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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라니? 사가정역 「스시토모」
손님은 왕이라니? 사가정역 「스시토모」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19.02.2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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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손님으로서 갖춰야 할 식당에 대한 예의

역세권 먹자촌을 벗어나 조금 걷다 보면 무언가 공력이 있어 보이는 스시집이 있다.

매우 작은 스시집인데 간판에는 스시토모라는 식당이름 외에

참다랑어/연어라는 메뉴가 오만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식당에 들어서면 테이블이 4개 있는데 실재로는 3개만이 운영된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지라 가능하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바로 서빙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 식당을 추천하지 않는다.

다른 테이블에 손님이 있을 경우, 그 테이블의 서빙이 끝나야 자신의 음식이 준비되며 어떤 경우에도 사장님은 서두르지 않는다.

예약을 안 했을 경우,  한 사람이라도 테이블에 손님이 있거나 재료준비가 버거울 것 같으면 식당진입(?)을 거절 당할 수 있다.

그러니 손님이 왕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이 식당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역시 주메뉴는 연어와 참치(참다랑어). 두 가지를 다 즐기려면 연어/참치를 주문하면 된다.

나는 연어를 좋아하는 편이라 연어를 주로 주문한다. (2~3인기준 43,000원인데 최근 5,000원이 오른 가격이다)

연어는 다른 곳과는 달리 손가락 두께만큼 썰어져 나온다.

적당하게 기름지고 부드러운 질감을 느끼게 되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10,000원 정도를 더하면 참치, 혹은 연어/참치를 맛 볼 수 있는데, 참치는 주로 중뱃살(보통 쥬도로라 불리우는)이 메인으로 나오며, 바깥 쪽부터 먹으라는 사장님의 안내가 더해진다.

정갈하고 깔끔한데다 사장님이 조금씩 내어 주는 음식은 그야말로 그 공력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이라는 사케가 다른 곳보다 거의 반값에 판매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스시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가성비는 최고수준이다.

요리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사장님은 - 강요하지는 않지만 - 손님의 무례함을 표정으로 항의한다.

이 곳의 분위기는 (나름대로 고급요리이며 최선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므로) 손님도 식당주인과 다른 테이블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이런 예의가 이 식당에서만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

한국사회는 돈을 내는 사람의 어느 정도 무례함은 참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거나, 돈 내는 사람은 무례해도 돈 받는 사람은 어떤 실수도 해서는 안된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런 모습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을로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식당의 다른 을 특히 알바들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보다 불리한 조건의 사람들에게 갑질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사람 많은 식당에선 거의 매일 보는 풍경이다.

그러면서 뉴스의 갑질을 손가락질 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짓이다.

나와 내 주변의 이 식당 단골들은 사장님의 표정변화를 살피며, 사장님의 기분이 좋을 때 내 주는 서비스 음식에 감사하며 어떤 때는 감격한다.

(사실 사장님은 츤데레이기도 하다. 특히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자상하기까지 하다)

식당에서 지켜야 할 예의는 사회적으로, 개인간에도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손님은 왕이라는 위계적이고 고압적 태도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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