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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완저우 체포, 구금에 어른거리는 초국가 정보동맹 ‘5개의 눈’
멍 완저우 체포, 구금에 어른거리는 초국가 정보동맹 ‘5개의 눈’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2.19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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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 아우르는 5개국 정보동맹 (FVEY)
불법행위 연루된 미국 기업가부터 그렇게 체포․구금 하는 게 순서

캐나다 사법당국이 알아서 한 것이다.’ 세계 제2의 휴대폰 제조판매업체이자 통신기업인 화웨이 재무 담당 최고경영자(CFO) 멍 완저우가 밴쿠버 공항에서 지난 12월1일 국경감시대에 체포․구금 된 이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 말이다. 캐나다 법무부가 멍을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라는 미국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지 캐나다 행정부는 이 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를 포함해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거의 같은 시각에 트럼프-시진핑 만찬회동에서 무역전쟁 90일 휴전 합의가 이뤄진 터라 발생할 파장은 녹록치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즉각 석방”을 요구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볼 수 있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12월10일 베이징 공항에서 스파이 혐의로 전직 캐나다 외교관 출신의 마이클 코빙이 체포․억류됐고, 13일에는 “중국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활동”을 한 혐의로 제2의 캐나다인이 억류되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과 캐나다는 한 목소리로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쿠바, 이란, 수단의 수많은 제재 위반에도 이런 식의 체포 구금 없어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에 있는 미국 국가안보국 본부. 사진 위키피디아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에 있는 미국 국가안보국 본부.
사진 위키피디아

멍이 받고 있는 혐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해 미국산 반도체칩이 포함된 휴대폰을 화웨이가 이란에 수출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혐의는 통신사 출신인 화웨이가 미국 무선통신업체들에 판매한 제품들에 통신망에 침투할 수 있는 은밀한 장치를 내장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정확한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주장만 하고 있다.

홍콩에서 출발 밴쿠버를 경유해 멕시코로 가던 멍의 체포 구금은 미국 국적 여부를 떠나 기업인에 대한 체포 관례상 전례 없는 일에 해당한다. 이전까지 미국의 쿠바, 이란, 수단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미국이나 비미국계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수없이 있었지만, 이런 식의 체포․구금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인이 아닌 해당 기업이 벌금을 낸 게 전부였다. 2010년 이후 미국의 쿠바, 이란, 수단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금융기관은 30개, 부과된 벌금은 153억6900만 달러에 이른다. 2008년 대금융위기 전후로 만연된 불법행위로 인해 미국 금융기관들은 벌금 2430억달러를 물었지만, 이들 금융기관 책임자 중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체포․구금되지 않았다.

전례 없는 멍의 체포 구금에는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2012년부터 미국 의회는 화웨이와 ZTE의 무선통신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이는 지난 8월 공공기관이 중국 기업 제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2019년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이 발표함으로서 완성됐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지난 7월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사용 건을 논의했다. 캐나다는 공식 선언은 하지 않으면서 사용 금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월스트리트 12월16일 보도를 보면, 바로 이때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 정보국 수장들이 모여 외부 간섭으로부터 통신망 보호를 이슈로 중국의 사이버 첩보능력과 군사력 증강 등을 논의했다. 이후 지난 8월 호주의 금지에 이어 이들 나라는 줄줄이 화웨이 장비의 5G 네트워크 사용을 금지했다. 뉴질랜드 통신보안국(GCSB)은 지난 11월28일 중대한 안보 문제로 화웨이 기술을 이용해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알렉스 영거 영국 대외정보국(MI6) 국장은 멍 체포 직후인 12월 초 화웨이 장비의 5G 네트워크 사용에 관해 경고했다.

지난 7월 ‘5개의 눈’ 정보 수장 캐나다서 회동…이후 줄줄이 화웨이 5G 장비 배제

온타리오 주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통신보안국(CSEC) 본부. 사진 위키피디아
온타리오 주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통신보안국(CSEC) 본부.
사진 위키피디아

공교롭게도, 미국을 포함한 이들 5개 국가는 ‘5개의 눈’(Five Eyes; FVEY)로 불리는 신호정보에 관한 공동협력조약 ‘UKUSA’의 당사국들이다. '캐나다 사법당국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트뤼도 총리의 발언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5개의 눈’의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8월 대서양 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후세계의 목표를 설정하고자 하는 미국과 영국이 발표했고, 이후 나머지 3개국이 참여했다. 냉전기간 동안 옛 소련과 동유럽 블록의 통신을 감시하기 위한 에셜론을 처음 개발했다. 에셜론의 존재는 1990년대 말 폭로됐지만,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월드와이드웹으로 감시 능력이 더 확대됐다. 2013년 미국 국가정보국 소속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당시 에셜론을 폭로하면서 ‘5개의 눈’에 대해 “당사국들의 법률에 구속되지 않는 초국가 정보기구”로 설명했다.

캐나다의 곤혹스러움은 화웨이 통신장비의 5G 배제를 공식선언하지 않은 데서 뭍어난다. 비슷한 고민은 유럽연합도 안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독일은 지난 8월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는 했으나, 이것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에도, 1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보석금을 내고 멍은 인신 구속에서 풀려나기는 했지만,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입체적이다. 트럼프는 멍 체포 사건이 무역전쟁 휴전기간 중 이뤄지는 협상의 바기닝칩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동맹 ‘5개의 눈’ 차원에서 이뤄지는 입체적인 움직임에 비춰보면, 그다지 무게가 실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멍이 미국이 인도되지 않고 풀려나는 것과 화웨이와 전쟁은 별개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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