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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세컨드카’ 구입 부추키는 전기차 보조금
부유층 ‘세컨드카’ 구입 부추키는 전기차 보조금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2.1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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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없애면 수소전기차만 사라는 소리?
저소득층의 수소차 대비 더 값싸고 친환경적인 전기차 구매 봉쇄 효과

전기자동차는 같은 차종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견줘 비싸다. 정부는 이 전기차에 많은 구매보조금을 주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매우 낮은, 친환경 차량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규모는 배터리 용량과 가능 주행거리 등에 따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매칭하는 형태로 지급하는데 전기 승용차의 경우 중앙정부 보조금은 최대 900만원, 지방정부 최대 1천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2023년부터 없어진다.

다만 수소전기차는 예외다. 수소전기 승용차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원을 더해 현재 보조금은 최대 4250만원에 이른다. 현 기술 수준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기차보다 33% 더 많이 나오는데도 전기차보다 보조금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생산단가 인하에 맞춰 단계적으로 축소된다는 계획은 잡혀 있다. 생산단가는 3만대 생산하면 30%, 10만대일 때 50% 내려간다고 한다. 구매보조금의 형태를 띠기는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는 간접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셈이다.

구매보조금 2023년부터 수소전기차만 제공, 불공정거래 시비 부를 뇌관

2019년 전기차 보조금 현황(자료 환경부)
2019년 전기차 보조금 현황(자료 환경부)

요약하면 전기차 보조금은 2023년부터 없어진다. 수소 전기차는 현행유지 내지 단계적 축소다. 이것은 상당한 불공정거래 시비를 낳을 수 있는 뇌관이다. 전기․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6년 1만1767대, 2017년 2만5593대, 2018년 5만5756대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기차 보급은 2만대 이상 크게 늘어났다. 요인은 복합적이다. 유가 상승세, 2019년부터 줄어드는 보조금, 고속도로 통행료 반값 할인(2017년 9월 시행) 등이 맞물렸다.

전기차 지원․육성에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다. 기존 생태계에서 전기차 생태계로 그대로 갈아탈 수 있는 전후방 사업자는 30%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연착륙이 매우 중요해진다. 말이 연착륙이지 기존 사업자의 도태와 적응, 새 사업자의 출현 등 격렬한 변화의 과정이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고 수많은 일자리가 달려있는 만큼 정부가 손 놓고 있기는 어렵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녹색 효과도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정당화시키는 강력한 근거다 . 하지만 친환경 효과도 소득불평등 환경에서 형평성을 해칠 경우에는 부작용이 만만찮다. 지난해 11월부터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노란 조끼’ 운동이 그 생생한 증거다. 지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수단과 방법이 적절한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2011년부터 도입된 이후 올해가 9년째다.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 수소전기차 1만5천대 보급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정부가 밝힌 마당에 이제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질 때도 됐다. 2018년까지 전기차 5만6천대를 구입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구입한 전기차를 이용해 얼마나 운행하고 있는가? 전기 승용차의 ‘세컨드카’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전기차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 반값할인을 적용하는 것은 온당한가?

전기차에 고속도로 통행료 반값할인 적용은 온당하지 않아

고속도로 통행료 반값할인 적용부터 생각해 보자. 고속도로 통행료는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 도로 이용료과 혼잡통행료 성격이다. 차량의 크기에 따라 통행료를 차등 적용하는 이유는 고속도로에 주는 부담과 하중을 감안해 설정하는 것이다. 전기차라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고 고속도로 통행료에 반값할인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이런 친환경 효과에 대한 배려는 최득세․교육세․개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 감면으로 이미 제공하고 있다는 게 타당하다.

미국 가계소득과 전기차 구입 관계(2017년)
미국 가계소득과 전기차 구입 관계(2017년)
왼쪽: 가계소득별 가구비중, 오른쪽: 전기차 구입가구의 가계소득별 비중

전기차 보조금이 지닐 수 있는 형평성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논의된 바가 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7500달러(약 84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조금이 고가의 사치차량에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하원의원 제이슨 스미스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기차 지원금이 고가의 하이엔드 전기차량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며 “지원금을 철폐하는 대신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부유층의 ‘세컨드카’ 구입의 수단으로 악용돼온 측면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미국 교통부가 실시한 2017년 전국가계여행조사(National Household Travel Survey)를 보면, 전기차를 구입한 가구의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2.7대로 전체 평균 2.1대를 훨씬 웃돌았다. 이들 전기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는 다른 차량보다 12% 적었다. 전기차를 보유한 가구의 3분이 2인 67%가 연 가계소득 10만달러(약 1억1천만원)를 넘었다. 15만달러 이상이 42%나 됐고, 10만~15만달러는 25%였다. 나머지 33%가 연 10만 달러 이하 가구다. 이중 2만5천 달러 미만 가구는 3%포인트에 그쳤는데, 이 가구는 전체 가구의 16%를 차지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현행 보조금, 부유층 세컨드카 구입 부추겨

그럼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공개된 자료는 없다. 조사자료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2018년 기준 5만8천명의 가계소득 분포가 어떨지는 교차분석을 하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평균 주행거리가 얼마인지, 전기차 보유가구의 가구당 자동차 대수가 전체 가구의 평균 보유대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따로 조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소득세율 인상의 대상인 과표 3억~5억원(세율 40%, 4만명), 5억원 초과(세율 42%, 5만명) 인원이 9만3천명 정도가 됐다. 추정하건대 전기차 구입자들 중에는 이들 중 상당수가 포함돼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구입자의 많은 비중도 이 계층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뭔가 반작용이 필요하다. 현재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에는 어떠한 조건도 따르지 않는다. 가구소득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기존 차량의 처분의무나 일정거리 이상 주행의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산다는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고 있을 뿐이다. 보조금 받아 사두고서 차고에 처박아둔 채 찔끔 운행하는지 어쩐지 실상은 모른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조해 실태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구매자의 소득수준, 기존 차량 처분 여부, 주행거리 정도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에 근거해 적절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적용할 수 있으나, 감정적 반발 등으로 전기차 구매지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보다는 기존 차량 처분, 일정거리 이상 주행의무 부과 등을 조건으로 한 보조금의 차등 적용이 적당하다.

기존차량 처분, 일정 거리 주행의무와 연계한 보조금 차등 지급 필요

이런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선이 올해 도입된 ‘자동차 탄소포인트제’와 맞물리면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이 제도는 주행거리를 감축하거나 친환경 운전을 실천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인센티브(최대 10만원 상당의 탄소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당연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 기존 차량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짧을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내연기관 차에 비해 적다. 그런 전기차에 주행거리 감축에 따른 탄소포인트를 지급하는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2018년 도입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소(사진 청와대)
청와대가 2018년 도입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소(사진 청와대)

전기차 보조금을 2023년부터 없애겠다는 것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이는 소비자 선택을 제한해 수소전기차만 사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전기차를 사지 못했던 저소득가구가 전기차로 갈아타는 것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현대차에 대한 과도한 특혜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해외 전기차 제조업체나 국내 전기차 수입판매업자가 수소전기차만 구매보조금을 준다고 불공정거래로 제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향후 보조금 혜택을 받은 국내 전기차에 대한 반덩핑 관세를 미국이 부과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까지 정부는 너무 손쉽게 전기차 보조금에 접근하고 있다. 하루빨리 슬기롭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세금이 부유층의 세컨드카 구입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둬서는 곤란하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 친환경차 육성이라는 취지에도 어긋난다. 경쟁관계에 있는 전기차와 수소차 사이의 불공정거래 시비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훨씬 적고 값싼 전기차를 저소득가구가 사려고 할 때 보조금 폐지를 통해 이를 봉쇄하면서 수소전기차 사라고 부추기는 행위를 정부가 해서는 안 된다. 보조금을 그렇게 이용하는 산업정책은 국민복지를 갉아먹는 ‘나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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