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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딜레마!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트럼프의 딜레마!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2.14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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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25%로 올리면? 애플이 중국을 떠날 수 있다!
중국이 지식재산권 강화하면? 미국 일자리 아웃소싱 촉진!

지난 12월1일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과 두 나라의 특별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협상 타결을 위한 중국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미국산 콩의 수입을 재개하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0%에서 15%로 낮추는가 하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수정해 국산화 비율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2월1일 만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 약속을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1월8일 중국 방문에서 사열하는 도널드 트럼프.그의 딜레마가 협상과 신냉전 중 어디로 향할지가 내년에 드러날 것이다.
2017년 11월8일 중국 방문에서 사열하는 도널드 트럼프.
그의 딜레마가 협상과 신냉전 중 어디로 향할지가 내년에 드러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트럼프는 희색이 만연하다. 지난 12월13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세금 부과로 지난 4개월간 110억달러(약 12조원) 상당을 벌어들였다”고 떠벌렸다. 정부를 기업처럼 취급하는 최고경영자가 할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 듯이, 협상이 정점을 향해 치달을 때면 고민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웃음 띤 얼굴 뒤에 딜렘마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 위해 양보에 분주한 중국

지난 12월12일 블룸버그통신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미국이 중국에서 제조된 스마트폰에 부과하는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면 애플 아이폰 조립공장들이 중국을 떠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트남과 태국이 최종 대체후보지로 좁혀졌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중국 아이폰 납품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빌린 블룸버그의 보도에는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의 최근 발언도 소개돼 있다. 과거에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이 제안되면 중국이 숙련 노동 때문에 더 낫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애플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스마트폰 유리 덮개 같은 부품은 미국에서 만들어 중국에 조립하라고 보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들을 보며 트럼프가 어떤 생각을 할지를 예상해 봤다. 단연코,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왕창 얻어낼 수 있는 매우 유리한 바기닝칩(협상카드)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스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친다면 대통령까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잠재적 가능성으로만 있던 딜레마가 점점 더 현실화할 수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듯싶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강제 기술이전 시정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중국이 왕창 수용하면 내가 말해왔던 것은 어떻게 되는 거지? 미국 일자리가 중국에 더 아웃소싱 되는 거 아닌가?’

무역전쟁 휴전기간 중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중국 구조개혁의 핵심 의제가 바로 강제 기술이전의 개선이다(전산망 침투 등을 통해 기술을 노골적으로 훔치는 행위는 논외로 치자. 중국 기업만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끼리도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중국 회사를 합작 파트너로 두도록 강제하고 있다. 트럼프의 도둑질이란 은유에는 이렇게 미국 기업의 노하우와 기술을 습득한 중국 기업이 미래의 경쟁자로 부상하는 것을 포함한다. 중국 진출을 꾀해온 보잉이나 제너럴일렉트릭을 포함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이런 강제 기술이전에 볼멘소리를 해 왔다. 트럼프의 압박이 통해 중국 회사를 합작 파트너로 둘 필요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나마 이런 강제 기술이전을 꺼려 중국 진출을 자제해온 미국 기업들의 ‘대중국 러시, 탈미국 엑서더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일자리가 중국으로 다시 한번 대대적으로 아웃소싱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관세를 25%로 올리면 애플이 중국을 탈출한다는데 이건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이 트럼프의 머리를 스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할 수 있다.

강제 기술이전 개선과 지식재산권 보호의 역설, 대중 무역적자 증가

강제 기술이전 개선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강화할 경우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딜레마는 더 깊어진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하면, 미국 디즈니나 타임워너의 영화와 음악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 미국 피저(Pfizer)나 머크(Merck)와 같은 제약회사의 약에 대한 특허사용료, 미국 마이크로소프 등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로얄티 등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중국이 지급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지급하는 돈은 달러다. 달러 수요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고, 연준이 내년에도 두 차례 정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과 맞물려 중국 위안화 대비 달러가치 평가절상으로 이어진다. 중국에 파는 미국 수출품의 가격은 비싸지고, 미국에서 사는 중국 수입품의 가격은 값싸진다. 결과는 대중 무역적자의 증가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한 업종 역시 이래저래 대중국 수출이 더 늘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대중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봐야 하는 트럼프로서는 곤혹스럽기 이를 데 없다. ‘관세를 25%로 올리면 애플이 중국을 탈출한다는데 이건 도대체 뭐야?’라는 고민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이런 딜레마는 트럼프가 열어젖힌 미‐중 무역전쟁의 복합적 성격에 애초부터 간직돼 있던 것이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유럽연합으로 대표되는 나머지 서방선진국들이 세 가지 성격의 게임으로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첫 번째 게임은 중국을 길들이고 규율하는 게임이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이 정치적 자유화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그 경제성장이 서방의 기술을 유용하고 유망한 기술을 사들이는 한편 시장개방은 더딘 채로 막대하고 은밀한 수출보조금을 통해 달성했다는 미국의 볼멘소리에 유럽연합과 일본 등 나머지 서방선진국들은 상당 부분 동의한다. 강제 기술이전 개선 등도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 게임은 가존 무역 게임의 룰의 해체와 관련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다자간 협상과 무역분쟁 해결 틀인 세계무역기구가 미국의 교섭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양자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본다.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에서 미국은 이런 태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대해선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 일본까지도 비판적이다. 모두들 자신을 다자주의의 옹호자로 내세운다. 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시장경제를 위해 고안된 무역 규칙들이 중앙 통제 경제에 적용할 때는 부적절하다’는 미국의 주장엔 이들 다자주의 옹호자들 사이에서 균열이 발생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세계무역기구 개혁은 이 지점에서 중국을 길들이고 규율하는 문제와 만난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기업의 소유형태를 결정하거나 산업정책의 크고 작음 여부는 국가주권의 선택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길고 험난하기는 할 테지만 두 번째 게임은 협상의 문제에 속한다.

딜레마에 빠질 때 트럼프의 선택은? 신냉전의 길?

세 번째 게임은 모두가 우려하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패권 다툼이다. 이 게임은 무역 규칙의 시행이나 설계의 문제가 아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불리는, 현존의 패권국과 부상하는 도전자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이자 다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유럽연합이나 일본 등과 같은 서방국들은 이 경쟁의 일부가 아니다. 다만, 외교적, 경제적 안보의 구성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패권 다툼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나머지 국가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강요받는 것이다. 이런 패권 다툼에서 중국은 한층 더 권위와 통제에 의존하는 나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공화질서를 선택한 나라들로서는 점점 미국을 선택하는 길로 흘러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어느 한 편을 강요받는 ‘신냉전의 도래’인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 동안 트럼프의 머리는 매우 복잡할 것이다. 강제 기술이전 개선이나 지식재산권 보호가 미국 내 일자리의 해외 아웃소싱을 더 촉진할 위험성은 그의 반글로벌 약속에 호응했던 백인 하층 노동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성은 지난하지만 협상으로 통하는 첫 번째, 두 번째 게임의 길보다는 세 번째 게임인 신냉전의 길로 트럼프를 인도할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머리가 복잡해지면, 내년 2월 말로 끝나는 휴전기간은 더 연장될 수도 있다. ‘관세를 25%로 올리면 애플이 중국을 탈출한다는데’라는 소식이 그의 귓가에 계속 맴돌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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