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8 (금)
통계청 시범사업 ‘사회적 현물이전’ 계산의 ‘옥의 티’
통계청 시범사업 ‘사회적 현물이전’ 계산의 ‘옥의 티’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1.05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 서비스 사회적 현물이전에서 국․공립대 등록금은 빼줘야 해요!
국가의 순수지출액과 다른 기준 섞지 말아야

통계청은 지난 11월2일 꽤 의미 있는 시범작업을 발표했다. 국가나 비영리단체가 국민의 복지를 위해 가구나 개인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인 ‘사회적 현물이전’을 반영한 가구의 소득과 소득분배지표를 시험 작성한 결과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구소득의 격차를 이런 사회적 현물이전이 얼마나 메워주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사회적 현물이전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필요할 경우 사회제도의 재설계와 재편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기능할 수도 있다. 국제적으로 의무화한 통계자료는 아니지만, 관련 통계자료를 산출하도록 널리 권장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적 현물이전 반영 전후 소득계층별 소득 차이 - 통계청
사회적 현물이전 반영 전후 소득계층별 소득 차이 - 통계청

2016년을 대상으로 시범 작성한 결과를 보면, 2016년 사회적 현물이전소득은 평균 466만원으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이 시장소득보다 15.7%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저소득계층일수록 사회적 현물이전이 반영된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이 높았다. 소득1분위(하위 20%)는 59.8%, 2분위 27.3%, 3분위 18.4%, 4분위 12.9%, 5분위 6.5%였다. 이에 따라 지니계수나 소득5분위베율 등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지수도 완화한다. 숫자가 클수록 소득불평등이 심한 지니계수는 0.357에서 0.307로, 1분위 대비 5분위의 소득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배율은 7.06배에서 4.71배로 줄었다.

이번 시범작성에 포함된 분야는 교육․의료․보육․공공임대주택․국가장학금 서비스, 가사․간병 등 10개 기타 바우처 등 6개 분야다. 방대한 통계를 다루면서 수긍할 만한 방법론을 동원해 개인과 가구가 얻는 사회적 현물이전을 측정했다. 보육․공공임대주택․국가장학금과 기타 바우처 등 5개 서비스의 계산에서는 별다르게 나무랄 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개인이나 가구에 국가가 순수하게 지급한 지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의료 서비스 2개 분야는 좀 혼란스럽다. 국가 부담액과 개인 부담액을 섞어 산출한 경우도 있고, 국가 부담액만으로 계산한 것도 있어서다. 국․공립학교를 대상으로 한 초․중․고등학교의 사회적 현금이전은 학생교육 목적으로 지출되는 정부의 총지출(교육인건비+교유지출비)을 학생수로 나눠서 학생 1인당 혜택금액을 추정한 경우는 전자에 속한다. 유치원도 누리과정 예산과 교원인건비 등(현금 지원인 양육급여는 제외) 국가가 순수하게 지출한 액수를 기준으로 했다. 반면 국․공립대(전문대 포함)이나 의료 서비스의 사회적 현물이전 계산은 후자의 방식을 따랐다. 국․공립대의 경우 학생 등록금이 포함된 학교 결산자료 상의 총교육비(대학회계+발전기금회계+산학협력단회계+도서구입비+기계기구매입비)를 재학생 수로 나누어 혜택금액을 추정한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가 포함된 지출금액을 사회적 현물이전 계산에 포함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공부조라고 볼 수 있는 의료급여는 국가가 순수하게 지급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기에 전자와 같다. 문제는 현물급여의 97.6%를 차지하는 요양급여 총액을 건강보험 적용 인구수로 나눠 1인당 혜택액을 산출하는 데 있다. 요양급여는 진찰․검사, 약재․치료재료의 지급 등에 지출하는 급여인데, 역에 소요되는 재원은 개인과 기업 등 민간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와 국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법적으로 국가의 지원금은 연간 건강보험료 수입의 20% 이내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 10년 간 한 번도 이를 지킨 적이 없고, 현재까지 미지원액만 7조1천억원이 넘는다.

물론, 사회적 현물이전을 국가가 순수하게 지출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걷은 민간의 재원을 현물로 이전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런 계산 방식이 타당하다. 사회보장제도(건강보험)에 집결된 민간의 재원을 현물이전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재배분하는 것도 포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회적 현물이전 계산의 일관성을 잃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의무교육이 도입된 초․증등학교에도 학부모 부담의 교육비가 여전히 있기도 하거니와, 의무교육이 아닌 국․공립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수업료를 포함한 교육비의 상당액을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고 순수한 국가 지출액만을 대상으로 사회적 현물이전을 계산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게 하려면 국․공립대 사회적 현물이전 계산에서도 등록금은 제외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시범계산을 바탕으로 국가의 순수한 지출액만을 대상으로 한 협의의 사회적 현물이전, 사회제도에 집결된 민간 재원의 재배분을 포함하는 광의의 사회적 현물이전으로 구분해 산출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의미 있는 작업이 ‘옥의 티’로 논란을 격을 필요는 없지 얺을까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