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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봄” 의 죽음,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
“1991, 봄” 의 죽음,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18.10.19 12: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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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91,봄
권경원 감독, ㈜해밀픽쳐스 제작, ㈜인디플러그 배급, 10월31일 개봉

1991년은 90년 3당 통합에 의한 민자당 창당과 그 이후 노태우정권의 실정, 그리고 이에 항거하는 시민, 학생들의 투쟁이 부딪히는 격렬한 해였다.

당시 정권은 1987년의 대규모 항쟁을 우려하여 90년 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강력한 공안정국을 통해 저항세력을 진압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강경대, 박창수 등 많은 학생,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국가폭력에 의해 사망하거나, 혹은 의문사 하게 된다.

그 와중에 1991년 5월8일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의 분신자살 사건이 일어났고 검찰은, 김기설의 친구였던 강기훈을 김기설의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인신구속한다.

당시 수사와 재판은 - 극심했던 저항 분위기를 역전 시키려는 - 정권의 필요에 의해 각본이 정해져 있었을 뿐, 사실 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시사회장에 가기 전까지 대부분의 관객들은 90년대 초의 엄중함과 무게를 짐작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영화에 임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와는 달리 진상조사위를 통해 무죄를 선고 받은 강기훈의 기타선율을 따라 이야기를 풀어낸다.

정신과 의사의 권유대로 이제는 시시한 삶을 살려고 한다는 강기훈을 묵묵히 따라가며, 카메라는 그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박창수의 죽음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여전히 부채의식을 지닌 채 활동하는 김진숙, 동지의 죽음에 대한 보상금으로 농사를 짓고 그 수익금을 사회활동에 기부하는 사람들, 2016년 탄핵국면 때 자신의 딸을 데리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까지...

이 영화는 90년봄의 죽음과 지금 현재 살아가는(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을 대비하며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의 가해자였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당시 법무부장관은 검사 출신 김기춘이었고, 그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강신욱 남기춘, 곽상도 등의 인물은 박근혜 정권의 주역이거나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등 이 영화의 주인공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역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과거의 사건을 호출해서 복 받치는 감동을 준 다거나 거대한 역사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고민이 많은 것들에  비해  91년 학생운동가와 그 학우들에 편중된 스토리 전개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91년 죽음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그 시절을 관통해 살아 있는 자의 삶에 촛점을 맞춘 것은 확실히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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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2018-10-19 14:48:42
정리된 글을 읽고나니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한번쯤 봐야할 영화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