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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자니 아깝고 받자니 걸리는 게 많고’
'버리자니 아깝고 받자니 걸리는 게 많고’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3.14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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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추경 편성 권고는 ‘계륵’
편성하려면 솔직함과 용기 필요…경기하강 국면 진입과 정책실패 인정 불가피

‘버리기 아까우나 먹을 건 별로 없다!’ 한중 땅을 놓고 유비와 자웅을 겨루던 조조가 어느 날 부대의 순찰․경계 근무의 암호로 정한 고사에서 유래한 ‘계륵’(鷄肋; 닭갈비)의 의미다. 정부에게 지난 3월12일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내놓은 ‘이례적인’ 권고가 딱 계륵 격이지 싶다.

연례협의단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headwinds)을 맞고 있다”며 최소 9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사실상의 기준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강한 부양 조치를 권고했다. 부인하는 이들도 있지만 ‘역풍’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추경은 물론 금리 인하까지 포함한 이번 권고는 분명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 잠재성장률을 둔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을 언급하긴 했지만 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의 방점은 한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세에 찍혀 있었다.

지난 3월11일 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단 협의장면(사진: 기획재정부)
지난 3월11일 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단 협의장면
(사진: 기획재정부)

권고를 뒷받침하는 근거에 새로운 것은 없다. 투자와 교역 감소에 따른 경기 둔화, 지지부진한 고용창출, 높은 가계부채 비율, 출산률 저하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소득불평등 악화 등이다. 인정하지 않기 위해 트집을 잡기가 어려운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번 권고는 정부에 ‘계륵’이다. 내치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받아들이자니 걸리는 게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추경 편성이 그렇다.

기준금리 인하 권고는 논외로 치자. 연례협의단이 기준금리 인하까지 들먹이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난센스에 가깝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75%포인트 되레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자본 유․출입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낮으니 금리 인하의 여지가 있다거나 금리를 내린다 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적다거나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추경을 받아들이기에 껄끄러운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슬슬 인정할 채비를 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경기 둔화나 하강을 계속 부인하면서 얼버무려 왔다는 게 하나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181). 취업자 증가폭의 급속한 둔화 속에서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9.7%(41조7천억원)나 늘린 470조5천억원 규모의 확장 예산을 짜면서도 정부는 경기둔화 때문이 아니라고 애써 부정했다.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238).

이렇게 확장된 2019년 예산은 이전의 추경 편성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세입예산안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면서 이보다 더 걷히는 초과세수를 이용해 추경 편성하는 꼼수를 펴왔다. 초과세수는 2015년 2조2천억원, 2016년 9조8천억원, 2017년 14조3천억원, 2018년 25조4천억원이었고, 추경예산 편성 규모는 2015년 11조7천억원, 2016년 11조원, 2017년 11조원, 2018년 3조8천억원이다.

미세먼지, 추경 근거 되기 어려워…국회, 대기환경 예산 정부안보다 3400억원이나 늘려줘

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입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가장 소극적인 표현인 ‘검토’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받아들이자니 걸리는 게 한 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대통령과 청와대가 미세먼지 사태를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추경 편성을 추진하라고 다그치고 있으니 ‘추경 편성은 시간문제일 뿐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예산안을 심의하며 국회는 환경부 예산을 정부안보다 2652억원이나 되레 늘려줬다. 특히 대기환경 분야 예산을 정부안보다 3419억원이나 높였다. 그런 상황에서 미세먼지를 이유로 다시 추경 편성에 나선다고 하면 국회 자체가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무능론’이 빗발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부로서는 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단의 추경예산 편성 권고를 그대로 내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추경예산 편성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기 때문이다. 설사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고 해도 감히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그랬던 터에 ‘9조원대 추경예산 편성하라’는 응원사격이 나왔으니 정부로서는 내심 반가웠을 것이다. 일각에서 정부가 추경 얘기를 꺼내기 어려우니 국제통화기금의 입에서 나오게끔 작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보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학계 일부에서는 2015~2018년 되풀이된 관행적인 추경까지 포함하고 있는 올해 확장 예산에 더해 ‘진짜 추경’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분들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기자로서는 2019년 추경이 진짜 필요한지에 대해 솔직히 판단하기 어렵다. 미세먼지가 추경예산 편성의 강력한 근거가 되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좀 더 타당하고 절박하고 합리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거기에는 ‘2017년 3분기나 4분기에 경기 하강 국면 진입’을 인정하는 통과의례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낳는 파장은 만만찮을 것이다. 경기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버렸으니 ‘자영업자 구조조정 가속화’를 노렸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고, 정책 실패론도 한층 더 힘이 실리게 된다.

올해 추경은 정부에게 ‘버리기 아까우나 먹자니 걸리는 게 많은’계륵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솔직함, 비판을 감수하는 용기, 현실을 직시하는 의무와 책임, 올해 추경예산의 필요성과 편성은 여기에 좌우될 것이다. 정말 필요한데도 ‘걸리는 게 많아서’(예를 들어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서) 그르친다면, 이는 더 가혹한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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