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7 10:48 (일)
다람쥐 쳇바퀴 소득주도성장 성패 논란 피하려면
다람쥐 쳇바퀴 소득주도성장 성패 논란 피하려면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2.18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는 경기둔화 인정하지 않아
한국경제가 경기순환의 어느 국면에 있는지 진단 필요

정부는 여전히 경기둔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간연구소들에서는 멀게는 2017년 4분기부터 경기둔화가 시작됐다고 진단하는데도 모르쇠다. 취업자 중가폭 둔화의 배경으로 빼놓지 않고 ‘경기적 요인’을 들먹이면서도 그렇게 했다(그마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장 이후 ‘경기적 요인’은 사라졌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짐작된다. 하나는 이전지출을 포함한 ‘경기대응적’ 재정정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일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질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하는 등 그런 조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경기둔화 인정을 애써 내치는 데는 이로 인해 커지게 될 ‘소득주도성장’ 실패 논란을 우려하는 측면도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란 수단을 동원하면서 촉발된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현 정부 내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경제학계, 경기순환 어떤 국면에 있는지부터 진단해야

이런 상황에서 경제학계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은 현재의 상황이 경기순환의 어떤 국면에 있는지를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진단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정부의 재정정책이 겨냥하는 대상을 나눠 살펴볼 수 있는 교통정리가 된다.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분배정책의 차원인지, 실업급여 증가 등 경기둔화에 대한 자동안정장치(automatic stabilizer) 차원인지, 소득주도성장이 내세우는 것처럼 소득 증가를 통한 성장 견인 또는 방어의 차원인지를 개념적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현재 소득주도성장 개념이 안고 있는 큰 문제의 하나는 ‘보편지하 막비소득주도성장’(무릇 하늘 아래 소득주도성장 아닌 게 없다)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522).

아쉽게도 한국경제학회를 포함해 여러 경제 관련 학회들이 한 데 모여 지난 2월14~15일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도 현재 경제상황이 경기순환주기에서 어디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진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정부 거시경제 성과의 실증평가’(최인․이윤수 서강대 교수)란 주제로 14일 발표된 발제문도 마찬가지였다. 이 발표문은 2013년 1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와 출범 뒤인 2017년 3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거시경제·일자리·투자·고용 등에 대한 장기균형성장률을 비교했다.

한 언론보도 내용처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성장률, 투자, 고용 지표가 감소했다”는 이 발표문의 분석에 대해 “경기둔화나 구조 변화(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같은 다른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 정부 출범 1년 동안의 데이터를 가지고 비교하기 어렵다, 정책 효과가 발휘될 시간으로 보기엔 너무 짧다(하준경 한양대 교수) 등과 같은 반론이 덧붙여졌다. 취업자 증가폭 둔화의 배경을 둘러싼 논란과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 논란에서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낳은 효과를 애써 부정하면서 인구 증가 둔화나 자동화 등을 요인으로 내세우려 했고, 반박은 최저임금이 낳은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방식이었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912).

토론에서는 “성장률 저하가 정책의 영향인지 경기순환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말까지 나왔다. 이 토론내용에서는 ‘지금은 경기둔화 국면에 있고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기둔화에 의한 성장률 방어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을 엿볼 수 있다.

민간소비 증가 속 최종 소비재에서 차지하는 수입품 비중 상승

그럼에도 이 논문에는 꽤 중요한 내용이 하나 포함돼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민간소비성장률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1.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종소비재 중 수입품 소비가 늘어난 결과라는 설명이 그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나타나려면 임금 상승이 국내 소비 증가, 소득 증가로 이어져야 하는데 (수입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내수증진 효과가 작았다”는 것이다.

해외직접구매와 직접판매 추이(자료: 통계청)
해외직접구매와 직접판매 추이(자료: 통계청)

실제로 이런 분석은 통계청 발표 결과로도 확인된다. ‘2018년 3분기 국내 제조업 공급동향’을 보면, 전체 최종소비재 공급은 전년 동기 대비 2.9% 하락했다. 하지만 최종 소비재 공급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23.3%로 0.6%포인트 증가했다. 4분기에는 전체 최종소비재 공급이 5.5% 늘면서 수입품 비중은 25.9%로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수입품 비중의 상승은 급증하는 해외직구에서 엿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온라인 쇼핑동향’을 보면, 해외직구(직접구매)는 6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 증가했다. 4분기에는 8967억원으로 35.4% 늘어났다. ‘민간소비 증가’ 그 자체만이 아니라 이를 글로벌 아웃소싱과 글로벌 가치(생산)사슬과 연결하여 파악해야 국내 일자리에 주는 효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