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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누구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나?
미 연준, 누구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09.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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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금리 인상 근거…11월 중간선거와 트럼프의 정치경제학

지난 9월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2~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올들어 세 번째다. 그동안의 통화정책을 '완화적'(accommodative)이라는 표현하는 문구도 연준의 정책성명서에서 사라졌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긴축적’임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빠르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져 연 2%로 설정한 목표 물가상승률을 위협하는 상황을 연준은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2월 한차례 추가 금리인상, 내년 3차례, 2020년 1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올해 말 2.4%, 2019년 말 3.1%, 2020년 말 3.4%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연준의 전망이다.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모습 - 위키피디아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모습 - 위키피디아

“기분이 언짢다”는 트럼프의 속내는?

연준에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해 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짐작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연준이 금리를 올렸다. 언짢다(not happy)”고 트위터에 자신의 기분을 날렸다. 하지만 속내까지 그런지는 알 수 없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오히려 속으로는 웃음을 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금리를 내려 민주당을 도왔다’고 공격했던 트럼프가 ‘금리 인상을 통해 경제를 둔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로 이어져 무역적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쉬운데다, 주택저당채권(모기지) 금리의 상승, 주택 임대료의 상승 등을 낳아 미국 서민들의 부담을 늘릴 위험성이 높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신흥시장으로부터 미국으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외환․금융위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내 기준금리와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주식과 채권)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기준금리 격차가 0.5%포인트이던 때에 주식투자자금은 유출돼 왔지만, 채권투자자금이 흘러들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부분의 분석이다. 오히려 국내의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낳을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은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의 증가, 이로 인한 민간소비지출의 둔화 등 국내적인 측면이 훨씬 더 큰 편이다. 하지만 터키나 아르헨티나 등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와 외환보유고 고갈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에게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추가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약한 노동자 보수 증가율…물가상승 압력 없어

흥미로운 점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왜 올렸느냐에 관한 것이다. 고상한 이론 등을 내세우지 않아도 현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필요성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기간 동안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도 미약한 임금 상승이 ‘미스터리’로 계속 남아 있다. 2018년 8월 미국 노동자 시간당 명목임금은 1년 전과 견줘 2.9%였지만, 유가 인상 등에 따른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0.2% 오르는 데 그쳤다. 임금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거의 없는 셈이다.

미국 노동자 당 사용자 총보수비용 추이자료: 미국 BLS, 단위: 달러, ()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
미국 노동자 당 사용자 총보수비용 추이
자료: 미국 BLS, 단위: 달러, ()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유급휴가, 퇴직연금, 의료보험, 상여금 등과 같은 ‘비임금 급여’(non-wage benefits)의 상승에서 금리 인상의 근거를 찾으려는 모습을 내비쳤다. 경제 상황을 서베이한 결과를 보여주는 ‘베이지북’(Beige Book) 9월호에서 연준은 “(구인을 하거나 노동자를 직장에 붙잡아두려는 회사들이 임금보다는) 직업훈련, 휴가, 유연 작업시간, 상여금과 같은 비임금 보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근거로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은 낮은 임금 상승을 비임금 급여의 상승이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연준 금리 인상의 근거를 찾기도 한다.

비임금 급여 급격한 증가 확인되지 않아

하지만 비임금 급여의 급격한 상승은 지표로 확인되지 않는다. 명목 기준으로 노동자 당 사용자의 총보수(임금+비임급 급여) 비용은 1년 전과 견줘 2018년 6월 2.8%, 2017년 6월 3.0%,, 2016년 6월 2.9%, 2015년 6월 4.3%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증가율은 이보다 더 낮아진다. 게다가, 비임금 급여가 임금보다 더 빨리 증가한다면, 노동자 총보수 대비 비임금 급여 비중이 커져야 할 텐데 이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 이 비중은 2018년 6월 31.7%로 2017년 2분기, 2015년 2분기와 같았다. 금리 인상을 정당화시킬 만큼 비임급 급여의 급격한 상승은 없다는 얘기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갖는 함의는 겉으로 보기에는 양면적이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더욱 강해지고, 위안화의 급속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중국 인민은행의 개입은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불러오면서 중국 정부의 설자리를 좁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달러 대비 위안화 평가절상은 중국 정부의 일관된 방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이점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강한 달러’가 미국 무역적자의 주범이라는 반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은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임대료 등 미국 서민 부담만 증가시킬 위험성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서민들이 주택시장에서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장기금리 인상으로 이어져온 추세는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만기 재무부채권 금리는 지난 8월 말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올라 2.8%를 웃돌았다. 덩달아 모기지(주택저당채권) 금리도 올랐다. 4.2%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가 상승했다. 모기지 금리의 상승은 주택시장의 둔화(신규 주택 착수 둔화, 주택판매 건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서민층 가구의 임대료 등 주택비용(지대)의 상승을 낳는다. 주택비용은 미국 저소득 가구와 중간소득의 지출에서 단일 지출 항목으로는 가장 크다. 2008년 대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임대주택의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타격은 더 크다. 2006년 31%였던 임대 비율은 현재 37%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가 연준과 민주당을 묶어 공세를 펼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상당히 부족하다. 이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아무래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숱하게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 누구를 위한 금리 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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