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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과 중국의 한반도 딜레마
북•미 정상회담과 중국의 한반도 딜레마
  • 김상순 동아시아 평화연구원 이사장,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제관계 전문위원
  • 승인 2018.08.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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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만남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카펠라 호텔에서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양자간 정상회담장에서 만났다. 지구촌의 이목이 싱가포르 여정에 집중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 한편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목숨을 담보한 위원장의 싱가포르 모험은 생존 보장 효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준비되는 시기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와 일본 우익 산케이(産経) 신문의 위원장 ‘전용기 추락설’이나 ‘납치·암살설’이 퍼졌다. 이외에도 북한의 ‘쿠데타설’이나 ‘북한주민 봉기설’ 등이 워싱턴포스트(WP)와 러시아 위성통신사(Sputnik)를 포함 국내외에서 언급되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인접국인 중국과 소련을 방문한 사례는 있었으나 체제가 다른 국가를 방문했던 사례는 없었다. 민족적 자긍심과 자존심을 대내외에 강조하던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전용기까지 임대하고 무모한 모험과도 같았던 싱가포르 여정을 결정했을까?

 

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 내용을 주목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재해석하자면 4가지 ▲발목을 잡는 과거 탈피 ▲그릇된 편견 탈피 ▲그릇된 관행 탈피 ▲폐쇄정책 탈피 등을 추진하기 위하여 자신이 결국 과감한 결단을 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있다.

 

위원장의 언급에는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까? 필자는 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해석한다. 첫째, 자신은 선대 김일성·김정일의 전통적인 ‘벼랑 전술’이나 ‘강대강(强對强) 대결전술’에서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둘째, 자신은 이전 지도자와는 달리 한·미·중을 포함한 외부 세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정상적인 국가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셋째, 자신 또는 북한의 대미(對美) 외교팀의 외교전략이 ‘트럼프식’ 비즈니스 협상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넷째, 과거와는 달리, 자신은 감정을 자제하고 이성적인 이익 카드 교환과 대화소통 방식으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지구촌 최강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야 해외 순방이 다반사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행은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과감한 결단이자 일생일대의 모험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전날 싱가포르의 야경을 둘러보며 비비안 발라크리슈난(Vivian Balakrishnan) 싱가포르 외무장관 등과 ‘셀카’를 찍었다. 김 위원장의 돌발 행동은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지만, 의도는 명확했다. 폐쇄국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진입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전략은 한번의 싱가포르 여정으로 완성된 셈이다.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삼는 한·미·중·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부터 위원장의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 2017년까지 미국의 ‘참수작전’ 대상이었던 위원장은 생명을 담보한 모험적인 싱가포르 여정을 통해 주변국으로부터 생존 보장을 받은 셈이다.

 

세기의 만남, 북 · 정상회담의 의의는 ‘1차 빅딜’ 성공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정상의 회담은 약 140분의 단독·확대 정상회담 및 50여분의 오찬을 통해 4가지 공동합의문 서명으로 완결되었다. 양 정상이 합의한 4가지 항목은 ▲양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 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4·27 남북 판문점 선언 확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전쟁 포로 유해 발굴 송환으로 요약된다.

 

합의된 4가지 항목의 전제는 북·미간의 ‘1차 빅딜’로 평가할 있고, 이는 가지로 구분할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서 북한에게 안보와 체제보장 제공을 약속했고, 북한은 사상 처음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서면으로 약속 받는 성과를 얻었다. 둘째, 김 위원장은 미국이 바라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셋째, 이의 이행을 위해 조속히 북미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여 상호 신뢰를 구축할 있는 조치들을 협의한다는 것이다. 전쟁 포로 유해 발굴과 송환은 이러한 과정의 시작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북·미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록될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유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새로운 관계로 재정립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없다. 이번 북미간의 ‘1차 빅딜’은 표면적으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일단은 성공이다. 필자는 공동합의문에 넣을 없는 내용으로 추진된 ‘트럼프·김정은 비밀 합의’가 존재할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부터는 ‘2차 빅딜’ 준비와 세부적인 조율과정이 남아있다. 조율과정에서 발생할 ‘디테일의 악마’ 극복은 남·북과 북·미는 물론이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에 한반도 관련국으로 참여를 원하는 중국과 함께 4자간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한반도의 근본적인 평화체제 구축에는 남·북·미·중의 ‘4자 회담’이 필요하고, 모두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목표를 이룰 있다.

 

중국의 복잡한 속내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중국을 연구하다 보면 어려움에 봉착하는 가지 이유를 발견할 있다. 우선, 중국의 전문가 의견이 넘쳐나는 하지만, 대부분은 공산당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집중되고, 반복 회자되는 내용이 대다수라서 참고할 만한 내용을 찾기가 어렵다. 둘째,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인들조차도 ‘녹음기’라고 칭하듯이 새로운 이슈에 대해서도 정해진 논리와 원칙대로 입장을 반복한다. 끝으로, 공산당의 지침이나 중국정부의 정책에 위배되는 논점은 여지없이 즉시 삭제되는지라 속내를 분석하고 관찰하는 작업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문제는 모순된 논리도 무한 반복을 통해 계속 확산되고 정당화되며, 모순은 논리적 보충을 거치고 여론화가 되면서 새로운 사실(?)로 정착된다는 점이다. 이를 부정하려면 본질의 시시비비가 아니라 논리적 전개가 틀렸음을 반대로 ‘증명’ 해야 한다. 이는 1995년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약 23년 동안 중국에서 진행했던 각종 협상과 계약 논쟁의 경험에 근거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살피다 보면 철저한 관변 위주의 관점으로 아부를 일삼거나 아전인수와 같은 주장들이 난무한다. 두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우선, 북한은 중국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중국을 먼저 만났다고 한다. 또 하나는, 북한이 북·중 접경지역의 오염을 우려하는 중국을 위해 실험장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찾아와서 중국을 위한 조치를 먼저 했기 때문에 북중관계는 ‘혈맹관계’를 회복하면서 다시 긴밀한 ‘동지’이자 ‘형제’가 되었다는 논리이다. 전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문장만을 본다면, 무릎을 치며 새로운 관점이라고 인용할 하다. 만약 기록과 시간으로 승부하는 것이 의도적인 전략이라면 이는 정말 무섭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4·27 남·북 정상회담’이 결정되자 ‘차이나 패싱’에 조급했던 중국이 서둘러 추진했던 것이 3월의 1차 북·중 정상회담(2018년 기준)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이해하는 상황이지만, 에피소드로 소개한 중국의 논점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대립을 피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려면 에피소드로 소개한 중국의 논리적 전개가 틀렸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증명하지 않으면 아전인수적 논점도 정당하다고 우기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북한이 중국의 우려를 먼저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실험장을 파괴한 것이라는 주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 정상회담으로 생성된 중국의 새로운 한반도 딜레마

 

남·북·미·중은 지난 3월말부터 6월 중순까지 3개월 이내에 빈번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즉 ▲1차 북·중 정상회담(베이징, 3월 25~28일) ▲1차 남·북 정상회담(판문점, 4월 27일) ▲2차 · 정상회담(다롄, 5월 7~8일) ▲한·미 정상회담(워싱턴, 5월 22일) ▲2차 남·북 정상회담(통일각, 5월 26일) ▲1차 북·미 정상회담(싱가포르, 6월 12일) ▲3차 북·중 정상회담(베이징, 6월 19~20일), 그리고 ▲한·러 정상회담(모스크바, 6월 22일)까지 포함하여 보면 한반도 분단이래 3개월 이내에 이렇게 많은 양자 정상회담이 전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중국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필자는 지난 6월 16일 북경을 방문하여 25일까지 열흘 동안 필자가 자주 출연하는 봉황위성(鳳凰衛星) TV토론 3회 출연, 중국언론 인터뷰 2회, 정부 민간 싱크탱크 간담회 3회, 그리고 SNS 소통과 중국 전문가들이 발표한 문장 해독 등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관찰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단순히 중국 언론의 발표나 전문가들의 문장만으로 중국의 입장을 살피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국의 TV토론과 언론 인터뷰에서 사전에 패널에게 전달되는 주제와 질문사항은 중국이 생각하는 방향을 지정하는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중국의 TV토론과 인터뷰 과정에서 진행되는 질의 응답과 토론의 전개에서 중국의 관심 범위와 상호 관점의 편차를 확인할 있다. 그리고 자유스러운 좌담회나 간담회 혹은 개별 대화는 모든 것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된다.

 

필자의 생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적인 원칙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항상 중국의 ‘국익추구’가 우선이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보는 중국의 관심은 향후 ‘북·미관계 정상화’가 중국의 국익에 미칠 영향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중국의 국익 수호라는 입장에서 보면, 어떤 측면에서는 ‘북·미관계 정상화’보다는 ‘중국이 제어할 있는 북한의 보유’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 가능성 여부와는 별도로,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중국의 새로운 한반도 딜레마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올해 3차 북·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중관계가 회복되었다고 확신하고 있는 중국은 ‘차이나 패싱’ 굴레에서 벗어났다며 향후 행보에 자신감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지지한다는 중국은 이의 실행을 위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론 관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중국 참여 ▲북한의 체제안전을 위해 사드(THAAD) 시스템 철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교환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혹은 동시적인 조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중국의 국익을 추구하기 위한 일종의 선동적 평화공세이다. 필자는 중국의 이러한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

 

남북은 중장기적인 민족전략 수립을 함께 고민해야

 

중국은 과정에 북한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관계는 과연 중국이 원하는 대로 발전할 있을까? 사실 질문은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시각을 바꾸면, 어떻게 하면 북한이 중국이 바라는 대로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있을까? 이에 대한 답안을 찾으려면 먼저 중국의 고민을 살펴봐야 한다.

 

다시 중국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중국은 자신이 원하는 과정에서 파생될 ▲북·미관계 정상화 ▲북한의 개혁개방 ▲남·북 경제협력 확대 ▲한반도 연방제 추진 ▲한반도 통일완성과 같은 국면 변화에 대해서는 내심 불편하다. 이는 중국이 지향하는 국익에 있어서 상반되는 효과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새로운 한반도 딜레마가 시작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에 커다란 충격과 희망을 전했다. 북·미 정상은 4가지 공동합의문 서명을 통해 ‘1차 빅딜’을 완성하고, ‘2차 빅딜’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시기하는 중국은 ‘건설적 역할론’이라는 핑계로 자국의 이익추구와 영향력 유지를 고민할 것이다.

 

시점에서 남·북의 자주적·민족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첫째, 남·북 협력으로 중국이 불편해 하는 문제로부터 한반도의 미래와 한민족의 부흥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민족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관련국인 남·북·미·중의 ‘4자 회담’으로 추진하되, 미·중의 자국 국익추구를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 셋째, 동북아 경제발전을 위해 당사국인 남·북·중·러에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출처 : 본 저작물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중국전문가포럼(CSF, http://csf.kiep.go.kr/)의 ‘전문가 오피니언’에 2018년 7월 12일 등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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