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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중립금리’, 셰일석유 채산성에 좌우될 가능성 높다!
미 연준의 ‘중립금리’, 셰일석유 채산성에 좌우될 가능성 높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1.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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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 금리 인상 겹치면 셰일석유 생산 급감 우려
금리 인상→셰일 석유 생산 감소→유가 상승→물가 상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연준의 2018년 네 번째 금리 인상 직후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한다는 소문이 촉발시키며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앞두고 미국 증시는 곤두박질쳤고 금융시장은 거의 패닉에 빠졌다. 갑작스런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결정, 이에 반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조기사임 표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삭감에 항의한 트럼프의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 결정 등이 겹쳤다.

연준, 금리 정상화에서 금리 인하까지 내비치는 시장친화적으로 돌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전월 대비). 자료: BLS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전월 대비). 자료: BLS

지난 1월4일에는 파월이 미국 증시를 급등시켰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29%, 나스닥지수는 4.26% 급등했다. 파월은 이날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마련한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연준 전·현직 의장 공동 인터뷰’에서 미리 준비한 A4용지를 읽었다.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가지고 … 경제 지원을 위해 통화정책을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 … 문제가 되면 자산 축소 정책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19일 때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그때는 인상 횟수를 한 차례 줄이며 긴축의 속도조절을 내비치긴 했지만 2019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포함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 강했다.

파월의 입에 따라 보름 만에 미국 증시는 롤러코스트 장세를 펼쳤다. 이에 대한 해석은 간단하다. 연준의 두 차례 금리 인상 계획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미국 경제가 취약할 수 있다고 증권시장이나 금융시장 쪽에서는 보고 있다는 것이다. 비관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평균 2.9% 성장하고 올해도 2% 중반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2년 안에 불황에 진입할 확률이 40%(2018년 12월 로이터통신이 실시한 경제학자 여론조사)로 높아졌다. 이렇게 높은 확률이 나온 것은 대금융위기 8개월 전인 200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실질금리 0%의 미국 경제, 속도조절 속 0.5%포인트 인상도 감당 못할 만큼 취약?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연율 기준, 자료 BLS)*아래 그래프가 식품과 에너지 품목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연율 기준, 자료 BLS)
*아래 그래프가 식품과 에너지 품목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

미국 경제의 불황 진입 확률이 높아지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이 신냉전으로 빠져들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현재 수준의 미‐중 무역전쟁만으로도 중국의 경제가 둔화하면서 유럽연합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역시 테크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시작됐다. 지금은 미국이 부과한 중국산 제품이 주로 중간재에 불과하지만 소비재로 확대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과 가계소비 둔화로 이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

4% 미만의 낮은 실업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금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연평균 3.2%였다. 2017년 2.5%와 견줘 꽤 높아졌다.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3.3% 오르면서 가속화 모습을 보여준다. 2019년에는 3.7~3.8%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고 해도 생산성 증가율(1.2% 안팎)을 감안하면 물가에 주는 압력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연율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2.2% 오르는 데 그쳤다. 실제로, 실업률이 지난해 11월 전례 없이 낮은 3.7%를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의 조밀성이 커지면서 완만한 임금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연율 기준)는 에너지 가격 하락(-2.2%)에 힘입어 제자리걸음이었다. 식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율은 0.2% 올라 연간 기준 2.2% 증가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연간 증가율과 같았다. 9~11월 3개월에 걸친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직전 3개월(6~8월) 대비 1.8% 증가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 되레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만으로 보름 사이에 펼쳐진 금융시장의 패닉과 안도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연준이 지난해 네 차례 금리를 올렸다고 해도 실질금리가 여전히 제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질금리가 제로에 가까우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수익을 좇는 금융기관들의 위험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덩달아 주가에는 거품이 끼기 쉽다. 소득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른 모습도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국채 이자 감소로 적자를 늘릴 유인이 강해지며, 기업들의 부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쏟아내는 증권시장과 금융시장 참여자들, 그리고 트럼프의 볼멘소리를 해석할 때 이런 측면을 감안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지난해 금리를 올리고 자산 축소에 나선 실제 이유는 -2%에 이를 정도로 너무 낮은 실질금리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로 인한 자산시장 거품과 각종 금융불균형 예방을 금리 인상의 최우선 목표에 뒀다는 얘기다.

2008년 이후 -2~-3% 실질금리에서 수천억달러 조달한 미국 셰일 석유산업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 의사까지 내비쳤음에도 증권시장의 민감한 불안은 작은 실질금리 상승에도 타격을 받는 취약성에 증권시장과 금융권이 드러나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이 측면에서 주목되는 분야가 바로 셰일석유 생산업종이다. 연준이 중립금리 수준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문이 바로 에너지, 특히 셰일석유 생산업종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립금리는 물가를 목표 수준(연 2.1%) 이내에서 유지하면서 경기를 부양하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이런 의미에서 중립적인) 실질금리 수준이다.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경제모델 속에서 판단과 추정 속에서 도출되는 값이다.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자주 동원하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채택된 개념도 아니다. 현재 이런 추정과 판단 속에서 대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 수준이 크게 하락했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발 석유혁명으로 불리는 셰일 석유산업은 수압파쇄(프래킹) 방식으로 석유를 추출하는 자본집약 산업이다. 시추봉이 수평으로 3km 이상을 이동할 수 있는 수평 시추, 탄산가스를 함유한 암석을 부수어 열어젖힐 만큼 충분히 높은 압력으로 지구 속으로 유체를 분사하는 수압 파쇄를 결합하기 때문에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 셰일석유 탐사․생산 기업들의 부채는 2005년 500억달러에서 2015년 2000억달러로 증가했다. 대부분이 2008년 대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명목 기준금리가 0~0.25%까지 떨어졌을 때 늘어난 것이다. 이후 연준의 금리는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 2017년 3월, 6월, 12월, 2018년 네 차례 등 모두 9차례 오르면서 2.25~2.5%로 올랐다. 올해 두 차례 오르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대 3%까지 금리가 오른다. 셰일업계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미국 연기금까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통해 셰일석유기업들에 엄청난 투자를 해놨다.

유가 하락과 겹치는 금리 인상, 셰일석유 생산 감소와 물가 상승 낳을 가능성 높아

이미 한 차례 셰일업계는 된서리를 맞은 기억이 있다. 2014년 사우다이라비아가 석유 생산량을 늘리며 한때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던 석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16년 2월 배럴당 26달러대(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까지 떨어지면서 2014년 이후 셰일산업에서 167개 기업이 파산했다. 석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배럴로 줄어들기까지 했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0월 76달러대까지 상승하면서 현재는 하루 1170만배럴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원유생산량 추이(하루 천배럴, 자료: UEA)
미국 원유생산량 추이(하루 천배럴, 자료: UEA)

이 과정에서 미국 셰일업계는 엄청난 구조조정을 겪었다. ‘셰일 석유업계의 애플’로 유명한 휴스턴 소재 기업인 EOG와 같은 일부 기업도 출현했다. 이 기업은 프리미업 유정에 집중한 덕분에 배럴당 40달러 수준에서 최소 30%의 세후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압파쇄 기업의 발달로 생산이 더 이상 불가능한 지역에서 추가로 석유를 추출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5일 미국이 대이란 제재 대상 품목을 석유․가스로 확대하면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란의 석유수출 감소 등에 따라 유가 급등의 우려가 커지자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한 미국의 생산량 증산 압력 등으로 유가가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가 하락으로 채산성 압력에 부닥친 미국 셰일업계가 생산량을 더 늘리는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내년에는 하루 1200만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유가 하락에다 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한 차례 대규모 파산과 조정 사태를 거쳐 생산기반을 정비한 미국 셰일석유업계가 급격한 채산성 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본집약 산업의 특성상 끊임없이 안정적인 대규모 자본조달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과 맞물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셰일 석유업계의 금융기반을 취약하게 만든다. 그럴 경우 셰일 석유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석유가격 인상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 셰일 석유업계 채산성 악화와 자본조달 어려움 → 석유 생산량 감소 → 유가 인상과 소비자물가 상승’의 경로가 작동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4%를 넘던 지난해 1분기 때부터 트럼프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트럼프는 셰일 석유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일관되게 금리 인상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경제, 자산시장 거품만이 아니라 값싼 셰일석유 의존도도 높아져

지난해 11월부터 유가 하락이 본격 겹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하단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내비친 연준으로서는 셰일 석유업종의 경우 추가 금리 인상으로 석유 생산량 감소와 물가 상승 압력이 촉발될 수 있는, 그래서 ‘중립금리’를 벗어나는 영역에 해당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부터 미국을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시킬 만큼 셰일 석유업종은 하나의 업종으로 취급하기에는 미국 경제에 주는 파장은 엄청나다.

게다가 이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무역전쟁 와중에서 10~25% 관세 부과로 중국산 제품이 물가상승 압력을 낮춰오던 이점은 사라진 상황이다. 12월에도 31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늘어나며 노동시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민과 이주 노동자 유입 억제 정책은 임금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두 금리를 가지고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사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셰일석유 감산과 유가 상승을 낳을 수 있는 금리 인상은 연준으로서는 매우 버거운 부담일 수 있다. 그만큼 미국 경제는 값싼 석유에 한층 더 길들여져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전 모건스탠리 수석경제학자 출신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잭슨글로벌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는 연준이 앨런 그린스펀 이후로 자산시장 거품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을 펴왔다고 비판하며, 연준이 애초 밝힌 대로 금리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자산시장 거품의 예방을 가장 중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자산시장 거품만이 아니라 값싼 셰일석유에도 길들여져 왔다. 역설적이게도 그 값싼 셰일석유는 초저금리의 산물이다. 금리를 올리면 셰일석유 생산 타격으로 값싼 석유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연준이 직면한 최대 딜레마는 조밀한 노동시장과 급속한 임금 상승 압력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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