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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주장 이전에 ‘배당소득 적자’를 들여다봐야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주장 이전에 ‘배당소득 적자’를 들여다봐야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09.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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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상반기 -9조3천억원으로 급료및임금 수지 적자의 6.5배
‘공정경제 세제’ 통해 배당소득 적자 줄이는 게 시급
배당 대상 수익에서 예대 마진 제외 등 특단의 조치 필요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물질의 극소세계를 궁구하는 물리학의 양자역학처럼 작은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넓은 세계를 폭넓게 살펴볼 수도, ‘나비 효과’처럼 둘을 연관시킬 수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제수지 동향은 거시 세계를 조망하며 미시 세계와 연결지어볼 수 있는 일종의 준거로 기능한다. 이런 측면에서 시장에서 소득을 사전에 배분하는 가격변수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국제수지 동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더 큰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 이른바 ‘블루칩’들의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급증’이 그것이다.

사진 -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소상공인 모습
사진 -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소상공인 모습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국제수지 중에서 본원소득 수지에 반영된다. 이 수지는 급료및임금 항목,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으로 이뤄지는 투자소득 항목으로 이뤄진다. 쉽게 말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금액(외국인노동자가 받는 임금 등, 외국인 주식투자에 대한 배당, 해외 발행 국채 등 대외부채에 대한 이자 등)과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금액(국내 노동자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임금, 국내인의 해외주식투자에 붙는 배당, 내국인 해외에 꿔준 돈에 대한 이자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국제수지에도 반영

급료및임금 항목의 수지는 꾸준히 적자다. 이는 우리나라가 노동 수출국이 아니라 노동 수입국임을 보여주는 거시적인 지표임을 보여준다. 2018년 상반기 급료및임금 항목의 수지는 -6억9천만달러(6월 말 환율 기준 약 77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4억달러보다 2억9천만달러(약 3200억원) 악화했다. 그만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금액보다 해외로 나가는 금액이 많았다는 뜻이다.

급료및인금 항목 수지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준 영향을 살펴보자. 고용허가제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는 올해 상반기 25만1천명, 지난해 상반기 21만6천명이다. 2017년과 2018년 월(209시간 기준) 최저임금은 각각 135만2230원, 157만3770원이다. 연장근로 등을 빼면 올해 상반기 지급된 총임금은 2조37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7500억원보다 6200억원 증가헸다. 외국인노동자가 임금의 70%를 해외로 보낸다고 가정하면 해외송금액은 2017년 상반기 1조2천억원, 2018년 상반기 1조6600억원 수준이다. 약 4600억원 증가한 셈이다. 이로부터 올해 상반기 임금및급료 항목의 수지 악화 3200억원은 국내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및급료가 1400억원 정도 증가하긴 했지만, 국내 외국인노동자의 해외송금액이 4600억원으로 늘어난 결과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표-임금및급료 수지 추이, 자료: 한국은행
표-임금및급료 수지 추이, 자료: 한국은행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추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잘 걸렸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라야 할 지점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본원소득 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의 하나인 배당소득 수지가 바로 그곳이다. 2018년 상반기 -82억9천만달러(약 9조3천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56억5천만달러보다 26억4천만달러(약 3조원) 악화했다. 배당소득 수지는 2013년 30억6천만달러 흑자에서 2017년 -50억2400만달러 적자로 급반전했다. 밖에서 벌어들이는 배당 수입보다 외국인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배당수입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급증하는 배당소득 적자…2013년 30억6천만달러에서 4년만에 -50억2400만달러

표-배당소득 추이, 자료: 한국은행
표-배당소득 추이, 자료: 한국은행

배당소득 항목의 적자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등이다. 2017년 하나․국민 등 4개 금융지주회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2조3171억원이다. 이들 지주회사의 외국인 비중이 7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투자자에게 흘러간 배당소득이 1조6천억원이 넘는다. 순이익 대비 배당의 비중인 배당 성향은 22.5~26.7%에 이른다. 지주회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은행을 포함해 모든 은행들의 지난해 배당은 3조4362억원으로 전년 2조4517억원에 비해 56.5% 증가했다. 순이익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 배당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수익이 많아지면 배당 성향을 높여 지주회사로 넘기고, 지주회사는 이 가운데 25%를 주주의 70%를 구성하는 외국인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표-삼성전자 배당금 추이, 자료: 고용진 의원실
표-삼성전자 배당금 추이, 자료: 고용진 의원실

삼성전자의 2017년 배당은 5조83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8천억원 이상 늘었다. 외국인지분 53%를 감안하면 외국인 배당액은 3조원에 육박하고, 2017년 배당소득 항목 수지 적자폭 확대(약 3조5천억원)에 삼성전자 홀로 기여한 몫만 따져도 29%인 1조원에 육박한다. 2018년에는 총 9조6천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보다 65% 늘어난 규모다. 이미 지난 8월 4분의 1인 2조4천억원을 중간 배당했다.

요약하면, 올해 상반기 임금및급료 대 배당소득 적자는 -7700억원 대 -9조3천억원이다. 1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임금및급료 적자폭 확대에 기여한 부분은 46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배당소득 적자폭 확대에 기여한 부분은 3조원으로 어림된다. 6.5배의 차이가 난다.

예대 마진 수익은 배당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적극 검토해야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배당소득 적자의 10~20%%인 9300억~1조8600억원만이라도 하청기업 납품단가 인상 등으로 흘러갔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은 상당히 개선됐을 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이전에 ‘공정경제’를 적극 추진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의 배당 성향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현재 국민소득을 추산할 때 금융기관들은 단순한 ‘위험 부담’(risk bearing)을 이유로 국민경제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들은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로 벌어들이는 예대마진이 전체 수익의 80~90%에 육박하는데, 이게 모두 부가가치 창출로 계산된다. 하지만 예대 마진은 은행들의 적극적인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와는 구분돼야 한다.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벌어들인 것을 몽땅 부가가치 창출로 인정하고, 이렇게 해서 발생한 수익의 25% 가량을 배당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부가가치 측정방식을 개편하든지, 예대 마진으로 발생한 수익은 배당 대상에서 제외하든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배당 증액에 대한 세제 혜택 폐지 필요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배당 증가에 대한 세액공제는 축소가 아니라 폐지하는 게 타당하다. 기업들이 알아서 하도록 헤야지 여기에 세제 지원까지 할 이유가 없다. 대신에, ‘공정경제’ 세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소 하청기업에 대한 납품단가를 인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상생소득기금’을 만들어 기금기업규모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원청 대기업의 임금 인상분의 절반 이상을 하청 기업 노동자를 위해 기부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자 본인뿐 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안의 도입도 시급하다. ‘하이닉스형 임금기부제’를 제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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