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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포루트나(Fortuna), 진정한 비르투(Virtu) 못지않은 행운
문재인 대통령의 포루트나(Fortuna), 진정한 비르투(Virtu) 못지않은 행운
  • 신성은 선임기자
  • 승인 2018.07.19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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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은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불편하지만 우리에겐 매우 필요한 독특한 협상가를 만났다. 이건 분명 행운이다. 그는 국내 보수주의의 공격을 무디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2017년 11월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 사진=정책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불편하지만 우리에겐 매우 필요한 독특한 협상가를 만났다. 이건 분명 행운이다. 그는 국내 보수주의의 공격을 무디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2017년 11월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 사진=정책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어나가고 있다.

그에겐 리더로서 비르투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비르투가 더욱 빛나고 강력해 보이는 것은 포루트나가 그를 뒷받침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운이 따른다. 역설적으로 더욱 강하다.

근대 현실주의 정치학의 거두 마키아멜리는 지도자에게 강인한 비르투를 요구한다.

비르투는 강인함, 용기, 그리고 교활함을 포함하는 여우같은 지혜를 의미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신중함을 갖춘 지혜는 현실정치학에서 유능한 지도자의 가장 강력한 덕목이다.

그러나 주어진 운명마저 돌파해내는 비르투에 대한 강조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운명이 현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크다는 점을 반증한다. 바로 행운, 운명으로 표현되는 포루트나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중국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은 인간사 성공과 실패는 운이 7할, 노력이 3할을 차지한다고 했다.

현실주의 정치학은 현실이 갖는 복잡성, 현실분석과 이론의 한계, 인간능력과 의지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만큼 현실은 운명 혹은 운, 즉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예측이 쉽지 않다.

보다 쉽게 말하면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따라줘야 대업이든 소업이든 이뤄낼 수 있다. 의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운에 맞서거나 혹은 운을 받아낼 수 있는 노력과 의지, 지혜를 강조한다. 그러나 굳이 흑백논리로 말하자면 운이 더 중요하다. 운명까지 이기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은 어느 정도일까?

김대중 대통령은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15대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전까지 그는 죽음의 고비를 넘나든 매우 박복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된 과정은 그야말로 행운이 함께 했다.

행운의 대진표가 잘 작동했다. 이전 선거와 달리 여권이 분열했다. 이인제 후보는 한때 여론조사 1위를 달릴만큼 강력했고 큰 표를 분산시켰다. 여권의 이회창 후보는 정치력이 매우 부족했다. 덕분에 그는 여권 프리미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선거막판 여권은 엄청난 속도로 격차를 줄여나갔다. 그래서 당시에 선거일이 몇일만 더 늦춰졌다면 역전됐을지 모른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이회창 후보는 정치자금에 유연하지 못했다. 게다가 정권교체의 두려움에 막판 엄청난 자금유입과 여권의 단결을 끄집어냈으나 격차를 극복하기엔 다소 늦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3당합당이라는 한국정당사에 극복되기 어려운 흑역사 끝에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수구의 한축인 JP까지 끌어안아야 했다. DJ는 불굴의 비르투와 예상치 못한 포루투나가 결합된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대 통령의 Fortuna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의 대통령 당선은 행운이 깃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은 차기대권후보중 가장 높은 지지율로 이끌었다. 그는 야권 대권후보중 하나였다. 가능성은 높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이지 않았고 지지율은 불안했다. 만약 2018년 613지방선거를 거쳤다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등 적지 않은 후보들의 위상이 어찌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는 탄핵과 조기대선을 치루는 과정에서 가장 준비된 후보였고 박근혜국정농단과 대비해 책임감과 원칙이 빛나는 후보였다. 게다가 그는 예의바르고 착해 보였다.

그는 대통령탄핵국면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고 그 격차도 그리 좁혀지지 않았으며 손쉬워 보이는 레이스 끝에 역대 최다표차(557만938표차)로 승리했다.

그는 집권후 1년이 넘은 지금도 7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역대 최고다. 이는 허약한 야당의 도움이기도 하다. 더욱이 보수 집권시절 정의와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민심에 적폐청산이라는 정책이 잘 녹아들었다. 탈권위적이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큰 파격과 달리 예의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이미지는 안정감을 기반으로 많은 보수층의 지지까지 끌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김정은의 핵미사일 발사와 박근혜 정권의 사드배치로 야기된 외교적 위기는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중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북핵위기에 비핵화노선을 견지한 그에겐 세계사에 기록될 역사적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돌변이다. 그는 더욱이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비핵화를 협상테이블로 올려놓았다.

이후엔 문재인 정부의 능력과 행운이 겹쳐지는 형세다.

외교적 난관과 내부적 비난에도 일관성을 유지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확한 분석력과 의지의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그의 행운을 무시하기 어렵다.

김정은은 오랜 해외유학시절을 경험한 경제 개혁개방파다. 여기에 트럼프라는 묘한 변수가 곁들여졌다.

드디어 사상 최초의 6.12 북미정상회담이 치러졌다.

미소 이데올로기 냉전의 마지막 대결장으로 꼽히는 한반도에서 6.25전쟁이후 무려 75년만에 북미정상회잠이 성사된 것이다.

그것도 북한의 비핵화를 주제로 새로운 시대를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엄청난 너스레와 달리 협상내용은 구체적이지 못했다.

CVID를 못박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다시 한번 비핵화 프로세스를 적대국간에 확인한 엄청난 자리였다.

그런데 만약 북미협상이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까지 올 수 있었을까?

그간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남북한 문제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 컸고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상유지(Status Quo)에 불과했다. 더욱이 석유가 걸린 중동에 항상 밀리는 이슈였다.

그런데 트럼프는 전혀 다른 대통령이다. 그는 소위 워싱턴 정가에서 성장한 소위 워싱턴 정치인이 아니다. 마구 트위트를 날려댄다. 오랜기간 유지돼온 미국 외교전통, 특히 합리성과 외형적 다자존중, 안정성은 온데 간데 없다. 외교정책은 미국 대통령의 능력이 집중되는 분야이긴 하지만 이토록 개인의 퍼스낼러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적은 없었다.

그는 이란핵협정 폐기안에 사인했다. 유럽의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이런 외교적 비난공세에 역설적으로 북핵위기 타결에 집중했다.

그는 외교, 내치, 성스캔들은 공화당내에서도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대선기간 러시아게이트는 특검의 공세로 시끄럽다.

그래서 더욱 북핵에 집중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북핵위기가 올초 방향을 틀었다.

여기엔 김정은 위원장의 변화가 큰 몫을 했다. 그렇지만 역시 국제정치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이 가장 크다.

그의 일관성과 다소 우스워보이기까지 했던 운전자론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이유인 북핵문제와 관련, 과연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진보정권은 항상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집중했지만 항상 조심스러웠다. 어느 정도는 북한정권의 벼랑끝 전술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항상 국내에서 보수세력의 집중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북핵이슈는 더 민감하다. 국가안보가 전면에 걸려있고 북한의 최우선정책이다.

그래선지 다자간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너무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했다. 쉽지 않지만 미국이 형성한 다자간협상의 전형이다.

그런데 김정은과 트럼프는 이 공식을 과감하게 깼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높이 평가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명백하다. 어메리카퍼스트다. 그래선지 단순하다. 덕분에 매우 이성적인 유럽에선 냉소를 받고 있다. 유럽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는 이란핵협정은 그의 외교정책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아직까지 북한핵협상에선 유리해 보인다.

그는 미국의 막강한 힘을 빌미로 미국의 이해를 밀어붙인다. 그야말로 ‘거래의 기술’을 발휘한다. 여기엔 벼랑끝 전술의 북한, 김정은도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만다.

물론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북한과 김정은이 역시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것도 대단하다. 물론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 양자는 이해관계로 볼 때 이 페이스로 나름 꽤나 빠르게 진전해나갈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역사적으로 보면 엄청난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북핵당사자인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프로세스를 진행키로 한 것은 남한의 힘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협상자체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핵동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당초부터 완전한 비핵화이외에는 협상 자체가 안됐다.

그는 CVID를 내걸고 있는데 결국 방향은 이쪽으로 갈 것이다. 문제는 “GIVE & TAKE”다 결국 북미간의 주고받기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불편하지만 우리에겐 매우 필요한 독특한 협상가를 만났다. 이건 분명 행운이다. 그는 국내 보수주의의 공격을 무디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문제 더 나아가서는 남북통일을 추진하는 데 더욱 많은 난제와 국내 보수세력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나름 민낯이 드러난 김정은도 문재인 대통령에겐 나름 행운이다.

이제 그의 비르투가 더욱 빛을 발할때다.

그의 비르투가 더욱 강해진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국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엄청 빠르게 맞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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