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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이번엔 페이스북․아마존․구글을 정조준하다!
엘리자베스 워런, 이번엔 페이스북․아마존․구글을 정조준하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3.12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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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혁신 위해 거대 IT공룡들의 반경쟁적 합병 무효
개인정보 남용, 로비 통한 민주주의 위협 등 독점 폐해 심각

미국 자본주의를 ‘책임 있는 자본주의’로 개혁하기 위한 엘리자베스 워런의 싸움이 이번에는 미국의 글로벌 정보기술 공룡들의 해체를 겨냥했다.

내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상원의원 워런(매사추세츠주)은 3월8일 지신의 블로그 미디어닷컴에 ‘거대 기술기업을 해산하는 방법’이란 글을 올려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과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혁신을 방해하고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경제권력의 독점에서 나오는 막강한 로비력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를 이용한 이익 챙기기가 만연해 있다며 이들 공룡기업들의 해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6년 10월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힐러리 선거유세를 하는 모습 - 위키피디어
2016년 10월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힐러리 선거유세를 하는 모습 - 위키피디어

그는 “오늘날의 대형 기술기업들(빅 텍스)은 우리의 경제와 사회, 민주주의 위에 너무나 큰 힘을 갖고 있다”며 “경쟁을 불법적으로 저해하는 거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 기술 분야에 크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차세대 혁신을 위해서는 대규모 IT 기업들을 해체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경쟁적 합병의 예로, 2012년 4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합병(10억 달러), 2014년 2월 페이스북의 메시징 앱 왓츠앱 인수(190억 달러), 2017년 6월 아마존에 의한 미국 최대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 인수(137억 달러), 2013년 6월 구글의 소셜네트워크 기반 지도서비스업체인 웨이즈 인수, 구글의 개인정보 이용한 이익 챙기기 등을 꼽았다.

워런은 빅 텍스의 해체를 위해 이들 기업이 취한 반경쟁적 합병을 금지하고 기존에 이뤄진 반경쟁적 합병을 무효로 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에는 연간 매출 250억 달러 이상인 회사의 경우 플랫폼과 플랫폼에 실리는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인수합병을 금지하고, 플랫폼 회사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전송하거나 공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예를 들어 법안이 적용될 경우 애플의 경우 앱스토어를 운영하거나 앱을 만드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구글은 검색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 벌칙으로는 연간 수익의 5%를 벌금으로 내도록 한다.

워런의 정보기술 공룡기업들의 해체 시도는 이전의 선례에 근거하고 있다. 1998년 미국 정부는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를 해체하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소셜 네트워크와 모바일,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형성됐고, 이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인터넷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망중립성 개념 원조 팀우, 망중립성 통해 성장한 구글․페이스북 해체 지지

망중립성 개념의 원조인 팀우는 지난해 11월 '큰 것의 저주'라는 책에서 망중립성 개념을 통해 성장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혁신을 저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전환됐다며 엄격한 반독점법의 적용을 촉구했다.
망중립성 개념의 원조인 팀우는
지난해 11월 '큰 것의 저주'라는 책에서
망중립성 개념을 통해 성장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혁신을 저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전환됐다며
엄격한 반독점법 적용을 촉구했다.

워런이 제안한 정보기술 공룡기업들의 해체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망중립성’ 개념을 2003년 처음 사용해 네트워크 상에서 콘텐츠 서비스를 활성화시킬 것을 주장한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인 팀 우 등과 같은 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팀우는 2018년 11월 발행된 <큰 것의 저주 - 새로운 도금시대의 반독점>에서 ‘1873~1893년의 도금시대가 낳은 존 록펠러나 제이피 모건과 같은 사업가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것처럼 지금은 정보기술 공룡기업들이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당시 셔먼법과 같은 강력한 반독점법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팀우의 이런 제안은 그의 망중립성 개념이 망사업자에 의한 콘텐츠 서비스 활성화와 경쟁 제한을 경계하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망중립성 개념이 포기되기는 했지만, 망중립성을 통해 정보통신 공룡기업들로 성장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이제는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을 가로막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저주’를 내리고 있다는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공룡기업들의 해체를 제안한 워런은 2018년 3월 이후 미국 자본주의를 책임있게 만들기 위한 의제를 잇달아 제안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원천 금지하는 ‘근로보상법(안)’을 발의했다. 법 제정 이후 2년 이내에 상장기업 이사회의 3분의 1을 근로자가 선출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거래소에 증권을 등록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626). 이런 취지는 같은해 8월 ‘책임자본주의법(안)’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연 매출 1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인 대기업 이사회는 주주만이 아니라 근로자와 지역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로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y)를 확대하고, 이사회 이사의 40%를 근로자가 선출하며, 최고경영자와 이사는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주식을 확보한 날로부터 5년 이내, 자사주 매입 이후 3년 이내에 해당 주식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202).

올해 1월에는 5천만 달러 이상 자산가에게 2%,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에게 3%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부유세 도입 법안을 발의했다. 워런의 부유세 적용 대상은 전체 미국 가정의 0.1% 미만인데, 세수는 10년 동안 7만5000가구로부터 2조75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렇게 거둔 세수를 기후변화 대응과 그린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그린 뉴딜’에 사용하자는 게 워런의 주창이다. 워런의 이런 의제는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무소속)와 함께, 힐러리 클리턴이 상징해온 정체성의 정치에 매몰됐던 미국 민주당의 정치를 사회경제적 의제에 기초해 중․하층 노동자와 중산층 등 전통적인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되찾으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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