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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녹색 뉴딜'은 ‘녹색 현실주의’인가 ‘녹색 성장론’인가
미국 ‘녹색 뉴딜'은 ‘녹색 현실주의’인가 ‘녹색 성장론’인가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3.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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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도입과 녹색 이행, 1970년대 석유위기와 같은 공급 측면 충격 야기
‘탈성장’의 현실적 가능성, 현재 습성의 소비 불가 등 민감한 문제에 정직해야

최근 한국 대통령은 미세먼지 대책 차원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영하 30~40도의 거센 겨울 폭풍이 찾아온 지난해 11월21일 “지구 온난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내용의 트윗을 날렸다. 이렇게 추운데 지구 온난화가 어인 말이냐는 조롱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지방의 찬공기인 제트기류가 남하하는 것에 대한 무지가 부른 참극이었다. 이에 견줘보면 한국 대통령의 미세먼지 추경편성 발언은 훨씬 양호하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의 근저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람이 약해지고 비가 적어지면서 잦아진 ‘대기 정체(air stagnation)’가 자리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추경 편성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기정체를 해결하는 데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다.

‘녹색 뉴딜’에 10년간 100조달러 천문학적 비용 든다고 공격하는 트럼프

출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싱어 회장 후원의 맨해튼연구소 연구원 트윗의 개인 추정치

마키 상원의원(맨 오른쪽)과 코르테즈 하원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월7일 녹색 뉴딜 결의안을 공개하는 장면. 자료: 위키피디아
마키 상원의원(맨 오른쪽)과 코르테즈 하원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월7일 녹색 뉴딜 결의안을 공개하는 장면. 자료: 위키피디아

무지한 화석연료 챔피언인 대통령을 두고 있는 미국에서 지난 2월부터 ‘녹색 뉴딜’ 공방이 치열하다. 민주당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워싱턴)은 같은당 소속 상원의원 에드워드 마키와 함께 지난 2월7일 ‘향후 10년 안에 미국의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목표 아래 모든 미국민에 대한 주거․의료․교육․훈련 보장,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기반 대중교통 등 10가지 목표를 담은 결의안을 발의하며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녹색 뉴딜 추진을 연방정부의 의무로 정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녹색 뉴딜에 필요한 재원으로 소득세 한계세율을 현행 38%에서 70%로 높이자는 제안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2월11일 ‘녹색 뉴딜에 100조 달러가 든다’는 수치를 들어가며 ‘미국 일자리가 수백만 개 사라지고 그 일자리는 중국으로 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 뒤부터 100조 달러는 공화당과 폭스뉴스 등 우파 미디어들의 공식 수치가 됐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수치의 출처는 뉴욕 소재 맨해튼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브라이언 리들이 날린 트윗이었다. 여기서 리들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얼마가 들이 모르겠다면서도 “녹색 뉴딜 비용은 100조 달러에 육박할 것임에 틀림없다”는 자신의 추정치를 담았다.

흥미로운 건 맨해튼연구소의 주요 후원자는 엑슨 모빌과 같은 석유업체들, 화석연료 에너지기업들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오는 3월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현대자동차에 5조8천억원, 현대모비스에게 8조3천억원을 배당하라는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3조5300억원 정도인데 그 3.5배나 되는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이 헤지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석유업체 엑슨모빌과 데본에너지, 석탄채굴업체 피바디 등이다. 이 펀드의 회장이 폴 엘리엇 싱어인데, 맨해튼연구소에 2011~2017년 370만 달러(약 42억원)가 넘는 돈을 기부했다.

프랑스, 탄소효율적 대체투자 추정치 2030년 연 5300억 달러

프랑스 경제규모 8배 미국에 적용하면 연 4조2400억 달러

2017년 미국 국내총생산이 약 20조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조 달러는 그 5배에 이르는 규모다. 2018회계연도 미국 재정적자가 1조270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79년 동안 쌓아야 하는 상상 불가의 엄청난 규모다. 물론 녹색 뉴딜에 얼마나 드는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2월 발표된 프랑스 대통령 보고서 ‘기후행동의 가치’를 보면 어림하는 건 가능하다. 프랑스가 탄소 효율성을 높여 기후변화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탄소 집약적 설비를 폐지하고 추가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2030~40년 국내총생산의 1.5%에서 2%로 높여가야 한다. 연간으로 치면 연 5천만 유로(약 4400억 달러)에서 6천만 유로(약 5300억 달러)로 점차 늘려가야 한다. 미국경제 규모가 프랑스의 약 8배인 점을 감안해 미국에 적용해 보면 2030~40년 3조5200억 달러~4조2400억 달러 정도다. 10년으로 따지면 약 35조2천억~42조4천억 달러가 나온다.

100조 달러의 절반을 크게 밑돌지만 이 역시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재원이 탄소세 도입만으로 충당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미국 경제학자 3508명,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4명, 전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워장 15명, 전 재무장관 2명은 월스트리트에 ‘탄소 배당을 위한 경제학자 선언’을 발표했다. 내용은 탄소세야말로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가장 비용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대통령 보고서는 탄소세가 2030년 톤당 매월 250유로(약 300달러)가 돼야 한다고 추정했다. 노란 조끼가 톤당 55유로(63달러)의 연료세 인상에 반대해 일어났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탄소세를 크게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결국 부족한 재원은 재정적자를 통해 메워야 한다는 결론은 불가피하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재원을 분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이념과 세대의 구분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탄소세 도입 등에 따라 잠재 국내총생산 감소 등 공급 측면 충격 불가피

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탄소세 도입을 통해 탄소에 가격을 매길 경우 전반적인 소비는 줄 수밖에 없게 된다. 탄소세를 내느라 소비에 쓸 돈이 줄어서만은 아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탄소세 도입에 따른 가격 효과가 낳을 수 있는 파장을 1973~74년 석유 생산업자들이 석유가격을 급등시킴에 따라 발생한 석유파동에 빗대곤 한다. 탄소세 도입은 자본량과 기술 등 공급 측면에 대한 강한 충격을 주게 된다. 탄소 비효율적인 일부 장비는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수지가 맞지 않는 기술도 다수 출현하게 된다. 잠재 국내총생산 감소가 불가피하게 되는 셈이다. 에너지 비효율적인 집이나 연료가 많이 드는 차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재산(부)이 줄어드는 영향을 받는 것이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녹색 이행이 낳는 분배적 효과는 부가가치세 인상과 비슷하게 매우 역진적이다. 저소득층과 교외에 사는 중산층은 도시에 사는 계층보다 에너지 관련 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게 보통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2013년 기준 월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의 월 평균 에너지 소비열량은 1만875㎉인 반면 600만원 이상 가구는 1만6999㎉였다. 소득 차이는 3배가 훨씬 넘는데도 에너지 소비열량 차이는 1.5배 정도밖에 안 되는 셈이다. 게다가 소비열량 중 석유 의존도는 200만원 미만 가구가 18.3%인 반면 600만원 이상 가구는 2.2%밖에 안 된다. 저소득층은 새로운 효율적인 난방시스템이나 집 단열효과를 높이기 위한 자원이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녹색 이행의 효과는 산업별로도 차이가 난다. 제조업과 운송업 종사자들은 은행업이나 설계업 종사자보다 녹색 이행에 따른 타격이 훨씬 더 크다.

녹색 이행 동력 떨어지지 않으려면 탈성장의 현실적 가능성에 정직해야

‘녹색 이행’이 초래할 수 있는 이런 탈성장(degrowth)의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대하는 ‘녹색 성장’과는 다르다. 이 ‘녹색 성장’은 구매력이 거의 변화하지 않으며, 평상시처럼 현재의 습성대로 소비하는 게 가능한 경제다. 다만 고기 소비량을 일부 줄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차량으로 교체할 수 있는, 그런 의미에서 ‘녹색’과 ‘성장’이 조화롭게 양립하는 그런 세계다. 더 많고 좋은 일자리와 멋진 삶을 약속하는 세계다. 지난해 10월 만장일치로 채택된, 기후변화 연구자들의 국제컨소시엄인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특별보고서인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을 연간 약 3%씩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게’ 가정돼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 추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빠른 편에 속하는 이런 성장속도를 전제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양립 가능하다는 희망을 통해 국가와 시민의 참여를 높이고 조기행동에 나서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강하게 띠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문제는 이런 ‘녹색 경제’의 희망 고문이 오히려 ‘녹색 이행’과 ‘녹색경제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장밋빛 시나리오가 아니라 정직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녹색 이행’이 초래할 수 있는 탈성장의 현실적 가능성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 그 속에서 ‘녹색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시키고 시민들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녹색 이행’에 대한 지지는 약해지고 동력은 떨어질 위험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100조 달러가 들 것’이라는 식의 트럼프의 공세에 ‘녹색 뉴딜’ 지지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녹색 이행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공방전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직한 대응은 다음과 같은 ‘녹색 현실주의’가 아닐까 싶다.

미세먼지의 근저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바람과 비가 줄어든 데 따른 '대기정체'가 자리한다. 사진: 환경부 홈페이지
미세먼지의 근저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바람과 비가 줄어든 데 따른 '대기정체'가 자리한다.
사진: 환경부 홈페이지

‘녹색 이행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성공적인 이행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더 못 살게 될 수 있다.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축소와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가 미진할 경우, 이 차이를 메우는 유일한 대안은 조림사업 확대․강화와 식생활 개선을 통한 육류소비 축소다. 평상시처럼 소비를 지속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축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 타격이 덜한 곳이 있고 더한 곳이 있다. 특히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행에 따른 어려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줄여야 한다. 서둘러 행동에 들어가지 않으면 녹색 이행의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제때 행동하지 않으면 트럼프의 주장처럼 100조 달러가 들지도 모른다. 녹색 이행의 부담은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나눠지는 게 옳다. 현세대는 탄소세를 중심으로 부담하고 재정적자는 후세대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공평한 부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도 미세먼지 추경 편성이라는 즉자적 반응 넘어 ‘녹색 현실주의’ 절실

탄소중립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 한국에 필요한 것도 이런 ‘녹색 현실주의’다.‘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는 화석연료 발전소 추가 건설 금지의 검토를 제안하며 원자력 이용을 늘리는 것까지 열어놓고 있다. 그만큼 탄소 배출 감소가 절박하다는 얘기다. 한국의 탄소 배출 감축 의지와 실적은 지난해 12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60개국 중 57위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을 만큼 초라하다. 이에 비춰보면 현 정부가 시급히 할 일은 ‘미세먼지 추경 편성’이 아니다. 2019년 편성된 미세먼지 예산에는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접수된 사업을 반영한 500억원이 포함돼 있기까지 하다. 오히려 에너지 정책의 기본방향을 교통정리 하는 게 훨씬 더 시급하다. 화력발전 비중을 축소하려면 그만큼을 재생에너지가 확충돼야 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원자력이 메워야 한다. 그러려면 노후 원전 조기 폐기,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던 신규 원전의 건설, 그 외 원전 건설 동결이라는 분명한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화력발전 등 화석연료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의 병행 축소를 꾀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만 무성할 뿐 이를 위한 충분한 비전과 가능한 방법, 필요한 비용은 들어본 적이 없다. 곁가지로 수소전기차에 올인하는 산업정책이 거의 전부다. 그런 섬세하고 치밀한 방안이 수립돼 있다면 한국은 녹색 이행의 선두주자가 되는 게 정상일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녹색 성장’의 희망 고문이 아니라 ‘녹색 현실주의’의 정직함, 한국의 출발점도 여기서 시작하는 게 타당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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