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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달라져야 한다
한국경제 달라져야 한다
  • 윤종인 본지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19.04.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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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저성장에 대비하면서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방안 모색해야
2019년 거시경제는 민간소비의 정체, 투자의 부진, 수출과 수입의 정체로 요약할 수 있어
성장잠재력의 제고는 인기에 집착한다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임을 인식해야

2019년 새해는 그 출발부터 불확실하다. 대외문제만 하더라도 미북협상, 북핵폐기, 미중무역전쟁 등은 불확실하기만한데 결코 가벼운 문제도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예측하기도 어렵고 만약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매우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새해 한국경제도 불확실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작년의 출발은 희망찼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과 함께 한국경제도 2017년도 말 3%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였던 것이다. 2018년 초에도 상고하저의 경기변동을 예상하였지만 연간 성장률은 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2019년 새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왠지 불안하다. 하반기부터 나타난 경기냉각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뿐만 아니라 이것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탓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탈원전, 부동산정책 등 논란이 될 만한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이것이 경제정책의 전부는 아니지만 국민들은 경제상황이 나빠질 때 논쟁적인 이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2019년은 집권 중반기에 해당되는데, 집권 초기에 시행된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평가가 이어질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국민의 불안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란 기대에 의해 크게 영향 받기 때문이다.

달라진 「2019년 경제정책방향」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연간)을 기준으로 할 때 최근 몇 년간의 경기변동은 다음과 같았다. 2016년 2분기까지 3%을 상회하던 성장률이 3분기부터 3%를 밑돌기 시작했다. 1년 가까이 2% 후반에 그쳤던 성장률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반등했는데 2017년 3분기에는 3.8%나 되었다. 경기회복기조가 이어진다면 2018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3%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2018년 2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8%에 그쳤으며 작년 3분기에는 2.0%로 급락하였다. 2017년 3분기의 성장률이 높았으므로 기저효과를 감안해야겠지만 상고하저의 흐름이 빨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8년 연간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3.0%보다 낮게 수정되었는데 최근 정부의 예상치는 2.6~2.7%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였고 그 결과는 지난 12월 1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경제상황을 세 가지로 진단하고 있다. 첫째 저성장・양극화의 구조적 전환기에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진하였고, 둘째 ‘사람 중심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여 우리 경제의 변화가 시작되었으나, 셋째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고용・분배 등에서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생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고용문제를 지적한다. 하반기 들어 고용이 한자릿수 증가하였는데, 특히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가 부진하여 1분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였다는 분석이다. 그 원인으로 네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경제활력이 저하되어 투자 부진이 나타났고, 둘째 산업 구조개혁이 지연되었으며, 셋째 일부 정책은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게 추진되었고, 넷째 고령화 진전 등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9년에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2.6~2.7%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이지만 투자가 활성화되고 복지지출 확대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취업자는 15만 명이 증가하여 고용사정은 작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았는데, 이에 따라 고용률(15~64세)은 2018년(66.7%)보다 소폭 개선된 66.8%를 예상한다. 물가상승률은 작년과 비슷한 1.6%로 예상되며, 세계교역 둔화와 통상마찰 영향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어 경상수지 흑자폭은 640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보았다.

이에 정부는 4대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첫째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둘째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셋째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넷째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이다. 얼핏 보면 판에 박힌 내용처럼 들리지만 이를 「2018년 경제정책방향」과 비교해 보면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작년의 주요 정책과제는 첫째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둘째 혁신성장, 셋째 공정경제, 넷째 거시경제 안정, 다섯째 중장기 도전 대응이었다. 2019년에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이 사라졌고 그 대신 경제활력 제고가 첫 번째 정책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

세계경제의 흐름은 작년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IMF의 전망치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2019년 세계경제는 작년과 비슷한 3.7% 정도 성장하거나 소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비교하면 선진국경제의 성장률은 2.1%로 약간 더 높아지고 개도국경제의 성장률은 4.7%로 약간 더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도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한다.

선진국경제의 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조금 높아진 이유는 미국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경제는 역사상 두 번째로 긴 호황국면에 있다고 평가된다. 즉 2009년 6월 경기 저점 이후 2018년 10월까지 112개월 동안 확장국면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8년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당초 예상치는 2.3%이었는데, 실제로는 2.9~3.0%를 달성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해에도 미국경제는 2.5%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회복세가 완연해진 유럽은 2018년 2.0%에 이어 2019년에도 1.9%의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일본은 2017년 1.5%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18년에는 1.1%, 2019년에는 0.9%의 미약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개도국경제의 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조금 낮아진 이유는 중국의 성장률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경제는 2017년 6.9%에 이어 2018년 6.6%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2019년 성장률 예상치는 6.2%이다. 반면에 인도경제는 2019년 7.4% 성장하여 중국의 성장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아세안도 5.1%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 터키 등은 금융불안으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수도 있다. 인도와 아세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견조한 성장세가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일부 신흥국의 불안을 보완하는 모양새이다. 하여간 2019년에도 신흥국경제는 세계경제성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국제유가도 큰 변동 없이 안정될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WTI 기준으로 2016년에는 배럴당 43.5달러, 2017년 50.9달러이었으나 OPEC가 감산에 합의함으로써 2018년에는 66.8달러로 상승하였다. 하지만 유가의 상승은 셰일가스의 공급 증가를 가져온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금년도 국제유가는 WTI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에도 큰 변동이 있을 것 같지 않다. 2018년에는 미국경기의 강한 회복세 때문에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유로와 엔이 약세를 보였다. 작년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으로 2019년에는 미국 달러가 약보합세를 보이고 유로와 엔이 상대적으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중국의 위안화는 미중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세계경제를 위협할 만한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문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진행됨에 따라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 나라들의 위기는 수습 중이고 금융불안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상반기 초미의 관심사는 미중간의 무역협상이다. 작년 말 미중 정상이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에 돌입함으로써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협상결과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세계경제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이다. 만약 중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전쟁이 다른 나라, 특히 유럽, 일본, 한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전쟁으로 확대된다면 이는 우리나라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 미국 상무성은 작년 5월 국가안보위협이라는 이상한 근거를 들어 자동차의 수입규제를 검토한 바 있는데, 이는 전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무역전쟁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정부는 정부는 4대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첫째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둘째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셋째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넷째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정부는 정부는 4대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첫째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둘째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셋째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넷째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2019년 한국경제전망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2.7%로 작년과 비슷하다. 이는 한국은행, IMF 등 국제기관의 전망치인 2.7%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보다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주로 민간연구기관들인데 대표적으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Moody's)는 2.3%로 예상한다. 또한 국내 연구기관들도 2.5~2.6%의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9년 거시경제는 민간소비의 정체, 투자의 부진, 수출과 수입의 정체로 요약할 수 있다. 작년 초에는 민간소비의 완만한 증가, 투자의 지속, 수출의 지속적 증가를 예상한 바 있다.

우선 민간소비는 소득주도성장에서 가장 초점이 되는 요소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저소득층 지원정책 등이 모두 민간소비의 증가를 통해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도 적지 않았다. 신규 취업자수 감소, 실업률 상승 등으로 인해 민간소비의 증가는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금리인상으로 인한 원리금상환부담 증가, 부동산가격 억제에 따른 (-)의 자산효과 등으로 인해 민간소비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는 미지수이다.

최근 경기후퇴의 주요 요인은 투자의 부진에 있다. 설비투자는 상반기에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으며, 하반기에는 회복되어 연간 기준으로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별로는 석유화학, 통신, 항공산업의 투자가 회복될 것이지만 철강, 자동차, 조선업 등의 투자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보다 더 심각한 것은 건설투자인데, 건설경기는 그야말로 냉각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다.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건설투자 중에서도 건물건설투자보다 토목건설투자의 부진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 투자, 수출이 그저 그렇다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정부지출뿐이다. 2019년 정부예산은 470.5조원으로 역사상 최대이며 전년도보다 9.7%나 늘어났다.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은 보인 항목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로 14.3%가 증가한 것이지만 금액으로 보면 18.6조원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항목은 12.1% 증가한 보건・복지・노동 분야이다. 144.6조원에서 17.6조원 늘어나 2019년 금액은 162.2조원이며 정부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에 SOC 분야는 19.0조원에서 18.5조원으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따라서 2019년 정부예산을 보면 소득주도성장의 개념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인 저성장에 대비하자

정부와 민간기관 모두는 2019년에 상저하고의 경기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에 경기가 나쁘고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 예상이 옳다면 작년 말 또는 금년 초가 경기변동에서 저점이 된다. 실제로 2018년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매월 하락하여 왔다. 또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018년 1월 100.8에 정점에 도달한 이후 매월 하락하여 작년 10월에는 98.8까지 떨어졌다.

물론 금년 말에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성장률이 그렇게 높을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하반기의 경제가 상반기의 경제보다 조금 더 좋음을 의미할 뿐이며 어차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2010년 이후 경기변동의 폭이 축소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0년을 전후하여 우리나라 경기변동에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002년 2분기 7.8%이었다가 2003년 3분기에는 1.8%로 추락하였고, 2004년 2분기에는 다시 6.4%로 상승하였다가 2005년 1분기에는 2.5%까지 하락하였다. 즉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경기변동의 폭은 꽤 컸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많이 달라졌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은 2018년 3분기의 2.0%이었고 가장 높은 성장률도 2017년 3분기 3.8%이었으므로 경기변동의 폭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대단한 호황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후퇴는 대단히 큰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번의 경기후퇴가 장기적인 성장률 하락추세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하여 왔는데 여기에 단기적인 경기후퇴까지 가중된 것이다.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따라서 금년 상반기에는 이중의 고통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금년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후퇴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지출의 구체적인 내용은 현명하게 선택되어야 하겠지만 경기부양의지를 드러낸 것은 시의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불이 났다면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친다면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급한 불부터 끄되 우리의 시야는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급한 불을 잡았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자고 말한다면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다.

작년 12월 미국 FOMC는 정책금리를 연 2.25~2.50%로 0.25%p 올렸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은 0.75%p로 더 커졌지만 FOMC는 금년 금리 인상 횟수를 2회로 하향 조정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게 부담이 되지만 금리 인상 횟수를 줄이겠다는 것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작년에는 4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현재 경제상황을 보건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조치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국내 경제학자들 중에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금리는 인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가 많다. 국내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인구고령화의 영향처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고령화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인데,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상당한 기간 동안 저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마치 일본이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무려 4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미 금리 역전을 뒤집으려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고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금리정책만 그런 게 아니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민간의 경제활동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적인 저성장을 막연히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일본처럼 되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난제를 푸는 묘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4대 정책과제는 주목할 만하다.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기도 하지만 성장잠재력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성장잠재력의 제고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잠재력이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문제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려면 구조개혁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구조개혁은 수행과정에서 많은 조정비용을 낳고, 이해당사자의 첨예한 대립을 불러온다. 대표적인 예가 노동시장의 문제이다.

클라우스 슈왑(Klaus Schwab)이 이끄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매년 국가경쟁력지표를 발표한다. 작년부터 지표 계산 방식을 바꾸었는데, 정성지표를 줄이고 정량지표를 늘렸으며 4차산업혁명에 부합되는 지표의 가중치를 높였다(새로운 계산방식은 우리나라에게 유리한데, 기존 방식대로 계산한 2017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6위였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하면 17위가 된다). 새로운 지표를 국가경쟁력 4.0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 17위에서 2018년 15위이므로 전년도에 비해 2계단 상승한 셈이다.

<표>는 주요 국가와 비교한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ICT 채택, 거시경제 안정성에서 1위를 차지하였고 혁신역량에서 8위를 차지함으로써 세계경제포럼이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유난히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이 있는데, 노동시장의 유연성(101위)이 그것이다. 이 항목은 기존 방식대로 계산하더라도 2017년 106위를 차지한 바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다루기 쉽지 않다. 최근 ‘위험의 외주화’라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는데, 사실 비정규직의 낮은 처우는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맞물려 있다. 쉽게 말하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문제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노동시장에는 이중구조로부터 초래되는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 대한 최근 노동계의 비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정치적 저항이 매우 심하다.

물론 성장잠재력의 제고가 노동시장의 개혁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개혁 없이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의 개혁이 어려운 문제임을 인식함으로써 성장잠재력의 제고가 대단히 어려운 문제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성장잠재력의 제고는 복지정책처럼 인기 있는 정책이 아님을 깨달아야 하며, 인기에 집착한다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묘수가 필요한데, 묘수를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이야말로 탁월한 정치인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53호(2019년 2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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