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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내년 초부터 90일 ‘조건부 휴전’
미‐중 무역전쟁 내년 초부터 90일 ‘조건부 휴전’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2.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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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수입관세 인상 연기…중, 미국산 농산물․공산품 “상당한 양” 수입
G20 양국 정상회담서 합의…“구조변화” 위한 90일 협상 험난할 듯

계속 가열되기만 하던 미‐중 무역전쟁이 내년 초부터 일시적인 냉각기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과 중국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지난 12월1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보복관세 인상 계획을 연기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등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고 1월 초부터 90일 간 무역전쟁 완화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침입․절도 등 구조변화 협상 난항 예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2월2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의 모습. 자료: CNN 화면 캡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2월2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의 모습. 자료: CNN 화면 캡처
 

이번 휴전 합의에 따라 미국은 내년 1월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기로 한 계획을 연기했다. 대신에 중국은 “매우 실질적인” 양의 농업, 에너지, 산업 관련 상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승인을 거부했던, 세계 최대의 모바일폰 칩 제조업자인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계약에 대해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중국은 헤로인보다 최대 50배 강한 합성 진통․마취제로 꼽히는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이라고 지목하고 중국 당국의 협력을 요구해왔다.

90일 협상 동안, 두 나라는 기술이전 강제하는 중국의 제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중국의 비관세장벽, 중국의 사이버 침입과 절도, 서비스, 농업 등의 분야에서 “구조변화”를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미국이 ‘중국제조25’ 계획을 겨냥해 이미 전략적 견제에 들어간 사안들인 데다, 중국 역시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협상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셈이다. 반 년 만에 재개되는 두 나라의 협상은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 협상단은 보복관세 부과에 앞서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구체적인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미․중의 숨고르기․시간벌기…이견 여전한 대중 외교․무역전술, 경기위축 뚜렷해지는 중국

두 나라가 무역전쟁에 조건부 휴전에 합의한 배경에는 숨고르기와 시간벌기 성격이 짙게 깔려 있다. 무엇보다, 미국으로서는 관세 부과 이후에도 대중 무역적자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중간성적표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대중 무역적자는 8월 386억달러에서 9월 402억 달러로 증가하는 등 올해 1~9월 3014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중국을 규정하는 데에는 일치하면서도, 대중국 외교․무역 정책 관련 전술을 둘러싼 행정부 내부의 여전한 이견을 조정․해소할 필요성도 합의의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중간선거 이후 행정부 내부정비를 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10월1일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상원 승인이 필요한 709개의 주요 직책 중 동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를 포함해 152개 자리가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다.

중국으로서도 확전을 자제해야 하는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3분기 경제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저치인 6.5%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성장 관련 통계를 ‘마사지’하고 있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성장률은 더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11월30일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하락하며 50%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를 넘으면 경기확장, 낮으면 경기위축을 뜻한다. 제조업 성장이 본격적으로 가라앉는 기로에 섰다는 뜻이다.

G20 공동성명 “세계무역기구 개혁” 방향과 내용 둘러싼 논의 본격화할 듯

2008년 글로벌 대금융위기 이후 선보인 뒤 그 기능과 역할이 날로 쇠락하던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자제가 합의됨에 따라, G20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두 나라 이외의 정상들은 정상회의 일정 내내 두 나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무언의 종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입장을 대폭 반영하는 G20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공동성명은 보호주의를 언급하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공감하는 선에서 채택됐다. 앞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는 데 중국이 반발하면서 공동성명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G20 공동성명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파리협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차가 그대로 인정됐다. 지구 온난화 대응에서 G20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상황과는 맞지 않는 셈이다.

공동성명에 세계무역기구 개혁이 담긴 만큼, G20는 그 내용을 채워나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에 비춰보면, 비시장경제(NME)에 대한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경제 보호를 위한 정당한 무역구제 조치의 범위, 무역구제 조치 관련 분쟁의 해결절차 등 중요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투자자 권리 축소와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노동권을 끌러올려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담는 것도 소홀할 수 없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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