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1 18:10 (화)
“암호화폐는 기존의 화폐제도를 대체하지 못할 것”
“암호화폐는 기존의 화폐제도를 대체하지 못할 것”
  • 윤종인 본지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18.07.17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상(암호)화폐 논란을 바라보며

일부 사람들에게만 관심사였던 비트코인이 2018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어딜 가나 “도대체 비트코인이 무엇인가”라는 토론이 벌어지고, 이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전개되기도 한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초보적이나마 암호화폐를 알게 되었고, 그것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블록체인은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되는 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4차 산업혁명의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가상화폐로 부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은 잘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말부터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었고 거래소를 통한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격의 폭등과 폭락이 거듭되면서 거품과 이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 정부당국이 규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아직은 초창기이므로 신중한 정책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새로운 현상이므로 이를 둘러싼 논쟁은 그 영역을 무한히 확대할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암호화폐에 의한 기존 화폐제도의 대체 가능성이다. 즉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나 우리나라 원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존의 화폐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현재의 화폐제도를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늘날의 화폐제도란 중앙은행제도인데, 다른 많은 제도들이 그러하듯이 중앙은행제도도 수백 년에 걸친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제도는 단순히 화폐를 공급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하기 훨씬 이전에 금이나 은이 법정화폐를 대체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화폐로 기능해 왔던 금과 은 대신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불환지폐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중앙은행제도가 수행하는 화폐정책을 들 수 있다. 즉 중앙은행은 화폐정책을 통해 경기변동을 조절하는 등 탁월한 기능을 갖고 있다. 최근에 널리 알려진 예로는 이른바 양적 완화가 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양적 완화를 단행했고, 이를 통해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만한 사건’으로 평가되었던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물론 양적 완화 이후 인플레이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폐정책이 없어도 좋다고 말해선 곤란하다. 즉 양적 완화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라면 양적 완화보다 더 좋은 화폐정책이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그런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누군가 수학퍼즐을 풀어 채굴을 하면 비트코인은 증가한다. 즉 비트코인은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증가한다. 게다가 최대 2,100만 개까지만 발행된다고 한다. 금과 은도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공급되었고, 그 채굴량도 제한적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금은과 비트코인은 비슷하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금본위제도가 불환지폐를 발생하는 중앙은행제도로 이행하여 왔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제도를 대체하리라는 주장은 금과 은이 하지 못했던 일은 비트코인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과 은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상품이지만 비트코인에게 그런 가치가 있기나 한가? 요컨대,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제도를 대체하리라는 것은 쓸데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큰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암호화폐는 기껏해야 보조화폐로 기능할 수 있을 뿐이다.

암호화폐의 지지자들이라면, 암호화폐가 보조적인 기능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보조적인 결제수단이 되기에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비트코인은 이를 거래하는 금융기관, 지급결제체계, 중개기관 등에게 아무런 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 둘째 특정 품목의 판매를 금지할 수도 없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등장 초기에는 마약 등 불법적인 상품의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고 한다. 셋째 비트코인을 이용한 상품거래에서는 취소 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 이는 소비자보호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거버넌스(governance)를 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보조화폐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최근 정부가 암호화폐의 규제에 나선 이유는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등장 초기에는 (마약 등 금지품목의 거래가 많았지만) 그래도 지불수단으로서 기능을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지불수단으로 기능하기보다 투기적 자산으로 변모하였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거래소를 통해 매수한 후 보유(Buy-and-Hold)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거래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 시장의 심도는 매우 약하다(shallow market problem). 그러므로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래상대방 리스크(counterparty risk)도 크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비트코인 등장 초기에 비트코인거래소의 45%가 영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나라들은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또는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것이 현재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적 문제도 많다고 한다. 비트코인의 위변조는 불가능하다지만 사용자의 private key가 탈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로 해킹 또는 서비스거부(Denial-of-service)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게다가 장점으로 여겨지는 익명성도 침해될 수 있다고 한다.

암호화폐는 기존의 화폐제도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보조화폐로 기능할 수 있을 뿐인데, 그것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다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만큼 현재 암호화폐에는 경제적 결함뿐만 아니라 기술적 결함도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는 일이 암호화폐가 직면한 과제이다. 지금은 비트코인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암호화폐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 Yahoo가 석권하고 있던 검색엔진시장을 후발 주자인 Google이 장악하게 될 줄 누가 알았던가? 암호화폐는 완성된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제도를 대체하리라는 주장은 금과 은이 하지 못했던 일은 비트코인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과 은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상품이지만 비트코인에게 그런 가치가 있기나 한가? 요컨대,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제도를 대체하리라는 것은 쓸데없는 주장이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위키백과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제도를 대체하리라는 주장은 금과 은이 하지 못했던 일은 비트코인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과 은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상품이지만 비트코인에게 그런 가치가 있기나 한가? 요컨대,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제도를 대체하리라는 것은 쓸데없는 주장이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위키백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