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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의 주도권 딜레마를 이용하자
미ㆍ중의 주도권 딜레마를 이용하자
  • 김상순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연구위원
  • 승인 2018.11.0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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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25일부터 28일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갔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김정은의 파격적 행보는 확정된 4월의 남북 정상회담5월의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 3자 혹은 4자 회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북경을 떠나 북한으로 돌아간 다음날인 329, 김정은의 열기가 남아 있을 현지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필자는 베이징을 방문했다. 의문점을 해소하려면 현장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예상대로 북경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김정은 방중 관련 보도자료와 전문가 분석이 화제의 초점이었다.

언론 보도에는 이번 김정은 방중이 김정은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 외교라인이 오랜 경험으로 축적한 벼랑 끝 전술의 기교와 김정은의 계산된 행보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중국 지인들은 흥분(?)된 표정으로 필자에게 김정은의 방중으로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에서 중국 역할론으로 국면이 전환되었음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필자는 단골로 출연하는 봉황위성TV 생방송 뉴스 분석 프로그램의 330일 토론에서도 사회자로부터 중국 역할론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김정은 방중 이후, 중국 역할론에 대한 한국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 중국은 무척 궁금해 하고 있다.

서울에서의 SNS 소통에 이어, 필자는 베이징에서 나흘간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계층의 중국인 전문가들과 소통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언론 보도와 생각이 약간 달라졌다. 첫째, 중국 역할론을 애써 강조하는 이면에는 당혹스러웠던 평창외교에서의 차이나 패싱 트라우마가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다. 둘째, 이번 김정은 방중에 대해, 필자는 김정은의 제안이 아니라 중국의 의도된 연출이라고 추측한다.

중국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기점으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차이나 패싱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진핑은 미국 일변도의 흐름을 신속하게 전환시켜야 했다. 김정은은 중국의 고민을 해결하는 대가로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고 협상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체면과 실익을 분명하게 교환한 시진핑과 김정은의 이번 은 같은 효과를 만들면서 북중관계를 일부회복시켰다.

그러나 중국이 다시 북한편을 들면서 3(北三角)’3(南三角)’의 대결구도로 회귀할 수 있다는 추측은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생각이다. 중국은 단지 차이나 패싱에서 신속하게 벗어나야 했다. 중국 관변학자들은 중국 역할론이라는 통일된 관점으로 선전에 열중한다.

현 동북아 국제정세의 다자간 외교 판도는 바둑판과 같다. 프로 바둑에서 우리편이 한 수를 놓으면 유리해지나, 상대가 응수하면 바둑은 다시 불리해진다. 동북아 국제판도는 이제 포석 단계를 지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단계적 전략과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지금은 한 수 한 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 아니라 중반전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 종반전 계가(計家) 이전에 판세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창의적국면전환이나 국면주도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가장 주의할 것은 뒤집기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 보다 더 세심한 외교전략을 수립하고 유동적인 전술 이행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주도권보다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국익수호가 우선이다. 둘째, 주변국 양자관계의 갈등과 대립을 국익추구에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운전대를 잡고 싶어하는 미국과 중국의 심리를 역이용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체면유지가 국익보다 일단 우선이고, 북한은 체면보다 실익추구가 우선이다. 대화국면으로 이끈 운전자론은 훌륭한 소임을 완수했다. 이제는 실익론으로 전환해야 한다.

 (출처=한국일보 칼럼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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