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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여전히 ‘고갈까지 40년’이 남아 있는 것일까?
우리에겐 여전히 ‘고갈까지 40년’이 남아 있는 것일까?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2.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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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시기만 따지는 현 정부의 ‘무책임한’ 국민연금 개편안
현세대와 후세대의 단계적 구분, 사회적 기준 마련이 최우선돼야

아마도 현 정부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현재 20%대에 있는 지지율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기어들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여기에 10대까지 가세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만 19살인 선거연령을 18살로 낮추는 문제에 대한 여야 정당들의 정치공학도 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이 소극적이라는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초록이 동색’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 12월24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국민연금 개편안 4가지 방안이 몰고올 수 있는 파장은 이렇게 만만찮다.

12월13일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장관. 사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12월13일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장관. 사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쥐구멍에 몸을 숨길 수는 없다. 문제의 핵심을 직시해야 한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근본 문제는 내는 보험료에 비해 너무 많은 연금을 받아가는 구조에 있다. 예를 들어 20년 동안 100원의 보험료를 냈다고 하면, 연금은 190원을 받아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덜 내고 더 받아가는 게 심하다.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480만원을 상한선으로 최고 보험료율이 정해지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187). 다음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이런 구조를 다시 짜지 않는 한 국민연금 기금의 중장기적 안정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적립금 고갈시기 5~6년 늦추는 게 개편안인가?

방치하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사실 이 미래세대라는 말 자체가 애매하기는 하다. 기준을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금 이 시각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누구나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넘나든다. 그렇기에 미래세대의 기준은 몇 년에 태어났다는 식의 물리적인 기준이 아니라 제도의 탄생, 수급의 상황, 노동시장 전망 등을 기초로 정할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의 기준은 ‘사회적’이라는 얘기다. 이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처럼 국민연금 적립재원 고갈시기 타령만 하다가 시간이 흘러가기 쉽다. 고갈시점이 2057년이냐, 2062년이냐, 2063년이냐 그런 얘기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낳는 효과는 ‘아직 40년이나 남았네!’라는 식의 안이함이다.

개편한다고 하면서 ‘현행유지’까지 포함하는 꼼수를 부린 이번 개편안 중 ③안(소득대체율 45% 상향, 보험료율 12% 인상) ④안(소득대체율 50% 상향, 보험료율 13% 인상)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렇게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으면’ 각각 연금 고갈 시기가 2063년, 2062년으로 현행 유지 때보다 6년, 5년 늦춰진다고 한다. 대충 한 정권 정도의 집권시간에 해당한다. 고갈시기가 늦춰지니 현행유지보다 나은 게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내는 보험료에 비해 거의 2배의 연금을 받아가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근본 문제를 망각하는 것이다. ③안과 ④안대로 시행할 경우 적립재원 고갈시기에 나중 세대들의 보험료(또는 세금) 부담은 자신의 소득에서 31.3∼33.5%가 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현행 유지 때의 24% 남짓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 물론 24% 자체도 감당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세대와 후세대의 단계적 구분, 구분의 사회적 기준이 최우선

후세대 소득의 24~33.5%를 걷어가겠다는 것이 무책임하듯이, 현세대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20%까지 왕창 끌어올리는 것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 보혐료 부담의 동적인 균형을 끌어내기 위한 현세대와 후세대를 나누는 기준의 설정이 최우선이다. 이를테면 국민연금 개편의 중간목표와 단계를 설정하기 위한 한 가지 기준은 고령사회 진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65살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고량사회에 이미 2017년 들어갔다. 현세대와 후세대를 가르는 1차적인 사회적 기준을 흘려보낸 셈이다. 이 인구비율이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지금이라도 16% 정도를 기준으로 현세대와 후세대를 나누는 1단계 기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제도부양비율(=국민연금 가입자 수 대비 연금수급자 수)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현세대와 후세대를 나누는 2단계 기준으로 설정해 볼 수 있다. 현행 방식으로 추계하면, 2020년 19.6명이 되고, 2030년 35.0명이 된다. 3단계 기준은 기금이 최고로 쌓이는 시점이 될 수 있다. 현행 방식으로 2045년이다.

제도부양비율(연금 가입자 수 대비 연금 수급자 수) 추이. 자료: 국민연금공단
제도부양비율(연금 가입자 수 대비 연금 수급자 수) 추이
자료: 국민연금공단

현세대와 후세대를 가르는 단계는 적어도 3단계 이상은 돼야 한다. 2단계에서는 국민연금제도 개편의 궁극적 방향,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것인가, 부분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을 결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현세대와 후세대를 가르는 각 단계마다 국민연금 제도 개편의 방안은 ‘덜 내고 더 받아가는’ 구조를 완화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다. 소득대체율은 현재 수준 45%보다 더 내리지 않는 게 좋다. 연금 지급시기 역시 65살에서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게 좋다. 대신에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사회보험료) 기준으로 보험료를 꾸준히 올려야 한다. 고소득층일수록 덜 내고 더 많이 받아가고 있는 구조를 완화시키기 위해 상위 보험료 구간을 설정하고 한시적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사회보험료의 점진적 인상에 맞춰 소득세 인상은 동결하거나 세부조정을 해주는 게 필요할 것이다.

우리에게 12년 남았다고 호소한 기후변화 보고서가 부러운 이유

지난 10월 인천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은 ‘우리에게 12년이 남았다’고 선언했다. 2100년까지 평균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도 증가에 머물게 하려면 2030년까지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 인간에 의한 배출량을 제로까지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행을 위한 중간 목표와 단계를 설정한 것이다. 이미 목도하고 있는 자연재해 등보다 훨씬 더 큰 기후변화의 재앙을 피하기 위한 인류의 행동에 남은 시간은 결국 12년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현행유지까지 포함해 알맹이도 없는 4가지 방안을 국민연금 개편안이라고 툭 던져놓았다. 지난 8월 국민연금 제도개편위원회가 현세대와 후세대를 설정하는 사회적 기준에 대한 별다른 고민도 없이 보험료는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며 연금 지급시기는 늦추는 방안을 덜컥 던져놓은 것의 데칼코마니다. 현행유지까지 개편안에다 집어넣은 정부의 꼼수를 보며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치고 박고 하다가 현행유지로 하라는 거냐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40년이 남아있는 거냐고?

이런 치졸한 정부안부터 걷어차는 국회의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후세대와 현세대의 단계적 구분, 단계적 구분을 위한 사회적 기준의 설정, 근소세 동결 속 사회보험료의 점진적 인상,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한 고소득층의 덜 내고 더 받아가는 구조의 개선, 정권 변동에 상관없는 지속적인 추진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 그런 합의안이 나온다면 헌법 개정안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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