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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팽팽해지는 미‐‐중 패권 줄다리기
점점 팽팽해지는 미‐‐중 패권 줄다리기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0.0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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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방주의 ‘채찍’에 개도국 해외개발투자․지원 ‘당근’ 결합
중국, 미국 석유․콩 수입 중단…일대일로 ‘과잉 팽창’의 운명은?
미국이 '빚의 덫 외교'라고 중국을 비난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스리랑카 남부 함반도타 항구의 모습. 위키피디아
미국이 '빚의 덫 외교'라고 중국을 비난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스리랑카 남부 함반도타 항구의 모습. 위키피디아

글로벌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과 지역 패권국으로 우뚝 서려는 중국의 줄다리기가 장기화할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3일 해외 인프라 차관 제공을 넘어 지분 투자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해외개발 투자․지원법인 이른바 ‘빌드’(BUILD Act; the Better Utilization of Investments Leading to Development) 법안을 민주․공화 양당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9월26일 두 당의 전폭적인 공조 속에서 하원에서도 통과된 이 법안은 이르면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발효한다.

법이 발효하면 국제개발금융공사가 기존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를 대체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관 제공 등이 핵심 업무인 국제개발처(USAID)의 기능을 상당 부분 흡수하는 통합기구의 위상을 갖게 된다. 이 기구의 투자․보증 한도는 600억달러(약 67조5천억원) 규모로 기존 OPIC의 두 배를 넘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차관 제공과 민간투자를 결합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항만, 수도 등 인프라 사업에 대한 공세적인 투자․보증 업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허용되지 않던 지분투자도 가능하게 됐다.

이 법의 목적은 “저발전(less-developed)국, 소수자・여성 소유 기업, 소기업,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우선에 두고 “지속가능하고 광범위한 경제성장, 빈곤 감축,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에너지, 항만 등의 인프라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기존 OPIC는 해산될 위험에 놓여 있다가 ‘확대・강화’로 반전된 것도 중국 견제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트럼프는 OPIC가 ‘원조를 분배하는 기구’라거나 불필요한 “기업복지”라고 비판해 왔다.

OPIC가 미국의 상업 외교에 필수적임을 내세우며 DIFC 설립을 주도한 OPIC 회장 겸 대표인 레이 와시번은 “(DIFC가) 많은 개도국들에게 심각한 빚을 지게 해온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 지향적 구상에 대해 금융적으로 건전한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는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파키스탄, 지부티, 스리랑카, 바누투아, 파푸아뉴기니, 통가, 라오스, 캄보디아 등 16개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중국이 '빚의 덫 외교'(debt trap diplomacy)를 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리랑카 남부 함반도타 항만 인프라 사업이 꼽힌다. 스리랑카 정부의 채무상환 불능으로 중국은 99년 간 이 항구를 임차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우려가 커지는 속에서 최근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은 중국와 진행하기로 한 수십조원의 인프라 사업을 재검토하거나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무역분쟁에 맞선 중국의 ‘장기 항전’ 의지도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인 자오상쥐에너지운수(CMES)의 셰춘린 대표가 3일 홍콩 글로벌해운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해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미국산 원유와 대두 수입이 중단됐다. 대두의 경우 브라질 등 남미에서 대체수입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로이터통신>은 3일 미국산 원유의 중국 운송이 지난달부터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해 왔는데, 2015년 50만배럴에서 2016년 360만배럴, 2017년 8170만배럴로 163배 급증했다. 2017년 기준 미국 원유 수출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은 현재 원유 수요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수준이다.

미국 대중국 원유 수출 추이
미국 대중국 원유 수출 추이

미국산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에 이어 미국산 원유 수입까지 중단한 것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에너지와 식량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은 서아프리카 국가들과 원유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유사가 10월 서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171만배럴로, 이는 2011년 8월 이후 최대치로 알려졌다. 남미와 러시아 쪽으로 대두 수입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연 160억달러 어치의 대두를 수입해 왔다.

두 나라가 예고한 대로 무역분쟁은 점점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9월24일부터 각각 2천억달러, 600억달러 어치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각각 10%, 5~10%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는 25%로 관세율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 7월과 8월 1, 2차 맞불 관세 부과에 이어 세 번째다.

동시에 미국의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 강해진 달러 강세 추세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국으로서는 딜레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상품 경쟁력 회복 차원에서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수도 있으나, 지금으로 봐선 미국이 관세를 더 올릴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안화 급락으로 인해 2015, 2016년 때와 같은 대규모 자본 이탈이 일어날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은 대만에 대한 대량의 무기 판매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하나의 중국’이라는 자존심을 건드리는가 하면, 남중국해에서 두 나라의 군함이 불과 40m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렇다고 미‐중 분쟁의 전면화․다변화가 반드시 장기화로 이어지라는 법은 없다. 그만큼 타협의 카드도 많아지는 측면이 있어서다. 하지만 적어도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트럼프와 네오콘 주도의 ‘일방주의’가 누그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해법을 찾더라도 그 시기는 2019년이 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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