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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원 탈환에도 중간선거 최대 승자는 트럼프
민주당 하원 탈환에도 중간선거 최대 승자는 트럼프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1.0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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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우위 강화시키고 지지층 결집하며 하원 참패 모면
미‐중 무역전쟁 등 외교․무역정책 정책 그대로 추진될 듯

지난 11월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최대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며 다수당 지위를 8년만에 되찾기는 했지만 압도적 우위를 보이지는 못했다. 상원에서는 다수당은커녕 공화당에 되레 의석을 더 내줬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공화당의 실질적 주인을 꿰차면서 차기 대선을 향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선거구를 빼고 거의 마무리된 중간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상원(100석)에서 3분의 1인 35석이 걸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53석으로 4석을 더 늘릴 게 확실시된다. 435석이 걸린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으로부터 30여석을 빼앗아오며 다수당이 됐다. 중간선거 이전까지 하원 전체의석 435석 중 공화당 240석, 민주당 195석이었고, 상원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9석으로 상하 양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다.

기대에 못 미친 민주당 바람…공화당 실질적 지배하는 트럼프

중간선거를 겨냥해 지난 7월 말 발표한 '미국 노동자와 약속'을 홍보하는 트럼프. 트럼프는 20개 이상의 기업과 사용자협회를 통해 향후 5년 간 380만명 이상의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 기회를 창출하겠다며 기업들의 동참을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 월마트 100만명, IBM 10만명, 페덱스 50만명 등이 약속됐다고 백악관은 밝히고 있다. 사진은 백악관 홈페이지
중간선거를 겨냥해 지난 7월 말 발표한 '미국 노동자와 약속'을 홍보하는 트럼프.
트럼프는 20개 이상의 기업과 사용자협회를 통해 향후 5년 간 380만명 이상의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 기회를 창출하겠다며
기업들의 동참을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 월마트 100만명, IBM 10만명, 페덱스 50만명 등이 약속됐다고 백악관은 밝히고 있다.
사진은 백악관 홈페이지
 

하원 지배권을 8년만에 민주당에 내줬다고 해서 트럼프의 패배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강하게 띠는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조차 "투표지에 내 이름이 적혀 있다"고 보고 할 정도였으니 대통령 신임투표 성격은 더욱 강했다. 2010년, 2014년 중간선거에서 여당이던 민주당은 각각 상원에서 -6석, -9석, 하원에서 -63석, -13석을 기록하며 크게 패했다. 역으로 보면, 민주당은 이번에 왕창 의석수를 휩쓸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가 된다. 이에 견줘보면 상원에서 우위를 공고화시키고 하원에서 패배를 30여석으로 막은 성적표는 하게 평가하면 '트럼프의 약진 또는 선전’, 박하게 평가하면 '절반의 심판'의 성격이 짙다.

이런 결과는 역시 민주당 바람이 불자 트럼프를 중심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심이 모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성정치를 비판하며 나선 트럼프 바람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 바람을 내가 막았다"는 트럼프의 자화자찬을 과장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조기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가 3100만명으로 2014년 대비 두 배나 증가했는데, 상당수가 공화당 지지자로 분석된다. 투표율은 49%로 2014년 중간선거 36%보다 크게 높아졌고, 투표자수도 3100만명 늘었다. 그만큼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지지자들의 세 결집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20~30 젊은층과 여성 사이의 지지율을 2016년 대선 때보다 크게 끌어올리면서 차기 대선을 향한 전열을 가다듬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봐줄 수 있다.

트럼프의 ‘선전’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경기호황의 지속이 꼽힌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경기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성과로 이를 내세운 게 주효했다고 분석된다. 중국과 벌인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이념 스펙트럼을 떠나 미국 내 전문가층뿐 아니라 미국 국민 다수로부터도 ‘언젠가 벌였어야 할 일을 벌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는 대통령이 된 뒤 제대로 세금 신고조차 하지 않는 ‘양아치’ 행태에도 공화당 지지층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을 이해하는 배경을 이룬다. 중간선거 약진을 계기로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의 기조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약값 인하, 경제호황 틈탄 불법이민 엄단 등 막판 주효한 듯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기민한 대응도 ‘트럼프 약진’을 뒷받침한다. CNN 출구조사에서 중간선거 투표에서 가장 고려한 정부정책은 건강보험 41%로 가장 많았고, 이민정책(23%), 경제(21%), 총기정책(11%) 등의 순이었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2014년 1월 시행된 오바마케어(환자보호와부담적정보험법)를 의무가입에서 임의가입으로 바꿨다. 오바마케어 무력화라는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먹힐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는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미국의 비싼 약값을 내리기 위한 게획을 지난 10월 발표했다. 외래진료, 엑스레이, 응급앰뷸런스 서비스, 예방접종, 물리치료 등 재활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메디케어 파트 B'에 포괄되는 의약품비에 대해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17개국 평균 인덱스를 적용한 가격을 5년 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에서 의사가 처방하는 상위 비싼 21개 약값은 이들 나라보다 평균 80% 높은 편이다.

또한, 트럼프는 지지자 결집을 위해 막판 선거대책회의에서 경제호황만이 아니라 불법 이민 문제를 강력히 밀어붙일 것을 제안했는데, 이 역시 지지자들에 적잖게 먹혀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황을 틈타 불법 이민이 더 기승을 부릴 텐데 이를 사전에 강력히 틀어막겠는 조치로 지지층들을 모으는 효과가 컸다는 얘기다. 선거 다음날 트럼프는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에 협치를 제안하면서도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이 필요하다. 연방정부가 셧다운까지 감수하겠다"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견제 속 일방주의에 동맹의 관리 감안할지 주목

트럼프의 중간선거 약진에 따라 그동안 추진했던 외교․무역 정책은 그대로 추진되겠지만 민주당의 일정한 견제를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는 "경제성장, 무역, 의약품 가격 인하 등을 국민에게 계속 제공하도록 협력하길 바란다"며 각종 자료 제출과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오바마케어 무력화 정책 등을 견제하려는 민주당에 선제 포석을 깔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책 집행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역시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지속,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이후 대안적 통상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본․유럽연합 등 동맹과의 양자 무역협정 체결, 중국의 배후를 겨냥한 베트남 등과의 양자 무역협정 체결 추진 등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민주당은 동맹관계의 균열로 이어질 위험성을 경계하며 ‘일방주의’를 최대한 견제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공화당의 실질적 주인이 된 트럼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장악한 ‘네오콘’이 군사 분야에서 보여 온 일방주의를 동맹국과의 외교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노선을 그동안 그대로 수용해 왔는데, 여기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최우선’에 ‘동맹의 관리’를 결합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북한 핵 협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상할 수 있는 민주당의 모습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미흡하다며 트럼프를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협상 판을 깨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계속 보고했던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에너지․금융 부문까지 확대한 트럼프로서는 북한 핵 협상까지 파국으로 가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오히려 차기 대선을 겨냥해 북한 핵 협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 치적으로 남기는 것이 트럼프에게는 남는 장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해온 남․북한의 태도는 민주당의 견제 등을 감안해 ‘숨고르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로서는 민주당을 핑계로 좀 더 느긋하게 대응하는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트럼프가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로서 확실히 자리를 굳힌 만큼 민주당은 이에 맞설 유력한 민주당 후보가 등장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로서는 눈에 띄는 마땅한 중량급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가 흔들어버리고 있는 기존의 외교와 안보, 무역 의제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의 노선 차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비전의 마련을 더 이상 미뤄두기는 어려뤄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무수한 부적절한 언행에도 여전히 강고한 트럼프 지지층이 확인됐기에 더욱 그렇다. '세금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은 책임, 신뢰, 신의성실 등 전통적인 공화의 가치는 물론 민주의 가치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기반으로 점점 더 심각해지는 미국 자본주의의 불평등, 트럼프가 열어젖힌 기존 글로벌화의 문제점 등을 가로지르는 그 어딘가에 민주당의 비전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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