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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1.5도 보고서’에 대한 “환영”과 “주목”의 차이
‘기후변화 1.5도 보고서’에 대한 “환영”과 “주목”의 차이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2.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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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성 호소하는 기후변화보고서가 함축하는 ‘성장의 한계’
탄소 제거 위해서는 조림사업과 육류 소비 축소 불가피 강조

"환영"이냐, "주목"이냐? 단순한 문구 차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지난 12월4일부터 폴란드 키토비체에서 공식 회의가 시작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10월7일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제5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보고서를 둘러싸고서다.

COP24 의장국인 폴란드에서 12월8일 기술적 협의의 종료를 알리는 모습. 사진은 COP24 홈페이지
COP24 의장국 폴란드에서 12월8일 기술적 협의의 종료를 알리는 모습.
사진은 COP24 홈페이지

외신들을 보면, 기후변화 연구자들의 국제컨소시엄인 IPCC의 특별보고서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환영(welcome)”할 것이냐, “주목”(note)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환영”을 채택하자는 데 반해, “주목”을 주장하는 쪽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러시아 등 네 나라라고 한다. 값싼 셰일 석유로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제1의 석유 수출국이 된 미국이 상징하듯, 네 나라 모두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인 석유의 주요 생산국이다. 여기에 더해 오스트레일리아가 관련 회의석상에서 이들 네 나라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듯한 ‘침묵’의 태도를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환영”, 온실가스 배출 위한 플러스 알파 가능의 시작

짐작하겠지만, 당사국총회는 IPCC의 해당 보고서를 주관하는 기구다. “환영”하면 보고서의 권위와 구속력은 그만큼 강하게 되고 각 당사국은 집행의 책임과 의무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기존에 제출한 국가결정기여(NDC)는 물론 이에 더해 ‘플러스알파’의 의무를 부담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주목”에 그치면 나라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의 깊게 참고해야 할 사항으로 그치기 쉽다. 환영과 주목의 차이에서 해당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이 실천의 근거로 자리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번 당사국 총회는 2016년 발효한 파리협정의 완전한 이행에 필요한 세부 규칙을 도출한 뒤 각국의 감축 행동과 그 검증의 지침서로 삼는 자리다.

여러 언론보도들을 통해 알려졌듯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기후변화 1.5도 보고서’의 내용은 매우 절박하다. 핵심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이 10㎝ 상승해 도서지역 1천만명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물론, 더 잦고 강력한 고온과 이로 인한 가뭄, 더 파괴적인 태풍, 수많은 빈곤 취약계층의 재해 노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파괴, 세계 경제성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거란 경고가 담겨 있다.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는 인간에 의한 배출량을 제로까지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 축소를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 금지를 검토하는 대신에 원자력 이용을 늘리는 것까지 열어놨다.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961~1990년 30년 동안 54조~69조 달러(약 6경2640조~8경4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연 평균 1.8조~2.3조 달러(2088조~2668조원)로, 1990년 미국 예산 2.2조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이에 비춰보면 1991년 이후 피해 추정치는 훨씬 더 클 것이다. 2019년 미국 예산은 4.4조 달러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부정에도 미국 홀로서만 2015년 이후 기후변화로 인해 4조 달러(약 450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를 봤다고 지난 11월23일 미국 13개 연방기관들이 공동보고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1.5도 보고서, 자본주의 ‘성장의 한계’로서 기후변화 제약 함축

문제는 ‘기후변화 1.5도 보고서’가 설사 당사국들의 국가결정기여가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1.5도 온난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절박성’을 강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500쪽이 넘는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곳곳에서 기후변화가 함축하는 ‘성장의 한계’를 발견하게 된다. 기존의 ‘녹색성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성찰이 엿보인다는 얘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녹색성장은 기후변화라는 제약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낙관주의가 깔려 있다. 석탄이나 석유 등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사용 축소, 재생에너지 사용의 확대,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 개선 등을 통해 성장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한 비관주의가 짙게 스미어 있다.

물론 보고서가 이를 드러내놓고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는 205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이 연간 약 3%씩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돼 있다. 이는 과거 추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빠른 편에 속한다. 여전히 성장을 전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대응과 이행’이란 제목이 달린 제4장에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37가지 방법이 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네 가지 모델을 제시한다. 네 가지 모델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화석연료 축소와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는 상수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화석연료 축소와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가 미진할 경우, 이 차이를 메우는 유일한 대안은 조림사업 확대․강화와 식생활 개선 통한 육류소비 축소다. 보고서에서 축산업은 온실가스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인간의 정주가능 토지 10GHa 중 농업용으로 이용되는 5GHa 가운데 3.5GHa가 목초지, 0.5GHa가 축산용 사료 재배에 이용된다. 축산업이 농업용 토지의 80%를 차지하는 셈이다. 반면 인간의 섭취하는 칼로리에 기여하는 비중은 17%에 그친다. 보고서에서 육류 중심의 소비패턴을 바꾸는 방안이 에너지 시스템 문제의 다음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탄소 감축 ‘기적의 무기’란 없다! 조림과 육류 중심 소비행태 변화가 더 중요

IPCC 보고서는 탄소세보다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육류 중심의 식생활양식 전환이 더 중요함을 내비친다. 사진은 위키피디아
IPCC 보고서는 탄소세보다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육류 중심의 식생활양식 전환이 더 중요함을 내비친다.
사진은 위키피디아

보고서에서 바이오에너지․탄소포집․저장(BECCS)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BECCS 방식으로 2100년까지 누적해서 최대 4140억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BECCS는 억새나 유칼립투스와 같은 바이오연료(BE) 작물을 키우고, 이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 하여 바다 밑이나 땅 속에 묻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BECCS는 독일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후반부 들어 개발에 광분했던 ‘기적의 무기’가 되기는 어렵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무엇보다 바이오연료 작물을 키우는 데 엄청난 경작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모델 중 BE CCS를 이용하는 세 가지 모델에서 바이오 연료 작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토지는 2010년 대비 2050년까지 0.9GHa, 2.8GHa, 7.2GHa가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0.9GHa는 캐나다 면적에 해당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업용 토지 5GHa 중 현재 0.3GHa만이 바이오연료 작물 재배에 이용되고 있는데, 농업용 토지의 대부분을 전환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감당하기 어렵다.

조림사업과 견줘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도 문제다. 이산화탄소환산톤(tCO2) 당 5달러 남짓인 조림사업에 비해 BECCS는 4~5배인 200~250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포집․저장한 이산화탄소를 보관하는 것은 또 다른 생태계 파괴의 위험을 부른다. 지진 등으로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면 생태재앙으로 이어질 위험성까지 있다. 바이오연료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만큼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기거나 재생에너지 보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보고서에 함축된 ‘성장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지점들은 수두룩하다. 제2장 ‘지속가능 발전의 맥락에서 1.5도와 양립하는 저감의 길들’을 보면,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시장적 접근으로 거론돼온 탄소세의 중요성이나 실효성은 매우 낮게 취급된다. 탄소에 대한 가격 부과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1.5도 미만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고서가 간주하는 탄소세 수준은 2030년 135~6050달러, 2050년 245~1만4300달러에 이른다. 135달러나 245달러는 물론이거니와 1만4300달러는 아예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으로 알려진 전기자동차에 대한 사용 권장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탄소세보다 에너지 최종수요 억제 위한 정부 도시계획 더 중요

오히려 보고서는 에너지 최종수요 억제를 위한 정부의 계획과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계획을 통해 ‘걸어 다니는 도시’로의 전환, 대중교통으로의 적용 확대, 건물․교통수단 등의 에너지 효율 관련 규제의 강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개선과 축소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최종수요 억제를 위해 필요한 계획과 규제의 “변화를 가로막는 금융적, 제도적, 행동적, 법적 걸림돌을 극복할 수 있는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332쪽)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방해하는 이념적 가치와 문화, 방해세력들을 거론한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는 기후변화에 대한 더 약한 믿음을 갖는 경향이 있으며, 자본 지향적 문화는 온실가스 감축 저해와 관련된 행동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기후변화 지식을 거부할 수도 있다.”(제4장 364쪽). “산업집단의 로비”(353쪽)나 “기득권 세력”(354쪽)도 보고서가 언급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보고서에 담긴 이런 ‘성장의 한계’는 2010년부터 2050년까지 글로벌 국내총생산이 3배 이상 높아지면서 에너지 최종수요는 30%밖에 상승하지 않는다는 낙관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고서를 찬찬히 뜯어보면, 탄소세 도입과 같은 시장주의적 접근이나 BECCS와 같은 ‘기적의 무기’가 들어설 자리는 극히 좁아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사과까지 낳은 프랑스의 지난 1년 간의 유류세 인상(경유 23%, 휘발유 15%)으로 촉발된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은 탄소세 도입이 사회 불평등과 맞물릴 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을 알려주는 축소판일 수도 있다.

무게의 중심은 에너지 생산의 측면에서 화석연료의 사용 축소와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리기 위한 기득권 방해의 극복, 에너지 소비의 측면에서 공격적인 조림사업, 육류 소비 중심의 식생활 개선과 축산업의 축소, ‘걸어 다니는’ 곳이 많은 스마트 도시와 대중교통 확산을 위한 정부의 치밀한 도시계획과 에너지 효율 규제의 강화 등에 놓여 있다. 이에 비춰보면, 1.5도 미만의 지구 온난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례 없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이런 시도들이 기득권을 극복하며 공격적이고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은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보고서는 함축하고 있다. 한 마디로 화석연료 사용의 절감과 에너지 최종수요의 억제를 위해 지구적 차원에서 일종의 ‘혁명적 변화’가 없는 한 성장은 한계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제약으로 인해 2008년 대금융위기 이후 진입한 저성장과 불안정의 장기화라는 자본주의의 ‘뉴노멀’ 국면이 ‘성장의 중단’으로 악화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서는 돼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수많은 돼지와 닭이 폐 처분되는 모습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돼지와 닭을 대량으로 폐기 처분하는 사태를 강제할지도 모른다. 지금 폴란드 키토비체에서 ‘기후변화 1.5도 보고서’를 “환영”하지 않고 “주목”하고자 시도하는 나라들, 그리고 속으로 이에 동조하는 나라들로 인해 그 시기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주목”에 그치는 것은 혁명적 변화를 위한 시도가 초장부터 봉쇄된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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