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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논의돼야 할 핵심 쟁점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논의돼야 할 핵심 쟁점
  • 정초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 승인 2018.07.0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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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지원보다 청년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방안 모색해야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인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대한 구조적 해법 논의 필요

지난 3월 15일, 정부가 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을 발표한 이후 평가가 분분하다. 크게 봐서 노력이 엿보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측면과 혈세 낭비라는 측면이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세금이 알맞게 쓰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입장에서 정책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치권과 주요 보수 언론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은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의 쟁점을 오히려 왜곡시키는 듯하다.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한 보수 진영의 왜곡된 인식

자유한국당은 청년 일자리 대책을 ‘세금 퍼붓기’로 규정하고 앞장서서 비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논평에서는 중소기업 취업으로 자산을 형성한 청년들이 정책 시행 기간인 3년 이후 ‘먹튀’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와 더불어 청년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만들기 위한 규제 완화와 노조 혁파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이번 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에 대해 공무원 늘리기와 일시적 중소기업 소득 올리기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세금을 써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소득주도 성장’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 주도의 성장 모델, 이를 지원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기조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보수 일간지들에서도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에 대한 감세, 그리고 규제 완화를 청년 실업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보수 야당들과 주장의 맥락이 같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 동안 해왔던 신자유주의 방식을 더 강화하자는 것이다.

결국 보수 진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입장은 청년들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보다 규제 완화와 감세 등의 신자유주의적 기업 정책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지금 보수 진영이 강조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기업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지원은 지난 수년간 취해왔던 방식이다. 결국, 이로 인해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이 대거 양산되었고, 기업에 대한 지원은 투자로 이어지지도, 노동자에게 전달되지도 않았다. 이는 1996년 노동소득 분배율(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79.8%였던 데 비해 2012년 68.1%로까지 하락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이병희, 2015)

그 결과, 경제사회적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일반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이를 지켜 본 청년들은 비정규직과 같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통해 섣불리 노동시장에 들어가기 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되거나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실업 상태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보수 진영의 관점은 이미 효과가 없다고 판명이 난 ‘낡은 대책들’로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에 대한 평가

3월 15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에 대해서는 각 진영과 입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먼저, 이번 특단 대책의 긍정적 측면부터 살펴보자.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게 진전된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첫째,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3개월간 30만원에서 6개월간 50만원으로 인상되었다. 또한 단순히 현금 지원만이 아니라 지원금을 받는 동안 구직을 위한 상담이나 훈련과 같은 고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시켰다. 청년들이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평균 약 45만원이 지출됨을 감안하면 구직활동지원금 수준이 현실화되었고, 고용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고용과의 연계성도 강화시킨 점은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임금 외 인프라에 대한 지원 및 직장 문화에 대한 개선 대책도 포함되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 대해 단순히 임금 지원만이 아니라 주거비와 교통비에 대한 지원, 근로시간 단축,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근절을 위한 대책이 마련된 것이다.

셋째,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어 지역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중앙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결과, 그 성과가 수도권 중심으로 한정되고 지방의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배제되면서 일자리 정책에 있어서도 지역 간 격차가 발생했다. 그 결과,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리면서 일자리와 주거 등 과밀화 문제가 심화되고, 지방은 청년들이 떠나고 없어 활력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는 지역별로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고, 지역 청년들에 대한 주거·교통·복지 등 인프라에 대한 지원도 포함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의 한계를 짚어보자. 무엇보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한계는 청년 실업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자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비정규직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보수 진영은 기존의 낡은 관점에 사로 잡혀 ‘잘못된 대안’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특단 대책에서는 대부분의 정책들이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으로 한정되면서 5년 이후에는 또 다시 일자리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는 구조가 반복되게 된다. 올해 확대되는 내일채움공제가 작년 기준으로도 집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런 근본적 구조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시적인 현금 지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육아휴직, 사내문화, 노동시간 등의 고질적인 격차를 덮을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고작 교통비 10만원으로는 임금도 낮지만 시설의 노후화, 주거 등의 인프라 부족까지 더해져 기피 대상이 된 산업단지로 청년들을 유인하긴 어렵다. 또, 기업에 대한 보조금은 노동자들에게 흘러 들어갈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에 또 다시 포함되었다.

그리고 30세 미만 청년 창업의 ‘5년 생존율’이 15.9%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출 위주의 창업 정책은 청년들에게 빚더미로 둘러싸인 불안정한 일자리를 장려할 뿐이다. 또, 해외 취업 및 고졸 청년들의 취업 방안에 대해 여전히 미흡한 사후관리나 고졸 청년들의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른 척하고 있다. 모호하기 짝이 없는 유망 분야 일자리, 혁신성장 선도 사업은 여전히 일자리 창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긍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노력은 여전히 부실하다. 고용서비스 제공의 주된 역할을 맡고 있는 고용센터는 인력 부족과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직장 문화를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근로 감독관의 수도 여전히 부족하다. 구직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직업훈련 체계 역시 단순한 사무 기능이나 회계 업무 등에 편중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들이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문재인 대통령과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들이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논의돼야 할 핵심 사안들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기반이자 미래를 담보하는 힘이다. 따라서 이번 특단 대책에서 발표된 2~5년의 한시적인 지원책들은 미래를 감안해서 움직이는 청년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논의돼야 하는 것은 지난 수년간의 시행 결과를 볼 때 이미 실패로 판명된 규제 완화나 노동시장의 유연화 같은 신자유주의적 처방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나타난 양극화의 해소가 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장기적인 목표 및 수단을 수립하고, 단기적인 해법 모색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 한시적 지원을 통해 장려하는 중소기업, 해외 취업이나 창업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들어갈 경우 얻을 수 있는 지속적인 안정성에 비해 여전히 기회비용이 크다. 이 기회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본질적인 해법은 정부의 보편적 복지 강화와 경제민주화의 본격적인 추진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를 해소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유망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경영 노하우 등을 지원하고 전수해야 한다. 근로 감독관의 대거 채용으로 임금 및 노동 조건을 상시적으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을 마련하고 직업훈련 및 고용서비스 등 취업으로 연계되는 분야에 있어 공공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제도적으로 축소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 안전망을 튼튼하게 마련해야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 걸었던 기대를 생각하며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이유는 초반의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면서 청년과 비정규직 당사자가 포함된 범정부 기구인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었고, 지난 12월과 1월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테이블을 만들었다. 이런 행적들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필요한 부분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느껴진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은 당사자들의 시각이라기보다는 과거 정부에서 발표된 기존의 정책들과 큰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자리 위원회가 무력화되고 기획재정부 위주로 굴러가고 있다는 몇몇 보도들은 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낳고 있다.

지난 1월의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경제 문제 그 이상으로, 젊은이들의 꿈, 희망, 미래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청년들의 ‘주머니’를 지금 이 순간에만 채워주는 것일 뿐 청년들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특단 대책 제시를 계기로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고민하고,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인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대한 구조적 해법이 정치사회적으로 함께 논의되길 기대해본다.

참고 : 이병희, 2015, “노동소득분배율 측정 쟁점과 추이”, 『월간노동리뷰』 2015년 1월호,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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