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5 20:21 (목)
'대금융위기․뉴노멀․트럼프' 시대와 노벨경제학상
'대금융위기․뉴노멀․트럼프' 시대와 노벨경제학상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0.10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드하우스의 탄소세 제안과 이란 핵협정 파기로 유가 상승 부른 트럼프
로머의 ‘내생적 성장이론’, 공급 측면만이 성장 결정한다는 한계 여전

늘 경계해야 하지만 ‘사후시각은 언제나 2.0 이상’이다. 결과를 나중에 돌아보면 그럴 만하다고 수긍하게 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여기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노벨경제학상의 정확한 명칭은 The Nobel Prize in Economics가 아니다.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 in memory of Alfred Nobel)이다. 노벨의 유언에는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5개 분야만 언급돼 있었다. 경제학 분야는 스웨덴 중앙은행 설립 300주년을 기념하여 1968년 제정됐다. 그래서 5개 분야의 수상자는 1901년부터 나왔지만, 경제학 분야는 1969년이 처음이다). 기후변화가 장기 경제성장에 주는 효과에 관한 연구로 환경경제학의 개척자로 꼽히는 윌리엄 노드하우스(77) 미국 예일대 교수, 주류경제학의 연장선에서 기술 변화를 성장이론에 통합한 ‘내생적 성장이론’을 제시한 폴 로머(62) 미국 뉴욕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뉴노멀과 트럼프 시대에 '장기 경제성장'이란 주제를 정한 노벨경제학상. 사진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장면. 위키피디아
뉴노멀과 트럼프 시대에 '장기 경제성장'이란 주제를 정한 노벨경제학상. 사진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장면. 위키피디아

‘장기 경제성장’을 주제로 삼은 2018년 노벨경제학상

1969년 스웨덴왕립아카데미의 첫 수상자 발표 때부터 ‘미국인, 유대인, 시카고대학’(유대인계 노드하우스, 시카고대 출신 로머) 출신의 인사들에게 이 상이 유달리 많이 돌아간다는 경향을 논외로 치면, 그럴 만하다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스웨덴왕립카데미가 잡은 ‘장기 경제성장’이란 주제다. 발표 성명에서 “기후변화를 장기 거시경제 분석에 통합”(노드하우스), “기술혁신을 장기 거시경제 분석에 통합”(로머)이란 수상 공로로 표현돼 있다. 올해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상징되는 대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이 기간은 저성장과 금융 불안정과 불확실성로 요약되는 ‘뉴노멀’ 시대로 통칭된다. 장기적으로 건강한 경제성장의 중요성이 강조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시간인 셈이다.

두 번째 근거는 지난해 수상자가 ‘이기적인 합리적 의사결정’의 가정에 기반한 주류경제학과 좀 거리가 있는 리처드 탈러 교수가 받았다는 점이다. 그 역시 시카고대 출신이지만, ‘넛지’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행동경제학의 대가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식의 부드러운 개입이 목적 달성에 필요한 행동을 낳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줬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심리적 요인이 경제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는 그의 방법론은 주류경제학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주류경제학 쪽에 주는 쪽으로 기울었을 듯싶다.

세 번째 근거는 역시 지난해 6월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사건이다. 2016년 11월 발효한 이 협약에서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베출량 대비 26~28% 감축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심각한 기후변화의 증거를 부정하고 “(중국에 유리하고) 미국에 불리한” 계획 정도로 치부하는 경악할 만한 유치한 인식을 보였다. 여기에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작동했을 가능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가 상승 부추기며 탄소세 도입 제안을 비웃는 트럼프

2018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트럼프 행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에 ‘단기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드하우스 교수가 ‘탄소세’를 제안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 원유가를 끌어올려 단기적으로 온살가스 배출 효과를 낳는다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가 올해 5월 이란 핵협정(JCPOA; 포괄공동행동계획)에서 이탈한 이후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11월4일 발표 예정인 이란 산 원유 거래 금지 제재가 다가오면서 상승세는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 소비가 줄어들고 그만큼 온실가스가 적게 배출되는 결과가 생긴다. 노드하우스 교수의 탄소세로 생기는 수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설 지원과 대안 에너지 육성 등 공공정책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의 유가 상승은 오롯이 석유 자본의 수입과 이윤으로 귀결된다. 아주 큰 차이다.

그럴 만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방법론과 이론에 그대로 공감하기는 어렵다. 특히 로머 교수의 ‘내생적 성장이론’이 그렇다. 지난 10월8일 뉴욕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적 효과를 묻는 한국 기자들의 물음에 대해 그가 “중요한 것은 향상된 소득이 더 많은 기술 습득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는 답변한 터라 그의 이론에 대한 ‘간결하고 분명한’ 설명이 더 필요할 듯하다. 로머는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로서 개발경제학그룹(DEC)를 이끌다가 지난해 5월 약 8개월 만에 그만뒀다. 자기들만의 용어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장황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과정에서 예산 100만달러를 삭감하는 등 스태프들과 잦은 마찰을 빚은 게 배경이었다. 그는‘그리고’라는 단어의 사용빈도가 2.6%를 넘으면 연례 보고서인 ‘세계개발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기여 : 성장과 R&D․인적자본 투자의 연관 설정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폴 로머 교수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폴 로머 교수

신성장이론으로도 불리는 그의 ‘내생적 성장이론’의 핵심은 인적 자본 형성에 대한 투자, 연구․개발(R&D) 투자의 결과로서 기술 변화를 모델화시켰다는 데 있다. 이전의 성장모델(해로드‐도마 모델, 솔로 모델)에서 기술 변화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에 일종의 시간변수로 추가됐을 뿐이었다. 인구 증가와 비슷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 변화가 일어난다는 식으로 성장모델에 ‘그냥 달려있었다’는 얘기다. 이전의 성장모델에 ‘외생적’이라는 형용사가 달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 신성장이론은 지식을 자본이라는 생산요소의 일부로 포함했다. 기업 단위에서 인적 자본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지식의 증가를 통해 이뤄지는 기술 변화가 경험학습(learning by doing)과 같은 행동으로 이어져 성장의 엔진으로서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 to scale)을 낳을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이를 통해 추가 투입되는 자본 단위마다 더 적은 수익을 획득하거나 그대로라는 한계수확체감이나 한계수확불변을 가정한 이전의 성장모델을 넘어섰다. 다만 기술 변화는 기업 단위에 내생적이며, 한 기업에서 다른 기업으로 기술의 확산은 '도약’(jump)의 형태를 취한다. 한 산업 안에서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동일함에도 어떤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지속적으로 실적이 앞선다면, 인적 자본 형성과 연구․개발 투자에서 앞서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단일한 생산 부문을 전제하는 이 이론의 한계도 명확하다. 기업은 비현실적인 완전경쟁의 조건에 놓인다는 가정도 여기에 속한다. 게다가 이 이론은 일정한 양의 연구․개발 투자가 일정한 확률의 성공적인 혁신을 창출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쉽게 말해 일종의 복권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연구․개발의 극히 일부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혁신적 연구․개발과 그렇지 않은 연구․개발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내부의 전략, 조직, 보상체계, 산업구조, 금융 지원체계와 공적 부문과의 상호작용 등 신기술과 지식의 생산과 수정, 확산을 둘러싼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관심으로 이어진다.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혁신 생태계’가 바로 이것이다. 기술 변화가 기업에 내생적이라고 가정하는 신성장이론에서 혁신의 동학(dynamics)은 이전 성장모델처럼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시간과 공간에서 노벨경제학상은 슘페터주의 계열의 경제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타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한계 : 잠재성장의 수요 측면 무시

주류경제학으로서 신성장이론의 또 다른 한계는 (잠재)성장이 오로지 인구와 기술 등 공급 측면에서만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수요의 부진으로 실제 성장률이 하락하면 잠재성장률도 하락한다는 경험적 증거를 다른 주류경제학과 마찬가지로 무시한다. 쉽게 말해, 수요가 낮아져 경기가 침체에 들어가도 가만히 내버려두면, 달리 말해 정부가 경기대응적 지출을 하지 않아도 공급 측면에서 잠재성장률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본다. 국내 인구의 상당수가 민간 부문에서 임금이 정체하고 이를 보완해주는 사회임금도 부족하며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의 심해지면서 수요 부진이 발생할 때 잠재성장률이 불변인 채로 남아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로머 교수의 말을 빌리면 수요 부진은 인적 자본 형성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공급 측면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낳을 수 있다. “향상된 소득이 더 많은 기술 습득으로 이어지는 게 관건”이라기보다는 '(잠재)성장의 방어를 위해서도 향상된 소득이 필요하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하다. 인적 자본은 소득의 향상에도 영향을 받지만 학교교육과 직업교육, 평생학습의 날줄과 씨줄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는 게 맞다. 오히려 문제는 현 정부가 이 측면에서 혁신과 개선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낳는 부작용을 이유로 ‘소득주도성장’을 아예 폐기하라는 요구는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는 시도에 해당한다. 성장과 분배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려 하거나, 케인스의 재정지출과 슘페터의 혁신이 결코 결합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바람직스럽지 않거니와, 해롭기까지 하다.

참고로, 대금융위기 이후 실제 성장의 하락이 잠재성장의 둔화로 이어졌다는 관찰을 바탕으로 (잠재)성장에 주는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의 영향을 분리할 수 없다는 이론과 경험을 담은 책과 논문은 2012년 출간된 서버스 스톰의 책 <물가안정실업률(NAIRU; 나이루)을 넘어선 거시경제학>을 포함해 세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Storm, S. and C.W.M. Naastepad. 2012. Macroeconomics beyond the NAIRU.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Ollivaud, P. and D. Turner. 2014. “"The effect of the global financial crisis on OECD potential output.”" OECD Journal: Economic Studies Vol. 2014., Ball, L.M. 2014. “"Long-term damage from the Great Recession in OECD countries.”" NBER Working Paper No. 2018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