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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찾다
러시아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찾다
  • 강남영 TRC 코리아 대표이사
  • 승인 2018.08.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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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계 속에서 믿음을 중시하는 시장
러시아 시장과 바이어는 파트너 관계로 함께 성장해 나가길 원해
수입대체프로그램으로 추진 중인 2,500개의 국산화 프로젝트가 러시아가 해결하고 싶은 고통

<커버스토리5-북방경제협력-러시아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이 알아야할 것>

왜 러시아인가?

무엇이 진짜 러시아 비즈니스의 장점인가?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중에 ‘지사화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그중 해외민간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업에 우리 회사가 13년차 컨설팅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57개 기업을 컨설팅했으며 약 400억원의 수출을 이루어냈다. 연 30억원이 넘는 실적이며, 물론 러시아 한 지역으로만 수출한 결과다. 난방필름, 자동차부품, 발전기, 기계류, 화장품 등이 주요 제품이다. 난방 필름의 경우 2010년 해외민간네트워크사업에 참여를 해서 9년에 걸쳐 약 230억원의 수출을 이루어 냈다. 이 회사 김 대표의 이야기다. “30여 개국에 바이어가 있지만 러시아의 경우는 사회주의 체제의 관료주의 잔재나 정치적인 사안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와 같은 문제로 비즈니스에 종종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본주의의 자유경쟁에 의한 경제활동보다는 관계 속에서 믿음을 중요시하는 시장이죠. 그래서 한국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자세와는 달리 한번 관계를 맺어 믿음이 생기면 웬만해서는 거래처를 바꾸지 않습니다. 터키, 중동이나 일본, 중국 보다는 훨씬 더 믿음이 가는 나라입니다. 이것이 우리 회사가 러시아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러시아도 자본주의 문화가 지리를 잡아가고 있어 인간적인 면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아쉽습니다.”

필자와 러시아가 인연이 된지 어느덧 29년이 되었다. 그 세월동안 정부의 여러 가지 지원제도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우리 중소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에 이렇듯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중소기업이 러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을 하고 잘 정착을 할 수 있을까 모든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이야기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경제제재 그리고 러시아의 맞제재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제조업 육성 정책과 수입대체프로그램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로 삼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육성에는 생산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기술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그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중국과 한국뿐이다. 그러니 결국 한국과의 협력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노력과 러시아 정부의 국산화 노력이 우리 중소기업에게 러시아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90년 중반과 2000년대 초반, 러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현지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면서 고공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들이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식은 대기업의 성공스토리에 묻혀서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성공사례는 작지 않다. 위에서 이야기 한 난방필름의 김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래 몇 가지 사례는 내가 실제로 러시아와 사업을 하면서 겪은 내용들로 우리 중소기업 대표들이 생각하는 러시아 비즈니스와 시장에 대한 오해를 확 줄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러시아 바이어의 충성도

바이어로부터 연락이 왔다. 중국의 한 업체에서 제안서가 들어왔단다. 속으로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하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보통 무역을 하면서 한 지역에서, 한 바이어와, 한 품목으로 5년 이상 돈벌이를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품목 변화를 고민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연락을 받은 것이니 긴장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바이어의 다음 행동이 이상하다. 중국 업체의 제안서를 그대로 보내 온 것이다. “중국 업체의 제안서에 알아서 대응을 해 달라”라는 내용과 함께 메일이 왔다. 나는 러시아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런 순간마다 “내가 러시아를 선택한 것은 내 인생의 최대 행운이다.”라는 것을 절절히 느낀다. 품질ㆍ가격ㆍ납기 등의 상업적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런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러시아뿐일 것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된다.

러시아 파트너는 7년여 동안 나와 같이 잘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기가 싫었고, 나와의 인간적인 관계도 중요하게 작용을 했을 것이다. ‘잘 만들어 놓은 파트너 하나가 러시아 비즈니스 10년을 보장한다.’ 무슨 표어 같지만 사실이다. 이것이 러시아 비즈니스의 큰 장점이다. 러시아 바이어들이 이렇듯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있으니, 바이어를 ‘갑’으로 보지 말고 파트너로 볼 때 러시아 비즈니스만의 장점이 드러난다.

러시아 바이어의 유연성

자동차용 강관에 스크래치가 발견되었고 반품 소동이 벌어진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한국에서는 품질문제가 되어 잘 사용되지 않는 강관이다. 하지만 현지 상황을 고려한 정책으로 러시아 바이어가 원하는 가격과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서 공급을 하고 있다. 현지화를 진행한 샘이다. 어느 정도의 예상된 스크래치에 대해서는 이미 바이어와 협의가 된 상태이나 러시아 완성차업체에서 인수를 거부하니 우리 바이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코팅이 벗겨진 사진과 함께 원인 및 대책을 수립해서 보고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국내기업은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우니 샘플을 보내 달라고 한다. 완성차업체는 당장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샘플을 보내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대책은 추후 수립하더라도 일단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국내기업을 설득해서 예상이 가능한 문제점과 대책을 적은 보고서를 만들어 바로 내 보낸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 문제가 발전되지 않고 일부 심각한 불량 물량에 대해서 추후 보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 같았으면 컨테이너를 통째로 쉽백(Ship back)하고, 그것으로 더 이상의 거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당장의 중요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원인규명은 나중에 해도 된다. 그러면 적정한 수준에서 정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다. 러시아 비즈니스의 큰 장점 중에 하나이다.

3억 명의 러시아 시장

러시아 인구는 1억 4천만명인데, 어떻게 3억명의 시장이 된다는 것인가? 러시아는 독립국가연합의 나라들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러시아 시장에 진입을 하면 다음으로 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ㆍ우즈베키스탄 등의 나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해서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 등 4개국은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는 무관세 통관이 가능한 국가들이다. 우리 회사는 모스크바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을 할 수 있는 영역은 러시아에 국한하지 않고 독립국가연합에 포함된 모든 국가들을 아우르고 있다.

러시아 바이어의 충성도, 러시아 비즈니스맨들이 사업상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고방식, 그리고 독립국가연합까지 뻗쳐 나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러시아.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중소기업이 누릴 수 있는 러시아 비즈니스의 매력인 것이다.

왜, 러시아 비즈니스인가

우리 회사로부터 매년 30억원 정도씩 사가는 바이어가 있다. 그 회사 대표와는 정기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왕래를 하면서 만난다. 사실 내가 러시아에 갈 때는 바이어 접대를 하러 가는 경우다. 그런데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한다. 친구가 찾아왔는데 본인이 잘 대접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친구 한국에 들어올 때는 선물이 한 보따리다.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생산되는 스페셜 에디션 보드카에서부터 장인이 양봉을 한다고 꿀단지까지 선물한다. 러시아 비즈니스 하는 맛이 난다.

5년 전쯤까지 화학원료를 사가던 블라디보스토크 있는 바이어가 러시아에 생산 공장이 생기면서 거래 관계가 끊어졌다. 이 친구 의료관광을 하러 한국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올 때마다 나를 찾는다. 물론 한잔 하자는 거다. 언제든지 오케이다. 한번은 가족들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한번은 자신의 50세 생일이라고 우리 가족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초대한다. 거대한 생일잔치를 한다. 거기서 만난 러시아 비즈니스맨들과 새로운 사업거리가 만들어졌다.

우리 회사가 러시아와 비즈니스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좋은 기회를 얻어 직원 1인당 연매출 2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식 상관습과 러시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을 때 가능했다. 물건만 팔아먹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닌 러시아 바이어를 한배를 탄 동료, 파트너로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시장 개척을 해나가면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가능했다. 러시아와 러시아 사람들과 가까워지다 보면 우리의 정서와 무척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잘 활용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가까이 다가설 때 우리 중소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혁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9월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강경화 외교 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 장관의 한-러 협정·MOU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9월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강경화 외교 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 장관의 한-러 협정·MOU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러시아 시장 진입 장벽에 마주선 우리 기업들

러시아의 진짜 얼굴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러시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영국의 이중스파이 암살사건, 붉은 마피아, 할리우드 영화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덩치 큰 괴물 같은 악당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서방의 제재를 당하고 있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나쁜 나라 중에 하나, FSB라고 하는 전신 KGB, 어디하나 긍정적인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29년을 러시아와 러시아인들과 뒹굴며 함께 살아온 나에게는 어떤 모습일까?

파트너 정신을 존중하고 갑과 을이 존재하지 않는 상관습, 바로 앞의 이득을 위해 파트너를 등지지 않는 신뢰의 모습, 항상 친구의 의리를 존중하는 문화, 사람과 사람이 모든 것의 중심에 서있는 인간적인 모습. 이런 것들이 나에게 비추어지는 러시아, 러시아 비즈니스, 러시아 사람들이다. 온통 긍정적인 모습들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같은 나라를 두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대중 매체와 같은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아직도 우리는 미국의 사대주의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할리우드 영화가 주범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중의 눈길을 끓어야 하는 매체의 공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진짜 얼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침침한 시골 버스터미널 같던 모스크바 쉐레메티에보 공항은 이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만큼 급속한 변화를 하고 있는 러시아다. 몇 년 전만 해도 러시아에서 물리적인 변화는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은 과거 소비에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갑했다. 하드웨어는 변해도 소프트웨어 즉 문화가 변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런데 2017년 작년부터는 좀 다른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의 카카오택시 같은 얀덱스택시 서비스는 호출을 할 때 가격까지 각자 택시기사들이 제안을 하고 손님은 선택을 하게 되어 있다. 위성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선지 굳이 출발지를 지정하지 않아도 출발 위치로 기가 막히게 찾아온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라치면 차가오지 않나 좌우를 둘러봐야만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앞만 보고 가면 알아서 차들은 정차를 한다. 우리나라는 행인이 차를 피해야만 하는 사정과는 사뭇 다르다. 교통 선진국이다. 이렇게 한국보다 더 편하고 선진화된 시스템이 한둘이 아니다. 다만 이런 변화와 더불어 과거에 여유롭던 모습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사람들의 눈에 가장 이상하게 보이던 것은 바로 횡단보도 초록신호가 바뀌기 시작하면 모두들 100m달리기 선수가 된 양 전력질주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모스크바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먹고살기가 녹녹치 않은 만큼 다들 ‘빨리 빨리’가 만연해 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대한만국이 원조 자리를 내주어야 할 판이다.

러시아 기업인들과 차음 자리를 마주하게 되면 무뚝뚝한 모습과 거친 발음에 우리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주눅이 든다는 말을 자주 접한다. 100kg이 넘는 고구에 된소리 발음이 유난히 많은 러시아어를 듣다보면 그럴 만도 하다. 1991년 개장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맥도널드 매장의 메뉴판에는 “미소는 공짜”라고 되어 있을 정도로 이 나라 사람들은 과거 소련시절부터 쓸데없이 웃으면 정신이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항상 미소 짓는 모습, 일본 사람들이 친절하다 못해 굽실거리는 듯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보니 우리에게 불편할 만도 하다.

너무나 생생히 피부로 느끼는 진입장벽

코트라나 시장조사 기관을 통해 잠재 바이어 정보를 확보한 우리 중소기업이 열심히 메일을 보낸다. 아무런 회신이 없다. 대여섯 차례 보내도 회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어가 가능하면 전화라도 해보겠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러시아는 아냐”하며 시장보사 보고서를 한편으로 밀어놓는다.

우여곡절 끝에 바이어와 연결도 되고 협상이 잘 진행돼서 샘플을 보내려고 UPS, DHL, TNT등과 같은 국제특송회사에 문의를 한다. 그런데 아예 접수조차 해 주질 않는다. 현지 바이어가 정식통관을 하는 경우만 가능하다는 답변이다. 바이어는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역하다. 궁여지책으로 우체국 EMS를 통해 개인물품으로 발송을 한다. (운이 나쁘면 그냥 반송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이어와 모든 협상이 잘 이루어져서 전시회에 공동으로 참가하기로 결정한다. 전시물품을 미리 화물로 보내고 중요한 것만 직접 챙겨서 전시 날짜에 맞추어 모스크바로 날아간다. 직접 들고 간 일부 전시물품을 상업물품이라고 공항 세관원이 압류한다. 화물로 보낸 전시물품들도 TR CU 인증을 받지 않은 물품이라 통관을 거부한다. 수천만원을 들여 준비한 전시회가 엉망이 되어 버린다. 이제는 러시아라고 하면 진저리가 쳐진다.

그래도 바이어가 가지고 있던 샘플로 그럭저럭 전시회를 마무리하고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마주한다. 러시아 바이어는 마케팅비용을 전적으로 부담을 하든지 아니면 독점권 달라고 한다. 더해서 6개월 여신을 요구한다. “러시아는 진짜 아냐”하면서 돌아선다. 이정도가 우리 중소기업이 일반적으로 겪는 진입장벽일 것이다.

진짜 무서운 장벽은 따로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진입 장벽 정도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29년간 러시아 무역과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면서 무수히 부딪쳤던 일들이고 무수히 해결했던 사안들이다. 오히려 필자가 생각하는 진짜 진입장벽은 혹시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장님, 저희 회사 제품 품질 정말 좋습니다. 가격 경쟁력도 있고요. 꼭 좀 수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시장조사도 해야 하고, 바이어도 발굴해야 하고요, 실제 마케팅, 영업도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거든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그건 우리 실제로 수출해서 나온 이익을 나누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저희가 마케팅 비용을 선투자를 하라는 말씀인가요?”

무역회사인 특성상 경쟁력 있는 중소 제조 기업을 자주 찾아다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런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외시장진출의 커다란 장벽이라고 생각하다. 수출을 하겠다는 기업의 대표가 어떤 노력과 투자도 하지 않고 그냥 남이 해주기만 원할 수 있겠는가? 이런 내부의 장벽부터 거두어 내야만 외부의 장벽에 직면해서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왜 우리 중소기업은 러시아 시장 진출에 번번이 실패를 하는가?

우리 중소기업들이 러시아 바이어와 만나면 어떻게든 물건을 팔려고 열을 올린다. 들이대는 영업 전략은 ‘품질 좋다, 가격 경쟁력 있다’가 전부다. 품질이 어떻게 좋고, 타 경쟁 제품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고, 마케팅 전략은 어떤 것이 있는지, 러시아 시장에 맞는 현지화 전략은 무엇인지, 가격 정책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중소기업 대표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바이어에게 어떤 협력 관계로 나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대표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저 팔아먹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바이어를 만나러 출장을 나온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빈털터리 손인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러시아 시장은 그리고 러시아 바이어는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공급자와 구매자의 관계가 아닌 파트너의 관계로 함께 성장해 나가길 원한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제품의 특징과 장점, 타제품과 차별화를 잘 포장해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현지 시장에서 어떻게 마케팅을 해나갈 것인지 사전에 고민을 해서 제안을 하든지, 아니면 바이어와 공동으로 해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 현지 진출의 가능성은 한껏 높아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자신의 내부의 진입장벽을 먼저 걷어낸 후에야 현지에 철옹성 같이 버티고 있는 외부의 진입장벽을 걷어 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노력으로 또는 외부의 협조를 받아서 해결해 나갈 수도 있다. 정부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원기관에 모든 것을 다 맡겨놓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서 같이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그러면 지원을 하는 조직, 컨설팅 기업도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란다.

이렇듯 우리기업이 러시아 시장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러시아 현지의 진입장벽이 아니다. 러시아 시장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우리 자신이다. 막연히 가지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도 걸림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러시아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있다면 진입 장벽은 한결 낮아 보일 것이다.

성공 진출 전략

러시아 시장에 가면 러시아 법을 따라라

우리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현지 전시회 참가다. 특히 자신의 주요 사업 분야와 관련된 전시회는 반드시 참가를 해야 한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전시회에서 한국중소기업을 발견할 수 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이라는 이야기가 괜한 헛말이 아님을 실감한다. 그런데 벽에 걸린 포스터나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놓여있는 브로슈어나 모두 영문 일색이다. 한참을 부스 앞에 서서 바라보니 거의 모든 방문객들이 그냥 스쳐지나간다. 잠시 눈길을 준 방문객에게 출장 간 국내 중소기업 대표나 통역원도 누구 하나 나서서 제품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전시회 참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기껏해야 부스를 방문한 몇몇 잠재 바이어의 명함뿐이다.

얼마 전 100여개 국내기업이 참가하는 INNOPROM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전시회 사전 간담회에서 전시회 준비와 관련된 강연을 했다. 부스 벽면에 설치할 포스터, 1~2장짜리 브로슈어, 그리고 명함까지 모두 러시아어로 준비해 가라고 당부했다. 물론 가능하면 사전 시장조사 및 마케팅도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했다. 강연이 끝나고 많은 기업들로부터 박수세례를 받았다. 아마도 처음으로 현지어로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어 신선했나 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러시아 시장에 진입을 하고 싶으면 러시아식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러시아에 와서 왜 미국식 상관습을 고집하고 왜 일본식으로 접근을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미국과는 원초적으로 불편한 관계인데 굳이 바이어가 싫어하는 미국식 접근은 어리석은 방법이다. 러시아식 상관습이 서툴면 그냥 한국식으로 하는 것이 더 좋다. 러시아가 몽골로부터 200년간 침략을 받은 적이 있어 동양적인 문화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해서 2~3만원이면 만드는 명함을 러시아어로 만들어가는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그 명함을 받는 바이어의 표정이 한결 밝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모스크바로 출장을 간 중소기업 대표가 바이어 회사를 방문해 미팅을 하는데 그쪽 대표가 30분이나 늦게 등장을 한다. 명함을 건네는데 그냥 책상위에 특 던져 놓는다. 이쯤 되면 수출이고 뭐고 상담 분위기가 싸늘하다. “내가 한국에서 비행기타고 10시간 가까이 날아오고 또 여기까지 1시간이나 결려서 왔는데 자기 사무실로 오는데 어떻게 30분이나 늦게 나타날 수 있어. 이건 갑질 중에서도 상갑질이네” 우리 중소기업 대표의 의중이 읽어진다. 모스크바는 정말 교통지옥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지하철을 이용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시간개념은 예전의 코리안타임과 비슷하다. 매우 관대한 편이다. 명함 문화가 아직 익숙지 않아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네지 않는 것을 탓하지 말자. 이런 사소한 것에 잘 대응하는 것이 현지화이고 그들의 방식을 존중하는 자세다. 이런 기본기가 갖추어지면서 현지시장 진입의 길이 살짝 열리는 것이다.

Needs, Wants가 아니라 Pains를 찾아내라

시장조사를 하면 대부분 현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 즉 니즈(Needs)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이건 정말 하수(下手)다. 그 정도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Wants)이 무엇인지 찾아내려는 자세가 되어야 중수(中手)정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생활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필요로 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된다. 하지만 필요로 하는 것보다 갖고 싶은 것 즉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욕구일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욕구는 아마도 받고 있는 고통(Pains)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것이고 이것은 원초적인 본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 중소기업이 시장 진입을 위한 시장조사를 할 때 러시아 시장이 고통(Pains) 받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상수(上手)의 경지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해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력도 생기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농축산업과 제조분야에 기반을 닦아 가고 있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는 천연자원의 수출을 통해 얻어진 자금으로 외국에서 그중에서도 미국 및 유럽으로부터 수입을 해서 시장에 공급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재로 인해 수입할 나라가 없어진 상태여서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 수입대체프로그램이라는 정책을 내세워 기계, 조선ㆍ해양 등을 비롯한 20개 산업분야에 2,500개의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이 2,500개 프로젝트가 러시아가 안고 있는 심각한 고통(Pains)이다. 어떻게든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화를 해내겠다는 의지인데 내부의 힘과 기술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는지 상상이 간다. 이러한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난다면 맨발로 뛰쳐나가 반길 것이다. 내 몸에 병이 생겨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그 병을 치료해 주겠다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상대는 미국도, 유럽 국가도, 일본도 아니다. 중국도 아니다. 그러면 남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여기에 우리 중소기업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수입대체를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매우 심도 있는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2,500개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고, 주관을 하는 기관은 어디이고, 어느 기업이 수행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한국에서 공급되어야 하는 제품이나 부품은 어떤 것인지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무역대표부 대표인 Mr. Mikhail Bondarenko가 “러시아 지금부터 10년이 기회다”라는 책 발간에 즈음하여 추천한 글이 생각난다.

“1998년 모라토리움, 2008년 금융위기 및 2014년에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러시아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제조 기반 확대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느껴왔다. 외국기업과의 단순 상품교역을 지양하고 러시아 국내에서 생산을 위한 설비 및 기술의 도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매우 높은 생산기술을 가진 한국기업들이 러시아 기업들과 전략적으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 중소기업이 혁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찾아 낼 수 있다.

더해서 이런 현실 상황에서 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각국의 중소기업이 한바탕 뛰어 놀 수 있는 장(Platform)을 만들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러시아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어선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선 건조 조선소 현대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든가, 생산기술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금형센터 건립’ 등이 양국이 서로 Win-Win할 수 있는 멋진 사업이 될 수 있다. 이런 큰 그림은 개별 중소기업이 그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장이 만들어지면 우리 중소기업은 차원이 다른 단계로 점프가 가능해 진다. 물론 러시아의 산업 성장에도 크게 일조하게 된다.

우리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지원 제도

대한민국 정부만큼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정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이다 보니 중소기업의 육성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지원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소기업들의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지역에 수출은 전체 중소기업의 수출 중에서 3.5%에 불과하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작지 않은 수의 기관과 컨설팅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진출을 원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시장조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 전문가들이라면 시장조사 보고서에는 바이어 발굴은 필수고 더해서 바이어회사 담당자 연락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담당자 연락처는 시장조사를 할 때 인터뷰, 즉 전화 통화를 해서 우리 중소기업 제품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다.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우리 회사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을 한다. 시장조사단계에서 관심을 갖는 잠재고객의 담당자 연락처를 넣는 것까지가 시장조사 컨설팅의 주 업무에 포함한다면 매우 수준 높은 시장조사 컨설팅 서비스가 된다.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가현황, 시장현황 등은 우리 중소기업에 필요없다.

우리 정부는 해외 전시회 참가를 하는 기업들에게도 부스임차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고, 심지어 전시 품목을 운송하는 비용도 보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어권 지역의 전시회를 제외하고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전시회에 과연 현지어 포스터나 브로슈어를 준비해 나가는 기업을 만나기는 만만치 않다. 전시회 참가 이전에 현지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발굴된 잠재 바이어에 대해 전시회 참가를 통보하고 제품 소개까지 하는 사전 매칭 (Pre-Matching)을 하는 우리 중소기업을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관과 기업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단 형식적인 것이 아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제도는 큰 성과를 볼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면 예산을 더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고, 인력부족이 문제이면 인력을 보충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현지 수출 상담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도 가끔 이런 상담회를 진행한다. 단, 미리 바이어들로부터 오더를 받은 상태에서 진행한다. 이미 발굴된 바이어와 협상을 진행하고 오더에 대한 협의까지 마무리된 상태에서 상담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상담회 진행을 요청하는 기관들이 원하는 실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보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지 시장진입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상담회를 몇 달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요청받는 상담회 수행은 당연히 거절을 할 수밖에 없고, 더욱이 우리 회사가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아니면 아예 수행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야 우리 중소기업이나 예산을 운영하는 기관이나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사전 매칭에 대해 스스로 수도 없이 떠들고 다니지만 왜 이루지지 않는지 스스로 먼저 반성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수많은 지원제도에서 더 실질적이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관과 기업은 모두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장조사와 사전매칭은 전시회, 상담회 모든 현지진출활동에 필수다. 시장조사를 통해 시장현황 조사, 시장진출 가능성 판단, 인증취득과 같은 시장진입 장벽 확인, 경쟁사 동향 확인, 제품 및 가격 포지셔닝, 바이어 발굴을 한다. 그리고 전시회 또는 수출 상담회에 참가하기 전에 발굴된 바이어에게 우리 중소기업 제품 카탈로그와 함께 특징과 장점을 소개한다. 이미 발굴단계에서 사전 인터뷰가 진행되었기에 메일이 스팸 처리되거나 실무 담당자를 찾아 떠돌아 다녀야하는 어려운 과정이 생략되면서 업무의 효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기술적인 내용과 가격 정보도 제공해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런 다음 현장에서 만나서는 샘플을 보여주면서 심도 있는 기술적 협의와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면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러한 준비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다. 단지 행사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행사를 위한 행사를 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왔다. 이제는 위와 같이 우리 중소기업을 1:1 원스톱으로 시장진출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럴 때 러시아 시장은 우리 중소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단단한 디딤돌이 되고, 러시아 중소기업들에게도 우리 중소기업의 제조기술을 지원받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러시아 시장은 우리 중소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만큼 러시아 시장 환경과 궁합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기업은 없다. 우수한 상용화․제조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와 혁신․원천기술을 보유한 러시아, 즉 상호보완적인 구조를 갖는 두 나라가, 그리고 두 나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미래 선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날이 빨리 다가오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48호(2018년 5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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