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년 추가 금리 인상 없는 정책여력 확보할 듯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은 11월30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전 마지막 금리 인상은 지난해 11월30일 이뤄졌다.
이번 인상 결정은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자금유출 우려 속 정책여력 확보, 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와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의 여러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여력의 확보라는 측면이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의 11월28일 보도를 보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11월28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쳤다. 다음달 금리 인상을 공언했던 이전의 태도와 달리 이날 뉴역에서 진행에서 진행된 경제클럽 강연에서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just below)에 있다”며 “금리 인상을 멈출 시기를 신중히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이다. 중립금리는 물가의 지속적 상승이나 지속적 하락의 위험 없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은 다음달 1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 정해진 정책은 없다”며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9월26일 기준금리를 2.25%까지 올리면서 밝혔던 금리 인상 계획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다. 그때 그는 정책성명서에서 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올해 12월 한차례 추가 금리인상, 내년 3차례, 2020년 1차례 금리인상’ 전망을 내놨다.
파월 의장의 태도 변화 시사는, 올해 3월, 6월, 9월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장기국채와 장기모기지(주택저당채권) 금리가 치솟으며 주택시장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너무 속도가 빠르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비판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4.8%로 1년 전보다 0.86%포인트 높고, 10월 신규주택 판매량은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인 54만4천채를 기록했다.
연준의 이런 태도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 앞으로 최소한 1년 정도 금리를 올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정책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과 기준금리 격차가 0.5%포인트로 좁혀진 데다, 연준이 12월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내년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린다고 할 경우 1년 동안은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이 2.7%로 둔화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2.7% 이하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은 거시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