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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시진핑 체제, 통치능력 현대화의 위기
[천지만리]시진핑 체제, 통치능력 현대화의 위기
  • 강준영 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 교수
  • 승인 2019.04.11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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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치적 안정 도모와 별개로 경제환경과 국제적 환경은 녹록치 않아
공산당 정권의 안전과 사회주의 제도의 유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안전 강조

중화인민공화국은 소위 사상으로 당을 건설한중국공산당이 세운 국가다. 공산당은 1921년 창당 이후 지속적인 사회주의 사상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보완하면서 이를 지도이념으로 삼고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공산당은 역대 지도자들마다 새로운 지도사상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를 통해 중국공산당은 중국 유일 정당의 이념과 지도체계를 보완해 가면서 중국인민들과 전 세계를 향해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체성을 알린다.

사회주의 중국은 여전히 유토피아적 공산주의(共産主義)’건설이 최종목표임을 강조한다. 중국은 그 전단계인 사회주의를 중국특색(中國特色)’론으로 해석하는데 이 역시 사회주의이론의 구태성과 경직성을 극복하려는 이론적 고육지책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馬列主義)’의 중국화라는 마오저뚱 사상(毛澤東思想), 개혁·개방을 추동한 덩샤오핑 이론(鄧小平理論), 그리고 장쩌민(江澤民)시대 공산당의 주도성을 강조한 삼개대표사상(三個代表思想)과 균형발전을 강조한 후진타오(胡錦濤)시대의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등의 지도사상도 중국특색의 시대적 보완이다.

2012, 18차 당대표대회를 통해 중국공산당의 제5대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習近平)201710,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사상(習近平思想)으로 명명된 시진핑 신시대(新時代) 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을 새 지도이념으로 제시했다. 공산당은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의 성과로 세계적 국가로 부상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시대인식을 통해 강국(强國)도약을 도모하는 시진핑식 발전노선을 새 지도이념으로 채택했다. 이는 국내문제에 천착한 등소평 이론을 초월해 일대일로(一帶一路)같은 대외 확장전략을 통해 세계적 국가 중국을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 우선 안정적인 국내정치 환경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회정화와 정적 제거라는 이중목표를 지닌 반부패운동을 지속하고, ‘당 중앙 핵심(核心)’지위에서 정치국상무위원들의 서면(書面)보고를 받음으로서 마오와 덩에 필적할 실질적인 일인체제를 공고히 하였다. ‘당이 모든 것을 영도 한다라든지 중대 정치원칙 문제에 있어 중앙에 대한 저항과 자유주의 금지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5년 말에는 군부 개편도 단행해 기존 7대 군구(軍區)5대 전투구(戰區)로 재편하고 합동작전지휘체계도 구축했다. 이는 시진핑 말대로 전통적 군부 통치의 근본적 전환이다. 또한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중국 정권의 사회주의 본질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좌() 편향만 방지하면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일찍이 보편 가치나 언론 자유, 공민(公民)사회와 공민의 권리 그리고 당의 역사적 과오 비판이나 사법 독립 및 권력형 자산계급 등을 금기어로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강력한 통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안정 도모와는 별개로 경제 환경이나 국제적 환경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이미 7대 경기 하방 압력과 블랙 스완(black swan)이나 회색 코뿔소(grey rhino)라는 잠재 위기에 노출돼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군사적으로는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일 동맹을 배후에 둔 일본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치열한 무역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중국이 절취한 기술과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획득한 경제적 이익을 군사력에 투사해 미국의 기존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조기 진화가 쉽지 않다. 이는 중·미간 갈등이 무역·통상 분야에만 국한될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실질적 굴복을 원하는 미국에게 대항하지 않고, 단계적인 점진 개방 추진, 그리고 국가 핵심이익 양보 불가를 외치면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강조하는 시진핑 체제가 줄 수 있는 대미 카드는 많지 않다.

이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은 공산당 정권의 안전과 사회주의 제도의 유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안전(政治安全)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화대혁명이나 천안문사건 같이 누적된 경제·사회 리스크가 간접적 영향을 통해 정치리스크로 확대 재생산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중국이 년 초부터 과거 시 주석의 사회주의 정치문장을 다시 연재하면서 청년의 사상통제를 강조하고, 중앙선전부가 제작·배포한 '강국을 학습하자(學習强國)'는 모바일 앱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용사회 건설이 목표라지만 각종 첨단기술을 사회통제에 활용하고, 지속적인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빅 브라더 중국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통치체계는 제도적으로 수직적 구축이 가능하지만 통치현대화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현대화의 상호 수평적 결합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중국은 아쉽게도 정치력은 경색된 이념적 속박성을 이용해서, 이데올로기는 압박적 선전방식을 통해 수직적으로 극복하려한다. 이는 세계적 국가 중국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부족한 중국적 소프트파워를 보완하면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현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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