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진행 중인 현대판 실크로드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이탈리아가 서방 주요국 최초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이 이에 대해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6일(현지시간)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이달 하순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로마 방문 때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일대일로 참여 가능성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22일 로마에 도착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주세페 콘테 총리와 회담을 하고, 이튿날 시칠리아를 개인적으로 방문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관측하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의 실세 중 1명인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작년 11월 중국을 찾아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참여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가세하면 이는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창립 회원 가운데 최초이다. 유럽 내에서 현재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 비주류 국가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일대일로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각을 세우고 있는 포퓰리즘 정부가 작년 6월 출범한 이래 더 두드러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이런 친중 행보에 미국과 EU 등에서는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EU 역시 중국의 확장 정책을 잔뜩 경계하고 있는 마당에, 전통적으로 서방의 핵심 일원인 이탈리아의 이런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개럿 마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대일로 참여가 경제적으로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면서 "또한, 이는 장기적으로는 이탈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T의 이런 보도가 나오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박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그러한 판단은 정말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며 "대국이자, 경제력이 강한 나라인 이탈리아는 자국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독자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도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 가능성을 경계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 모든 회원국은 EU의 법규 및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이런 정책의 집행에 있어 EU의 단합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며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동참은 EU의 공동 입장과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방의 반발이 이어지자 미켈레 제라치 이탈리아 산업차관은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서명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ANSA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70여 개 나라가 일대일로 참여를 약속했다고 라레푸블리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