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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성’ 외면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절박성’ 외면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2.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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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 채택 외면…단지 ‘주목’하는 데 그쳐
행동 강화 통한 2030년까지 45% 감축 빨간불…탄소배출권거래 규제 연기

공식 회의를 하루 넘기면서 가까스로 나오기는 나왔다. 하지만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기후변화가 낳는 재앙적 피해를 목도하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성장의 한계에 대한 음울한 경고를 쏟아냈음에도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12월15일 저녁 이뤄진 합의 ‘카토비체 패키지’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카토비체 패키지에서 기후변화 연구자들의 국제컨소시엄인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제5차 회의에서 지난 10월 만장일치로 통과된 특별보고서인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채택을 뜻하는 '환영한다'(welcoming)가 아닌 ‘주목한다’(noting)에 그쳤다. 2030년까지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담지도 않은 채 IPCC 특별고서의 “적절한 시점에 완료(timely completion)”를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의 뜻대로 된 것이다.

한국, 기존 감축계획 의지와 실적 평가에서 60개 국가 중 57위

이런 차이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강력한 문구는 IPCC의 과학적 경고를 한층 강화한 행동으로 통합하기 위해 향후 논의와 결정을 당사국 총회에서 강제할 수 있게 해주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각 당사국이 기존에 제출한 국가결정기여(NDC)는 물론 이에 더해 ‘플러스알파’의 의무를 부담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목’에 그침에 따라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가 촉구한 혁명적 변화는 초장부터 봉쇄 쪽으로 기울었음을 뜻한다. 이런 결과에 우리나라는 되레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이번 회의에서 60개국을 대상으로 공개된 기존 국가결정기여 이행에 대한 의지와 실적 평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57위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는 화석연료 발전소 추가 건설 금지의 검토를 제안하며 원자력 이용을 늘리는 것까지 열어놓을 정도로 내용이 절박하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이 10㎝ 상승해 도서지역 1천만명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물론, 더 잦고 강력한 고온과 이로 인한 가뭄, 더 파괴적인 태풍, 수많은 빈곤 취약계층의 재해 노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파괴, 세계 경제성장에까지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는 인간에 의한 배출량을 제로까지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정 이행 위한 개도국 지원 등의 세부지침 거의 논의조차 안 돼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카토비체 패키지에서 포함되지 못하고 내년으로 미뤄진 것도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맥락에 놓여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행동 강화를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일정한 통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할당받은 이산화탄소 배출 한도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들이(또는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 한도보다 적게 배출한 국가들이) 남은 양을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다른 기업이나 국가에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배출 한도를 초과한 기업이나 국가가 이를 구매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행동 강화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대상으로 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한 2005년 2월 도입된 이후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40여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1월 제도를 도입했다.

개발도상국의 파리협정 이행 지원을 위한 세부지침 마련은 거의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파리협정에는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경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들의 협정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세계은행이 향후 5년에 걸쳐 2천억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힌 게 전부였다.

온실가스 배출 보고와 검증 관련 방법의 투명성 측면에서만 진전

COP24 마지막날 의장인 미하우 쿠르티카가 회의 마지막날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보고와 검증 방법의 투명성 확보에서 이뤄진 진전을 빼곤 이번 회의에서 박수받을 만한 일은 거의 없었다. 사진은 COP24 홈페이지.
COP24 마지막날 의장인 미하우 쿠르티카가 회의 마지막날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보고와 검증 방법의 투명성 확보에서 이뤄진 진전을 빼곤
이번 회의에서 박수받을 만한 일은 거의 없었다. 사진은 COP24 홈페이지.

카토비체 패키지에 담긴 그나마 유일한 성과는 2015년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규칙을 확립하는 측면에서 당사국들이 감축을 약속한 국가결정기여(NDC)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고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수립하는 것에 관한 진전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배출가스 감축이 이중으로 산정되지 않도록 투명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 분야의 진전이 있는 것만 해도 중요한 성과라는 시각도 많다. 폴란드 고위관료로서 이번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인 미하우 쿠르티카는 “이번 합의 패키지를 통해 여러분은 함께 수많은 작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작은 진전”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온실가스 감축 보고와 검증 방법의 진전에 미국이 역할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6월 파리협정 공식 탈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번 회의에 참가한 미국 대표단은 이 분야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강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미국이 떠난 자리를 메우겠다’는 유럽연합의 호언이나,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중국의 당찬 야심도 이번 회의의 중요성에 걸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과 유럽연합을 합한 것보다 더 많고,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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