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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위원장, 가이드라인 안 만들려 사실 왜곡까지 하나?
최종구 위원장, 가이드라인 안 만들려 사실 왜곡까지 하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2.3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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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싱가포르가 외국인 대상인 ICO만 허용한다?
싱가포르는 금융당국이 관련 플랫폼 개발까지 완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암호(가상)화폐공개(ICO) 관련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2월26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의 ICO 허용에 대해 “증권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원활하게 허용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 까다롭게 보겠다는 의미”라며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 국가는 허용을 해주고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만 허용할 뿐 자국민을 대상으로는 불허한다”고 설명했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852). 이런 발언은 22건의 국내 ICO 사안들을 실태조사 해봤더니 사업의 투명성과 구체성, 자금 반환절차 등이 매우 미흡하고 일부는 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나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22건의 ICO건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데,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주도로 이르면 내년 1월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활발한 ICO, SEC '재량’ 아니라 ‘준칙’ 통과 기업 많다는 뜻

1년여가 넘도록 암호화폐 ICO 금지를 주도해 최근 위헌소송에 직면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1년여가 넘도록 암호화폐 ICO 금지를 주도해
최근 위헌소송에 직면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하지만 최 위원장이 거론한 외국의 사례들은 사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제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ICO 허용에 대해 “원활하게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까다롭게 보겠다는 뜻”이라고 주석을 단 것 자체가 문제다. 미국에서 크고 작은 ICO가 이뤄지는 것은 SEC가 원활하게 해주는 재량이 아니라 “까다롭게 보겠다는 뜻”을 간직한 SEC의 준칙을 통과하는 사업들이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은 외국인에게만 허용하지 자국민에게는 ICO를 금지하고 있다는 최 위원장의 해설도 사실 왜곡이다. 게다가 이 발언은 이들 나라 금융감독당국이 ‘외국인은 봉’으로 여기고 있다는 오해까지 부를 수 있는 내용이다. 스위스가 국내인 대상의 ICO를 금지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당국(FINMA)이 이전까지 역외펀드 대상의 ICO만 허용한 것은 맞다. 하지만 2018년 10월 역외펀드뿐 아니라 국내펀드를 통해 광범위한 암호자산 집합투자 상품들을 취급할 수 있는 암호자산관리 면허를 부여했다. 면허를 받은 기업은 스위스 주크 주에 본부를 둔 크립토파이낸스 AG의 자회사로 2017년 설립된 크립토 펀드다.

스위스, 2018년 10월 국내펀드에도 암호자산관리 면허 부여

싱가포르, 은행시스템과 연결하는 암호자산 청산․결제 플랫폼 개발 완료

싱가포르가 ‘외국인 예스-내국인 노’ 규제를 하고 있다는 최 위원장의 설명도 사실이 아니다. 싱가포르 통화당국(MAS)이 제정한 가이드라인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증권으로 간주되는 토큰 거래를 제공하는 거래소에 증권선물법을 적용하고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싱가포르 통화당국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와 함께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자산의 청산․결제를 위한 플랫폼인 '인도대지급'(DvP; Delivery vs. Payment) 개발을 완료했다고 2018년 11월 발표했다. 2016년 개발 계획이 시작된 이 플랫폼은 법정통화인 싱가포르달러와 태환되는 암호화폐를 이용할 때 은행시스템과 분산원장기술의 연결을 시험하는 한편, 통화당국의 전자지급시스템과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연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가장 앞선 플랫폼을 개발하는 싱가포르 통화당국이 ‘외국인만 봉’ 취급한다는 최 위원장의 설명 자체가 난센스다.

준칙과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외국의 암호화폐 ICO와 달리, 국내 금융감독당국은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금지로 일관해 재량 남용과 직무유기 논란을 빚고 있다.
준칙과 가이드라인에 따르는 외국 암호화폐 ICO와 달리,
금융위원회는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금지로 일관해
재량 남용과 직무유기 논란을 빚고 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낮은 사업 수준을 이유로 금융위의 ICO 금지를 정당화시키면서 금융위의 재량 남용과 직무유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기 전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지난해 12월6일 블록체인 업체 프레스토는 법률적 근거 없이 금융위의 재량에 기초한 막무가내 식 ICO 전면금지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위헌지점은 △금지의 법적 근거가 없어 법치주의·법치행정원칙 위배 △법·제도 정비 계획을 공적으로 밝혔음에도 후속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신뢰보호원칙 위배 △자본시장법 적용, 암호화폐 성격의 분류를 통한 규제 도입 등 대안적 수단을 무시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해 과잉금지원칙 위배 등이다.

금융위가 할 일은 사실 왜곡이 아니다. 투자자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포함한 ICO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싱가포르 감독당국처럼 기준에 미달하는 ICO 토큰 발행자에게 활동 중단을 요청하는 권한을 금융위원회가 갖는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 암호화폐 사업의 수준을 판단하는 금융위의 재량(discretion)을 ICO 가이드라인이라는 준칙(rule)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2017년 9월 ICO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1년이 넘도록 가상통화는 통화도, 화폐도, 금융통화상품도 아니라면서 ICO에 대해 ‘무조건 안 돼!’라는 식의 ‘무데뽀’ 식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최근엔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에 정부의 이런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높았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728).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2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 탑재 답변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가상통화는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발행한 가치의 전자적 표시”이며,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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