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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 반응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지켜보는’ 반응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0.16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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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출 억제 미시정책 속 금리 인상은 과잉 성격
유가와 식료품 빼면 인플레이션 압력 미약
이주열 총재는 10월1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켜보는' 태도를 보일까? 사진은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모습. 한국은행 홈페이지
10월1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켜보는' 태도가 보일까?
사진은 8월 이주열 총재의 기준금리 동결 모습.
한국은행 홈페이지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0월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기획재정부 산하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찌감치 금리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는가 하면, 국무총리실은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세금과 대출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랠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면서 미국에서도 통화정책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통화정책의 근본 쟁점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다. 정부와 국회 등 정치 영역의 단기적 이해관계의 입김을 차단해 중․장기적 이익, 특히 물가안정이 주는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갖는다. 중앙은행에 통화정책 권한을 위임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 결정을 존중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그런 편향이 약하기는 하지만, 미국 연준이나 독일 도이체방크의 경우 물가안정을 과도하게 특권화시키고 고용 증가를 홀대한다는 우려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물가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실업률 수준이 있다는 내용의 이른바 ‘물가안정실업률’(나이루)은 특권적 물가안정의 개념적 기초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비난을 자초한 연준의 금리 인상의 타당성이 논란을 겪고 있는 핵심 지점도 바로 이것이다. 유가와 식료품 등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로 삼는 연 2% 이내에 머물러 있는 데다 노동자의 총보수 증가율 역시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낳기에는 미미한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물가 상승 압력을 발견했기에 올들어 세 차례씩이나 금리를 올리느냐는 항변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연준을 향해 “제 정신이 아니다”는 식의 비판을 쏟아대는 모습이 볼썽사납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트럼프의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케빈 해셋 위원장이 금리 인상 필요성이 낮다는 근거를 발표한다든가,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공석 중이던 연준 이사회 이사로 지명한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훨씬 더 격조 있고 차분한 태도였을 것이다. 굿프렌드는 통화정책에서 물가안정을 특권화시키는 인플레이션 매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터라, 그에 대한 지명 철회는 트럼프의 연준 비판과 일관된다.

통화정책에 대한 차분하고 격조 있는 견제 필요

한국의 경우, 통화정책에 대한 견제의 역할은 기획재정부의 몫이었다. 최근 기재부가 유류세를 10% 내리기로 한 것도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을 보내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은행 지난 7월 성장률 전망치를 연 3.0%에서 2.9%로 낮추고 국내 민간 연구기관들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때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경기 회복세라는 판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8%, 내후년 2.6%로 낮추자 경기 둔화로 판단을 바꿨다. 국내의 경고는 무시하다가 해외의 경고에는 화들짝 놀란 꼴이다. 이런 식의 감정의 앙금이 쌓여온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보니, 기획재정부의 통화정책 견제가 불러일으키는 논란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은행 독립성 침해’라는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재부가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절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낙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정책실장보다는 국무총리실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 여부의 근거를 공개 발표하거나 금융통화위원회에 전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월13일 국회에서 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에서만 통화정책에 단순 접근하는 식으로 발언하는 순진한 태도를 보였다.

굳이 국내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필 필요까지는 없다. 유가와 식료품 가격은 국제시장이나 자연적인 조건 등 외부 충격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은행이 핵심 인플레이션을 계산할 때 제외하고 있다는 사정도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걷잡을 수 없이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 안정 차원에서 정부는 1가구 1주택을 무시하면서 채택한 ‘소심한’ 보유세 인상, 전방위적인 대출 억제라는 미시정책을 동원한 상황이기에 금리 인상을 동원하는 것은 과잉의 측면이 크다. 게다가, 금리 인상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파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나 세부담 완화 등의 정책의 효과를 무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인한 민간소비 지출이 둔화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취업자 증가 수로 상징되는 고용 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은 쉽게 무시해서는 안 되는 고려사항이다.

미국과 금리 격차, 증권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지진 않아

외국인증권투자자금 유출입 추이. 자료 한국은행
2017~2018년 외국인증권투자자금 유출입 추이. 자료 한국은행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10월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책임있는 태도다. 물론, 만약의 사정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금리를 미리 올려두는 게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음에도, 외국인증권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이 없다는 점을 중시하는 게 맞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1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올들어 처음으로 9월 중 19.8억달러 순유출되기는 했지만, 9월1~13일 중 국채 만기 도래 물량이 컸던 데 따른 것이었다. 이 기간 중 -31.3억달러로 유출됐지만 이후 11.6억달러가 새로 유입됐다. 6월까지 순유출되던 주식투자자금은 7월 이후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지켜보는’ 인내를 발휘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연준이 트럼프의 반대에도 공언하고 있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연거푸 계속 될 경우에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으로만 문제가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과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미시적인 유출 통제 방안을 세워야 할 수도 있다. 기준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한국은행이 연준 식으로 금리를 계속 올렸다간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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