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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주도’(통계조작) 성장은 일본 아베노믹스였다!
‘통계주도’(통계조작) 성장은 일본 아베노믹스였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2.0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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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사대상 대기업 확대하며 임금 증가율 부풀려
실질임금 제자리=아베노믹스 약점 감추기 위한 의도성 의심

지난해 8월 국내에선 통계청장이 전격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이 되레 소득분배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통계결과에 당혹한 정부가 책임을 물어 바꿨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정부는 부인하지만 말이다. 그때 한 야당에서 ‘통계주도성장 ’이란 말을 만들어내 소득주도성장을 조롱했다. ‘통계 조작’으로 성과를 부풀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공세를 편 것이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임금을 부풀리는 통계 조작과 부정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포장하는 통계 조작에 기반한 통계주도성장이 진행돼 왔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이 지난 1월29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후생노동성은 임금과 노동시간을 조사해 발표하는 ‘매월근로통계’를 집계하면서 지난해부터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을 다수 포함시켜 전년 대비 전국 평균임금이 크게 상승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2018년 6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임금이 3.3% 상승한 결과가 나왔는데, 당시 일본 정부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21년 5개월 만의 최고상승률”이라며 아베 총리의 치적을 부각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2018년 6월과 2017년 6월 조사에 모두 포함된 기업만 별도 분석했더니 상승률은 1.4%에 불과했다. 또한 후생노동성 통계에서는 지난해 실질임금이 오른 달이 5개월이지만, 다시 계산하면 6월 한 달에 불과하다.

2009년 중의원 총선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아베. 자료: 위키피디아
2009년 중의원 총선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아베.
자료: 위키피디아

후생노동성 규정에 따르면 직원 499명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전국 200만개 중에서 3만개 정도를 뽑는 추출조사를,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전국 약 6,000여개)은 전수조사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집중된 도쿄도에서는 규정을 어기고 2004년부터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의 3분의 1만 임의로 추출해 조사해 왔다. 예를 들어 2018년 10월 조사의 경우 1464개 기업 중 491곳만 포함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부터 도쿄도 대기업에 대한 추출조사를 전수조사와 가깝게 데이터를 보정하면서 사달이 나기 시작했다. 앞선 통계와의 연속성이 깨진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매월근로통계는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험, 실업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국가 기간통계다. 2017년까지 상대적으로 적게 산출된 평균임금에 연동돼 축소 지급된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등이 2105만 건이나 된다. 추가지급에 드는 비용은 795억엔(약 8100억원)이다.

아베 정부는 이번 통계 조작과 부정 사태가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기 위한 계획 속에서 이뤄진 것도 아니고, 사태를 조직적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음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매월근로통계의 바탕이 되는 자료가 대량으로 폐기된 데다 후생노동성 관료들이 통계 부정을 알고도 입을 다물어 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야당들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의도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4개월의 최장 경기 확장을 선전하면서도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에 곤혹스러워 해 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28일 시정연설에서 대국민사과, 30․31일 이틀 연속 국회사과 등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6년 7월 집권한 아베 정부는 집권 둘째 해인 2007년 국민연금 납부 기록이 정부 데이터에서 사라져 일대 혼란을 빚은 ‘사라진 연금’ 사태가 재현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은 그해 7월 참의원선거에서 121석 중 37석만을 얻는 참패를 겪었고, 아베는 그해 9월 총리 직에서 사임했다. 야당은 이번 통계 조작과 부정 사태를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사라진 지급액’ 시건으로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는 4월 통일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선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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