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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Gilets Jaunes)’와 정당한 ‘경제 포퓰리즘’
‘노란 조끼(Gilets Jaunes)’와 정당한 ‘경제 포퓰리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1.29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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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 미래, 진보적 포퓰리즘 아니면 극우 포퓰리즘?
좋은 포퓰리즘과 나쁜 포퓰리즘은 구분돼야

국내외에서 포퓰리즘 논의가 대세를 이룬 지 오래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은 부정적인 어감을 갖는 용어다. ‘대중 추수 인기영합주의’로 통칭되며 무책임, 감정적 선동 등과 같은 말들을 동시에 떠오르기 쉽다. 그렇기에 상대방 비판에 자주 동원된다. 서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 지지자들이 극우 정치세력을 비판할 때 즐겨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나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내 왼쪽 날개의 정책이나 주장을 비유하는 데 자주 쓰인다. 미국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선지 한국에서는 정권을 빼앗긴 수구․보수세력이 여당을 공격할 때 좌파세력이라는 낙인과 함께 심심찮게 꺼내든다.

하지만 애초 명확한 정의가 없기에 포퓰리즘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 말이 동원되는 구체적 맥락에서 의미를 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란 조끼’ 운동은 이런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아직까지 이 운동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용어를 동원한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거대한 하나의 운동이 ‘기승전결’을 갖는다면, 노란 조끼 운동은 현재 ‘전’을 거쳐 ‘결’을 향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낙인이나 성격 규정이 나올 때가 무르익었다는 얘기다.

정치세력화, ‘결’을 향해 달려가는 노란 조끼 운동

지난 1월 파리 생제르맹 거리에서 항의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 사진: 위키피디아
지난 1월 파리 생제르맹 거리에서 항의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
사진: 위키피디아

노란 조끼 운동은 지난해 11월17일 토요일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도시의 거리를 점령하며 11주가 흐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때 최대 30만명에 이르며 프랑스 국민의 지지율 70%를 유지해왔다. 참여자가 줄어드는 듯했지만 지난 1월5일, 12일 각각 5만명과 8만명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마크롱 정부의 국정지지도는 30%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월27일에는 폭력 중단을 외치는 ‘파란 스카프’ 부대가 등장했다. 노란 조끼 운동에 동의하지 않다는 공개적인 움직임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결’을 향해 달려가는 운동의 모습은 요구와 의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터져 나온 노란 조끼 운동의 요구와 의제는 변화무쌍했다. 애초 시위를 촉발시킨 유류세 인상안을 정부가 철회하자 연금생활자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 등 일반 시민의 소득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그러자 마크롱은 지난해 12월10일 직접 나서 최저임금 월 100유로로 8.5% 인상 등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했다. 시위대는 이를 일축했고 국민투표를 비롯한 직접민주주의 요구를 내걸었다. 마크롱 정부는 노란 조끼 운동의 확산과 파장을 막기 위해 세금과 공적 지출, 공공서비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적 이행, 민주주의와 시민권 4가지 의제를 놓고 국민 대토론회를 제안했고 지난 1월15일부터 열고 있다.

최근 노란 조끼 운동은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시민발의연합(RIC)’이라는 조직의 이름으로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후보자 79명을 내기로 한 것이다. 1차로 발표된 10명 명단에는 노란 조끼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31살의 간호조무사 잉그리드 르바바세를 포함해 중소기업 대표, 가정주부,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오는 2월 중순까지 투표절차를 통해 69명의 후보를 더 선발할 예정이다.

극우정당 지지율 잠식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

반응은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엘라베가 1월22~23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럽의회 선거 투표의향 조사를 보면, 노란 조끼가 후보를 낸다면 응답자의 13%가 투표하겠다고 답변했다. 마크롱의 집권당인 ‘전진하는 공화국(레퓌블리크 앙마르슈)’ 22.5%, 마리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집회(RN; 국민전선의 후신) 17.5%에 뒤이은 3위를 차지했다. 제1야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공화당 11.5%를 앞선 것이다.

이 조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노란 조끼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국민집회 지지율이 20.5%로 나왔다는 점이다. 노란 조끼가 나오면 국민집회 지지율이 상당 부분 잠식되는 셈이다. 현재 노란 조끼 운동의 정치적 지향이 무엇일지, 누구를 대표하게 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사회․정치적으로 광범위한 사람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노란 조끼의 주요 활동가들은 강경 우파에 가깝고 반(反(반))유대주의 반(反(반))이슬람주의 색채가 짙다는 분석이다. 국민집회 표를 갉아먹는 것으로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만큼 노란 조끼에 포퓰리즘이란 규정이 달라붙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노란 조끼 운동은 ‘포퓰리즘’인가?

노란 조끼 운동은 포퓰리즘인가? 답은 ‘그렇다’이다. 그것도 경제적 포퓰리즘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파리와 같은 대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주변으로 밀려났다는 소외감, 자신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버려짐', 배제당함과 무시당함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583). 다만 노란 조끼가 추구하는 경제적 포퓰리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경제적 포퓰리즘의 잣대로 노란 조끼에 접근하는 근거는 이렇다. 정치의 생명은 ‘대중의 지지를 동력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포퓰리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과 정당 지지도를 유심히 살피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대중의 지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이런 맥락에 놓이는 포퓰리즘은 ‘‘공동의 이해’를 갖는 국민이나 인민을 가정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의지를 시행하기 위해 기존의 권위와 규칙에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흐름‘을 통칭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동의 이해를 공유한다는 인민의 가정,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지의 실행, 기존의 권위와 규칙에 대한 저항과 거부가 특징인 것이다.

자유주의에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가 있듯이, 포퓰리즘도 정치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으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차원의 포퓰리즘은 기존의 권위와 규칙에 저항하거나 반대한다. 문제는 이 차원에서 기존의 권위와 규칙은 ‘민주공화주의’라는 것이다. 이것에 저항하고 거부한다는 의미는 역사적으로 나치즘을 포함하는 파시즘이나 전체주의 등의 위험한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폐쇄적 민족주의가 공동의 이해를 공유하는 인민의 적으로 소수자와 외국인을 설정하는 게 보통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포퓰리즘과 친화성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다. 역사적으로 민주공화주의를 부정하기는커녕 더 풍성하게 확대하는 정치적 포퓰리즘도 있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에서 나타난 인민당 운동(populist party)이 그것이다. 이 운동은 기존의 정치질서와 권위에 도전하며 농민연합과 연대해 상원 직접투표와 여성 투표권 등을 요구했다.

경제적 차원의 포퓰리즘은 기존 경제질서와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뉴딜은 경제적 포퓰리즘의 상징이다. 대공황이라는 미증유의 불황 속에서도 팽창적 통화정책을 가로막고 있던 금본위제를 거부했고, 부자와 거대기업의 기존 질서에 맞서 누진 소득세과 경제에 대한 통제를 확대했으며, 사업자에 치우친 기존 노사관계 질서에 대항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등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시켰다. 루스벨트는 1936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경제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 금융업자, 산업자본가들과 같은 “경제적 왕당파들은 우리가 미국의 제도를 뒤엎으려 한다고 불평한다. 그들이 정말로 불평하는 대상은 우리가 그들의 권력을 치워버리려 한다는 점”이라고 연설했다. 어느 극우세력 지도자와 견줘 봐도 뒤떨어지지 않는 선동적인 내용이다.

기업과 자본 중심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세계무역기구와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국제기구, 유럽연합 확대 과정에서 긴축재정의 일상화를 강제하는 집행위원회, 기업의 자유의 뒷전으로 사회권을 미뤄 놓는 유럽사법재판소 등과 같은 유럽연합의 기존 제도와 권위들에 대한 저항과 반대는 경제적 포퓰리즘이다. 정당한 근거를 갖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질서의 창출을 요구한다. 국내 경제에서 특권과 반칙의 해소, ‘갑‐을’관계의 정상화, 나아가 독점 규제와 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들은 공동의 이해를 공유하는 인민의 가정, 기존 경제질서에 대한 도전과 거부를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역시 경제적 포퓰리즘이다. 이렇게 볼 때 경제적 포퓰리즘은 경제개혁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개혁은 언제나 개혁의 대상과 개혁의 동력, 그리고 방법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마크롱의 경제비전1 - 파리의 글로벌 금융센터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4월11일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4월11일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변화무쌍한 요구를 내걸며 정치세력화로 귀결되고 있는 노란 조끼가 추구하는 경제적 포퓰리즘의 내용은 마크롱 정부의 정책을 거울삼아 추정해 볼 수 있다. 마크롱의 경제비전의 한 축은 브렉시트 이후 런던의 글로벌 금융센터 기능을 파리로 옮겨오는 것이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3만개의 금융산업 일자리가 영국 런던에서 유럽대륙으로 와야 하는데 그 과실을 파리가 고스란히 따먹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다른 하나는 2003년 독일에서 도입한 하르츠개혁을 본뜬 노동시장 공급 측면 개혁을 통한 산업 부문의 경쟁력 확보다.

마크롱에 운이 따르는 듯했다. 2017년 11월 런던에 있는 유럽은행감독당국(EBA)을 파리로 옮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종 결선에서 오스트리아 빈과 동률을 이뤘으나 추첨을 통해 파리가 선정된 것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예상과 달리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유럽금융감독당국 파리 유치는 부유층 감세안과 노동개혁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는 훌륭한 선전 소재로 활용됐다.

집권 첫해 의욕적으로 진행된 부유층 감세안은 바로 파리의 글로벌 금융센터화를 목표로 한다. 이 감세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2017년 10월24일 마크롱은 엘리제궁에서 세계적인 21개 펀드 대표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5조5천억 유로를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랙록 대변인은 “(어제 법안 통과로) 20년만에 프랑스에 가장 강력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70억 유로 감세안의 핵심은 친기업적인 세제 개편과 대포적인 부유층 감세. 무엇보다 부유세 70% 인하, 자본이득세에 대한 단일세율 30% 적용이다. 부유세 인하로 상위 납세자 100명에 돌아가는 혜택은 평균 100만 유로다. 자본이득세 단일세율 적용에 따른 혜택의 44%가 상위 1%에게로 집중된다. 상위 100명은 평균 68만4천 유로(약 8억7천만원), 상위 1천명은 평균 17만2천 유로(약 2억2천만원) 혜택을 얻는다.

법인세도 단계적으로 내려간다. 50만 유로(약 6억4천만원)를 초과하는 이윤에 부과되는 세율이 현행 33.5%에서 2019년 2019년 31%, 2020년 28%, 2021년 26.5%, 2022년 25%로 낮아진다.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피용자들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인 페이롤택스 최고세율 구간은 폐지됐다. 또한, 사모펀드 등 펀드매니저들이 실적 초과 달성 시 받게 되는 성과급(carried interests)에 대해서는 소득세 최고세율 45%가 아닌 30%가 적용될 예정이다.

마크롱의 경제비전2 - 노동시장 공급 측면 개혁 통한 경쟁력 확보

동시에 마크롱은 2017년 10월 노동시장 개혁도 전격 진행했다. 내용은 노동자의 고용과 해고를 더 쉽게 하고, 종업원 50명 미만의 소기업을 포함해 공장 신설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산업별 협정이 아닌 기업 차원의 교섭을 적용하는 것 등이다. 해고비용 완화는 부당해고 보상에서 상여금을 제외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산업별 협정 적용 제외를 통해 같은 업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와 근로조건이 차이가 나는 자동차 부품공장 설립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나라로 용어로 하면 ‘광주형 일자리’가 가능하게 된다.

이런 정책들은 마크롱에 “부자들의 대통령”이란 별명을 안겨줬다.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2018년 예산안에 저․중소득자를 위한 60억 유로 감세안을 내세웠지만, 이 별명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그 이후는 노란 조끼 운동의 폭발, 유류세 인상 철회와 최저임금 인상 등 당황한 마크롱의 잇따른 양보다. 이런 양보에 따라 느는 세수 확보를 위해 마크롱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디지털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도입을 2019년부터 도입하겠다는 12월17일 발표했다.

일정한 조건을 단다면 마크롱의 프랑스 경제 진단은 옳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사회이동성을 촉진하며 접근의 평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혁신, 숙련, 디지털화를 특징으로 하는 경제로 진입하면서 평생 보장되는 일자리는 적어지는 환경에서 실직기간은 짧되 더 낮은 일자리 변경과 재훈련, 팽생학습 환경 구축을 추진했다. 프랑스가 경쟁국보다 훨씬 더 높은 공적 지출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시에 유로존 안정성장협약의 조건인 국내총생산 대비 3% 이내 재정적자, 국내총생산 대비 60% 이내 정부부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세금과 사회지출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마크롱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이 호소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한 유럽연합 차원의 경기대응 예산 확보와 유럽연합 재무장관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 유럽’을 옹호하는 위르겐 하버마스 등 유럽의 지식인들도 이 필요성에 공감했다. 토마 피케티 등이 최근 제안한 유럽연합 재정정책 제안도 마크롱의 제안과 분리하기는 어렵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764)

하지만 유럽연합 차원의 경기대응 능력 확대를 위한 마크롱의 제안은 독일에 사실상 거부됐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동시에 파리의 글로벌 금융센터화, 2003년 독일에서 도입한 하르츠개혁을 본뜬 노동시장 공급 측면 개혁은 ‘노란 조끼’의 거대한 저항에 부닥쳤다.

‘노란 조끼’의 경제적 포퓰리즘, 유로존 안정성장협약 유연성 요구할까?

프랑스의 기존 좌파와 우파는 노란 조끼 운동에 아무런 비전도, 정책도 제공하지 못해 왔다. 마크롱의 유류세 인상안은 분명히 역행적이다. 그는 ‘프랑스의 미국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중산층 가계가 집값이 싼 곳을 찾아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하고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하게 된 오랜 현실을 외면했다. 대도시 거주자들만이 대중교통에 대한 공적 보조로부터 혜택을 받는 불공정을 무시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기는 도시의 과잉팽창 억제와 스마트 도시로의 축소, 대중교통의 확충이라는 과제를 도외시했다. 노란 조끼의 경제적 포퓰리즘은 ‘비행기 여행을 하는 부유층은 탄소세를 내지 않는다’는 정당한 항변과 함께 이런 비전을 포괄해야 한다. 녹색 이행을 위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노란 조끼는 유로존 안정성장협약이 주는 제약이 단지 이탈리아나 그리스, 스페인 등과 같은 남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을 가능성이 있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프랑스에게도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음을 인정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마크롱처럼 유럽연합 차원의 공동 재정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을 추진하되, 유로존 안정성장협약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를 프랑스가 전면에 내세워야 함을 요구하는 방향이다. 다른 하나는 우파 포퓰리즘이 현재 보여주고 있듯이 단순한 ‘유럽연합 회의론자’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노란 조끼의 우파 포퓰리즘화에 해당한다.

‘노란 조끼’의 경제적 포퓰리즘, 마크롱 판 ‘광주형 일자리’에 어떤 태도 보일까?

프랑스 전체 차원에서 유로존 안정성협약의 유연성을 높이자고 제안하는 것은 파리의 글로벌 금융센터 육성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글로벌 금융자본은 유로존 안정성장협약 유연성 확대가 유로화의 가치 안정에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달러에 이어 제2위의 글로벌 통화 지위를 누리고 있는 유로화의 국제화가 더 이뤄지기 위해선 안정성장협약의 유연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유로화 국제화를 주도하는 국가에 대해 경상수지와 재정적자 관리에서 상당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면 유로화의 추가 국제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마크롱의 노동개혁이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 더 쉬운 해고와 해고비용 축소가 고용기회와 고용을 늘릴지에 대한 경험적 인과관계는 확립된 게 없다. 너무 높은 해고비용은 경기 상승기에 기업들이 노동자를 새로 고용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경기 하강기에 노동비용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때 더 쉬운 해고는 투자와 설비 확장을 위한 주요한 걸림돌을 없애는 것에 해당한다. 반면 경기 하강기에 해고비용 축소는 단지 더 많은 해고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가 없다. 경기가 상승할지 하강할지를 결정하는 총수요의 상태와 고용주의 마음에 달려 있다. 현재 프랑스 경제, 전체 유럽경제의 상황은 좋지 않다. 2008년 대금융위기 이후 더딘 회복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이것마저 다시 둔화할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효과가 불투명한 해고비용 축소보다 오히려 더 흥미를 끄는 지점은 프랑스 판 산업별 협약이 아닌 기업별 교섭에 따라 노동조건에 차이를 두도록 한 프랑스 판 ‘광주형 일자리’의 가능성이다. 이는 고용비용 인하와 함께 경기 하강기에 있을 수 있는 해고비용도 낮추는 효과를 동시에 낳는다. 문제는 단체협약 구속력을 제한하는 산업별 협약 적용 배제를 통한 이런 방식이 노사관계의 중․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런 식의 법적인 산업별 단체협약 적용 배제는 수출기업에 적용될 여지를 극히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프랑스 정부가 ‘사회적 덤핑’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노란 조끼의 경제적 포퓰리즘이 마크롱 판 ‘광주형 일자리’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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