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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확대엔 중국 강성 좌파정부 책임도 크다
미·중 갈등 확대엔 중국 강성 좌파정부 책임도 크다
  • 우진훈 중국베이징외국어대학 국제상학원 교수, 동아시아평화연구원 경제발전연구센터 부원장
  • 승인 2018.11.1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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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곤혹스럽다. 내년 미·중 수교 40주년을 앞두고 트럼프발 우연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트럼프식 필연의 경제전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맹공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보아오 포럼에서 시장개방 확대 의지를 표명했지만, 미국은 들은 채 만 체다. 그동안 중국이 해온 개혁·개방 일정을 국내법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말을 더는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중국식 약속개념이 미국엔 기만으로 보이는 모양새다. 뭐가 잘못됐나.

·중 무역전쟁은 일견 미국의 일방적 태도로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중국 강성 좌파정부의 책임도 크다. 이들의 내부사상 통제와 민족주의 고양, 대외소통 부족과 글로벌 전략부재 역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통상 국가주석이 좌파를 대표해 내부통합과 정상외교를 관장하고, 총리는 우파의 선두주자로 경제를 책임지며 서방의 압박과 비판에 대응한다. 이른바 투 타워(Two Tower)’ 체제로 국가를 이끈다.

이 투 타워 시스템을 통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이념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중국 인민들에게 녹아들었고 아울러 심리적 안정감도 제공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치외교와 경제발전, 그리고 사회안정에 대한 당의 통제가 급속도로 강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무원의 주요 기능이 당 산하 기구로 이관되면서 국무원의 위상이 대폭 약화해 투 타워 시스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좌파 정부의 득세로 국유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허장성세를 염려하는 현실파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과 규제, 민간기업의 자금난과 사찰에 대해 지식인과 기업인은 대체 총리는 뭘 하고 있나라 묻고 있다.

학계에서도 민영기업은 이미 공유경제의 발전을 위한 역할이 끝났으므로 계속 발전하는 건 좋지 않다는 아부성 논조를 펴는 이가 나타났다. 반대로 미국 학자가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인용하며 국유기업 중심의 착취적 경제시스템역할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국유기업 개혁을 둘러싸고 좌·우파 학자의 논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민간기업의 대표주자인 알리바바의 마윈은 개인의 출구전략을 서두르는 가운데 정부는 정부의 할 일만 하라며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또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은 정부의 시장간섭과 지재권 침탈행위 방조를 비판하며 개혁·개방의 진척과 폭이 WTO 가입 전보다 못하다고 불평한다.

지난 몇 년간 중국기업의 글로벌 기술기업 사냥과 중국 주도의 운명공동체개념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 도발에 대한 중국 강경파의 대응 보복언사와 조치가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 갈등은 남중국해, 북핵, 대만, IT, 금융, 첨단기술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 내부 상황을 보면 아직 시진핑 주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견고한 가운데 일부 지식인과 신세대는 무역전쟁의 예방은커녕 수세적 입장에 몰리도록 만든 당·중앙 핵심 참모진의 구시대적 사고와 대처 방식에 실망하는 모양새다. ‘도대체 언제적 사람이 아직도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지난 업적에 도취한 채 국민을 오도하며 국가와 시 주석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느냐는 불만이다.

현재 중국에선 세대 간 인식 차이와 갈등이 점증하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과 여론을 통제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 상황은 빠르게 밝혀지며 전달되고 있다. 현 정부의 이념논리와 정책이 몰라보게 성숙한 국민의 식견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정책의 과감한 뤄스(落實, 시행하라)”는 국수적 강경파의 논리에 휘둘려 실행되지 못하고 관료는 복지부동 상태다. 이들은 개혁·개방으로 얻는 이익보다 보호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고 안전하다는 사고에 빠져 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의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충격이 커지기 전에 협상의 명분과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잠재성장률 하락과 구조조정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경제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양대 정책 목표인 물가실업률이 위협받을 수 있다. 각각 3%, 6%를 넘어서면 정책조정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장의 정체와 증시가 고전하는 가운데 연이은 미국의 금리 인상은 중국 정부의 고민을 가중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경기침체의 지속과 사회 불안정으로 현 지도부의 위상에 흠집이 생겨선 안 될 일이다. 이는 위험한 가정이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말 개혁·개방 40주년은 물론 내년 초부터 이어지는 미·중 수교 40주년과 천안문 사태 30주년 그리고 건국 70주년을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무역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사회 통합과 더불어 잔치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일정이다. ·중 갈등은 적절한 시점에 중국이 비공식으로 구체적인 개방 일정표를 제시하고 몇 가지 가시적 조치를 선보이는 가운데 양국의 정상회담과 대형 구매계약 체결과 함께 1차 봉합될 전망이다.

홍역을 치른 후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가속화하고 기술의 자주독립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을 계기로 수출을 많이 하면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지만 수입을 많이 하면 강대국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물가 하락과 기업의 원가 통제 그리고 내수 진작을 위해 관세율을 인하하고 세계 최초의 수입 박람회도 개최해 보호무역주의 반대 입장과 대외개방 의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해외수요 변화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우호 세력까지 만들 수 있는 내수확대 정책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차이와 마찰을 줄여나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약해지려야 약해질 수 없는 미국과 강하고 싶으나 아직은 모자란 중국과의 관계는 지속할 것인바, 중국 공산당이 민족과 국민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시대변화에 따라 국민과 함께 진화하고 국제사회와 소통해야 할 것이다.

한국기업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지도부와 정부의 대응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미국발 중국의 변화가 예상되는 민감한 시기에 사업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한편으로는 조용히 내수시장 개척과 현지화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중앙일보 2018.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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