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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 개선?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률 후퇴 또는 제자리
고용의 질 개선?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률 후퇴 또는 제자리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0.3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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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직 증가수 27만8천명의 절반 이상 정부 돈으로 떠받쳐
2018년 8월 비정규직 현황. 통계청
2018년 8월 비정규직 현황. 통계청

취업자 증가폭이 급격히 둔화한 속에서도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내세웠던 정부가 머쓱하게 됐다. 적극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추진했음에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보다 훨씬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0월30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61만4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6천명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33.0%로 늘어나 2012년 8월 33.2%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정규직은 1343만1천명으로 3천명 증가에 그쳤다.

비정규직 중 계약기간의 정함이 있는 기간제 등 고용이 불안정한 한시적 근로자는 9만8천명(2.6%)으로 가장 많이 늘어났고, 시간제 근로자는 1.7%인 4만5천명이 증가했다. 파견․용역․특수고용 등 비전형적 근로자는 4만1천명 줄어들어 -1.9% 감소했다. 용역근로 노동자가 9만8천명 감소한 게 주요한 이유였다.

정규직 근로자의 올 6~8월 평균 월급은 300만9천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15만8천원, 5.5% 올랐다. 반면 비정규직은 164만4천원으로 7만5천원, 4.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년 사이에 128만2천원에서 136만5천원으로 더 벌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음에도 임금소득 불평등은 되레 더 벌어진 셈이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이 45.9%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고용보험은 43.6%로 0.5%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36.6%로 그대로였다. 임금소득 불평등이 악화한 데 더해 비정규직의 사회안전망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학력별 비정규직 비중을 보면 고졸이 291만3천명으로 44.0%였다. 대졸 이상은 217만8천명, 32.9%, 중졸 이하는 152만3천명, 23.0% 순이었다. 대졸 이상 비정규직은 1년 전보다 3만8천명 증가했다. 중졸 이하는 3000명 늘어났고, 고졸은 5천명 줄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55.6%로 남성 44.4%보다 11.2%포인트 높았다. 여성 비중은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라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연령별로는 60살 이상이 24.9%로 가장 높았고, 50대 21.8%, 40대 19.0%였다.

이번 조사결과가 정부에 주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상용직 근로자 증가에 따른 고용의 질 개선을 노동시장의 주요한 실적으로 내세웠던 정부의 설자리가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고용동향에서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27만8천명 증가했다. 상용직 근로자에 정규직이 포함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에 나타난 정규직 증가자 3천명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상용직 근로자 증가자는 27만5천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런 상용직의 큰 폭 증가는 사회보험 적용률의 증가 등 사회안전망 확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고용보험 적용률의 경우 되레 떨어졌다.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률 현황. 통계청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률 현황. 통계청

결국 이런 결과의 원인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책이 민간 부문으로 파급되지 못하고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중요한 정책적 목표는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체계 적용,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으로 설정할 필요성도 나온다. 신분의 전환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민간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는 사안들을 통해 실질적인 격차 해소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민은 상용직 근로자의 증가폭이 크다는 데 안주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속살을 들여다보면 매우 초라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8월 상용직 근로자 27만8천명의 구성을 따져보면, 지난해 5월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지난 8월까지 정규직으로 전환 또는 전환 확정된 숫자가 8만5천명이다. 여기에다 올해 8월까지 지난 1년 동안 신규 채용된 공무원 2만여명, 일자리 안정자금이 떠받치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부문에서 상용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되는 4만여명을 더하면 전체 상용직 증가폭의 50%가 넘는 15만명 가까이가 정부의 돈에 기대고 있는 꼴이다.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드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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