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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에 대한 투자 없이 자사주 매입 없다!”
“근로자에 대한 투자 없이 자사주 매입 없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1.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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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자사주 매입 하려면 시간당 임금 15달러 이상 돼야
소득 불평등 주범으로 꼽히는 자사주 매입에 민주당 대응 본격화

미국 기업들의 과도한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과 로 칸나 하원의원(민주당)은 지난 11월14일 근로자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월마트금지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지난 3월 자사주 매입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최근 중간선거 이후 지배권을 되찾은 하원에서도 관련 대응이 시작된 것이다.

월마트 최고경영자 연봉 일반 직원의 1188배

미국 휴스톤에 있는 월마트의 한 매장. 위키피디아
미국 휴스톤에 있는 월마트의 한 매장. 위키피디아

샌더스와 칸나가 공동 발의한 법안은 ‘납세자의 세금을 축적한 모든 거대 독점을 위한 복지 금지 법(안); Stop Welfare for Any Large Monopoly Amassing Revenue from Taxpayers Act’이다. 내용은 근로자 500인 이상의 기업이 근로자에 대한 투자 없이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시간제 근로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가맹점 근로자를 포함해 해당 기업의 모든 근로자의 시간당임금을 15달러 이상으로 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은 금지된다. 또한, 최고경영자 보수도 해당 기업의 모든 근로자의 중위임금보다 15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달렸다. 해당 기업 근로자에게는 유급 병가 7일도 보장돼야 한다. 샌더스는 이 법안과 연계해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내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근로자들에 대한 투자보다는 과도한 자사주 매입에 집중해온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월마트를 빗대어 ‘월마트금지법(안)’으로 불린다. 월마트 최고경영자인 맥밀런의 보수는 지난해 일반 직원 연봉의 1188배인 2200만달러(약 248억원) 이상이었다. 또한 월마트는 2008~2017년 10년 동안 당기순이익 1474억달러 중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678억7천만달러, 주주배당에 537억7천만달러억달러 등 1216억4천만달러를 사용했다. 당기순이익의 83%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쏟아 부은 것이다. 반면 월마트는 근로자에게 시간당 11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월마트 이사회가 올해 자사주 매입에 쓰기로 결의한 200억달러 중 100억달러를 근로자에 투자할 경우, 월마트 근로자 100만명의 시간당 임금은 11달러에서 16.66달러로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매입 금지부터 매입액만큼 근로자 상여금 지급까지 다양한 제안

월마트 당기순이익, 자사주 매입, 배당 추이. 자료: Roosevelt Institute
월마트 당기순이익, 자사주 매입, 배당 추이. 자료: Roosevelt Institute

이번 법안의 취지는 지난 3월 코리 부커 상원의원이 발의한 ‘근로자배당법(안)’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로자배당법안은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지는 않되, 자사주 매입을 하려면 해당 기업의 모든 근로자에게 자사주 매입액과 동일한 규모의 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시간제 근로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가맹점 근로자에게도 비례 적용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세액은 자사주 매입액에 상응하거나 2억5천만달러를 초과하는 당기순이익의 50% 중에서 적은 금액이다.

이에 비해 역시 지난 3월 태미 볼드윈 상원의원이 엘리자베스 워런, 브라인언 샤츠 민주당 상원 동료들과 함께 발의한 ‘근로보상법(안)’은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또한, 법 제정 이후 2년 이내에 상장기업 이사회의 3분의 1을 근로자가 선출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거래소에 증권을 등록하는 것을 금지한다.

상장기업 이사회에 주주만이 아닌 근로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대표성을 배정하려는 근로보상법(안)의 이런 취지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통해 지난 8월 발의된 ‘책임자본주의법(안)’으로 이어진다. 주주자본주의를 혁신하고자 하는 책임자본주의법(안)에서 두 가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주 정부가 관할하는 기업 설립 허가 목적에 연방정부 차원의 책임을 독자적으로 신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장 대기업의 거버넌스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무부 산하에 미국기업국을 두고 다음의 사항을 기업설립신고서에 추가로 포함해 인가하는 내용이다. 연 매출 1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인 대기업 이사회는 주주만이 아니라 근로자와 지역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로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y)를 확대하고, 이사회 이사의 40%를 근로자가 선출하며, 최고경영자와 이사는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주식을 확보한 날로부터 5년 이내, 자사주 매입 이후 3년 이내에 해당 주식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자사주 매입에 당기순이익 59% 쏟아 붓는 비정상적 미국 자본주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이득 급증과 임금소득 정체를 낳아 미국 소득 불평등 확대의 주점으로 꼽히고 있다. 소득 상위 1% 계층이 전체 주식의 40%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중산층 8%에 불과하다. 부유층으로 이뤄진 인구 10%가 주식의 80%를 소유하는 반면, 소득 하위 50% 계층은 주식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다.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12월 제정된 트럼프 주도의 ‘감세와일자리법’ 발효를 계기로 올해 한층 더 극심해져 왔다. 이 법에 포함된 송환세 한시 인하 효과 때문이다. 올해에 한해 해외유보금을 미국으로 송환하면 법인세율(21%)보다 낮은 15.5%의 저율 세금만 부과되는 것을 이용해 대규모로 송환된 유보금이 자사주 매입으로 대거 흘러든 것이다. 올해 자사주 매입은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지난 3월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981년부터 2016년까지 스탠더드앤푸어스500지수(S.&P. 500 Index)에 올라있는 동일한 기업 232개를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 추이를 살펴보면, 1981~1983년 자사주 매입에는 당기순이익의 4.3%가 사용됐지만 2014~2016년에는 59%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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