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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5억에 팔린 매출 1000억 서영, 또다시 매각 논란
‘불과’ 25억에 팔린 매출 1000억 서영, 또다시 매각 논란
  • 신만호 선임기자
  • 승인 2019.01.07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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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 위장 계열사 지목…1년만에 곳간 비어 임금마저 체불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위장계열사로 지목한 토목설계회사 서영엔지니어링이 임금마저 체불하면서 직원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 아무리 ‘위장’이라도, 국내 최대 기업집단의 계열사라 지목되는 회사가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얼핏 상식 밖. 게다가 서영은 불과 2년 전인 2016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업계 상위권의 탄탄한 기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서영은 매출 하락뿐 아니라 여러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채 내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거액횡령 수사를 받던 중 돌연 사망한 전 대주주의 인척과 관계인들이 여전히 사내이사와 경영진으로 근무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 매각과 임금체불을 둘러싼 논란과 경영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서영은 2015년 삼우CM건축사사무소가 인시티에 매각한 후, 2017년 12월 25억원에 WM건설에 한 차례 더 매각됐다. 이후 WM건설은 사명을 서영산업개발로 바꾸고 직원 임금을 체불하는 와중에 다시 서영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노사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불과 1 년 전, 현 경영진이 회사 자금의 정상화와 매출 불확실성의 제거를 공언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당시 김종흔 대표이사는 이전 경영진에 의해 유출된 회사자금은 거의 회수돼 경영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전직원에게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한 바 있다. 더군다나 같은 해 WM건설은 인수 절차 마무리 후 기업 재무구조 안정화 차원에서 신규자금을 투입했다고 언론에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실상은 자금부족과 이로 인한 임금체불 나아가 추가 매각 시도로 나타났다..

서영의 지난 2년간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2018년 8월에는 사측이 직원들의 임금삭감을 요구한 상황에서 회장 급여로 연 10억원씩 챙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내부 갈등이 있었다. 회사 경영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사내이사에 대해서도 불신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현 경영진은 애초 인시티를 통해 무자본으로 서영을 인수하고 회사 자금을 유출한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서영의 전 부사장과 관계된 인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S 전 부사장은 지난 2017년 10월 수사를 받던 중 돌연 사망했다. 그런데 현 이사진은 S 전 부사장의 부인, 전 직장 동료, 대학 선후배 등 그와 관계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현 대표이사 역시 S 전 부사장의 대학 선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 사망으로 수사가 종료된 상태이지만 그의 측근들이 여전히 회사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 전 부사장은 2015년 서영엔지니어링의 표지어음을 담보로 사채를 얻어 서영을 인수한 불법적인 무자본 M&A를 주도했던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회사를 인수한 그는 자신의 측근으로 사내이사를 채운 후 본인이 설립한 법인으로 서영 자금을 빼돌리다 들통이 나 검찰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 중 그가 사망하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단죄를 면했지만, 그가 선임한 이사진은 아무런 제약없이 계속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년 전만해도 “회사 재도약을 확신한다”던 대표가 불과 몇 개월만에 임금삭감과 해고에 이어 지난해 10월부터는 임금까지 체불하자 직원들은 망연자실이다. 이에 더해 매각 시도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급기야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서영을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한편 서영 지분 약 30%를 보유하고 있는 삼우CM건축사사무소도 매각시도 소식에 당황하며 법원에 주식매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 와중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1월 서영엔지니어링이 삼성의 위장 계열사가 맞다며 이건희 삼성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성장가도에 있던 서영은 무자본 M&A가 촉발한 태풍으로 불과 몇 년 만에 쑥대밭이 됐다. 당시 경영진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일단락된 듯 했던 태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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