할 것이냐는 문제가 곧바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법안들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하자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이미 30조원이 넘는 KT가 증자할 수 있게 하려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으로 돼 있는 공정거래법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에서 KT를 빼주거나, 카카오그룹 역시 지난 5월 자산규모가 8조5400억원으로 10조원이란 기준의 바로 턱밑에 있기 때문이다. 자산규모 10조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하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업’은 예외로 하자는 발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그러자 삼성이 SDS와 같은 계열사를 앞세워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곧바로 제기되는 건 당연하기까지 하다.

이런 사정들은 산업자본의 정의 문제를 에둘러가기가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현재의 어려움은 사전규제 완화를 통해 기대하는 산업 효과를 달성하되 또 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으려는 수단을 ‘사전규제’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에서 비롯하는 측면이 크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 너 뭐 될래?’ 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의 실종돼 있다. 그러다 보니 산업자본의 정의가 누더기가 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특혜 논란으로 빠져들기 쉽다. 이를 피하려면 사전규제 완화는 사후규제 강화를 통해 보완하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 특히, 은행업 또는 금융업과 결합하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그룹통합금융감독체계’ 적용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8월7일 인터넷전문은행 현장 방문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은산분리 완화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사진 청와대 제공
지난 8월7일 인터넷전문은행 현장 방문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은산분리 완화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사진 청와대 제공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차이 점점 줄어들 듯

‘인터넷전문은행, 너 뭐 될래?’ 라는 물음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와 관련된 물음이다. 인터넷뱅킹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은행 간에는 ‘분산’보다는 ‘수렴’이 점점 더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가 점점 더 줄어든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중 일부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탈바꿈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중금리 시장 형성’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애초의 정책 목표가 얼마나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시중은행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본 확충을 한다고 이것이 달라질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은행 간 경쟁의 촉진과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인지, 중금리 시장의 형성과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인지 정책의 목표를 이제는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들을 감안하면 현재의 사전규제 완화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다루는 게 정공법이다. 다만, 사전규제 완화에 따른 사후규제 강화를 위한 로드맵 설정을 위해 사전규제 완화를 규정하되, 일정한 시기까지 사후규제를 도입한 뒤 소멸하는 방식을 취하는 일몰법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자본의 정의가 누더기가 되는 건 특혜 논란으로 이어진다. 자산규모 10조원이 넘더라도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이 자연인이 아니면 된다는 조건은 KT에 대한 특혜 논란을 낳는다. ‘정보통신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정보통신기업은 다른 산업자본과 달리 은행을 사금고처럼 이용하지 않는다는 별난 특성을 갖고 있느냐?’는 물음 앞에 무기력해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금융지주회사 이외의 그룹통합감독체계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한 사후규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삼성․한화 등과 같은 금산결합그룹, 미래에셋․교보 등과 같은 금융전업그룹에 대한 그룹통합감독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들 기업그룹에 대해서는 개별 금융회사 단위의 금융 감독만 이뤄지고 있다.

소유지분 한도 10%에서 25%로 완화, 동일인 포함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는 25%에서 15%로 축소

이런 사후규제 강화 속에서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는 현행 10%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완화 기준은 향후 ‘지배’(domination)의 개념 마련과 관련해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은행법 제2조에서 산업자본을 판단하는 기준인 25%(기업집단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금융기업의 자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금융회사의 자본이 기업집단 자본 합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을 경우 산업자본으로 본다는 것은 25%가 일종의 임계치임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를 이용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10%에서 25%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이 25%를 넘을 때 이를 ‘지배’로 간주한다.

다만, 은행의 의결권 있는 소유지분 역시 25%로 할 수 있겠으나, 단계적으로 10%, 15% 식으로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쌓아놓은, 현금을 포함한 사내유보 이윤은 상당하다. 이런 측면에서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이용할 유인은 이전보다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하려는 이유는, 반드시 사금고처럼 이용하려는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소유하려는 동기를 배제할 수 없다. 의결권의 대폭 확대 없는 은행 소유지분 확대만으로도 이윤 창출의 동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지분법 평가이익에 따라 은행의 이익이 산업자본의 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 의결권 확대를 강하게 고집하는 산업자본일수록 ‘사금고처럼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의심만을 강하게 낳을 것이다. 동일인을 포함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액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이 확충되는 만큼 현행 규정을 유지한다고 해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만큼 현행 자본금의 25% 이내에서 10% 이내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유지분 한도 완화-그룹통합감독체계 도입’이라는 사전규제 완화-사후규제 강화 조화 이뤄야

거듭 강조하지만, 그룹통합감독체계 적용이라는 분명한 방향과 원칙, 개념들이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 기존 금산결합그룹이나 금융전업그룹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이미 시행됐어야 할 그룹통합금융감독체계 도입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룹통합금융체계 도입 이전에는 기존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은 보험업법 위반 문제(생명보험사의 계열사 주식보유는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해야 하는데, 시가로 할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3%를 훌쩍 웃돌게 돼 시가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취득원가를 적용하는 데 발생하는 보험업법 상 특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상식이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몰제 형식의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국회가 계열사 보유주식을 시가로 산정하는 보험업법을 개정하고 적용시기를 인터넷전문행특별법의 일몰시기와 연계하는 것도 검토할만한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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