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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미국의 ‘실속 챙기기’ 공격에 괴로운 중국
집요한 미국의 ‘실속 챙기기’ 공격에 괴로운 중국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4.2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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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 타결 5월 말로 늦추며 잇따르는 미국의 추가 요구
농산물에 부과한 보복관세, 비농산물로 옮기라 중국에 요청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불인정 노림수, 미국산 셰일석유 수입하라?

쉴 틈을 주지 않고 파고들며 공격하는 인파이터. 무역전쟁 종료를 위한 미중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는 모습을 복싱에 빗대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협상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을 때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요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애초 3월1일이던 협상 시한은 3월 말, 4월 말로, 5월 말로 세 번이나 늦어졌다. 특히 중국 쪽이 지난 3~5일 고위급 회담에서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해킹 등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미국인 지분 100% 회사 인정, 불성실 이행 시 보복관세 재도입 등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4월 말 전후로 타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시진핑 주석은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이른 시일 안에 담판짓기를 원한다는 친서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협상 결과가 매우 좋다. 4주 안에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슬금슬금 5월로 넘어가더니 지금은 6월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정상회담에까지 가봐야 타결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정상 불확실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월5일 이란산 원유 금수 제재를 발표하며 중국, 한국, 일본, 인도를 포함한 8개국에는 5월2일까지 꾸준히 수입을 줄인다는 조건을 달아 180일간 제재 유예 조치를 취했는데 그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22일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불가피하기까지 하다. 이란과 돈독한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해 3월 65만배럴, 4월 40만배럴 등 이란 원유 수출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셰일원유를 기반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복합적인 외교통상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셰일원유를 기반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복합적인 외교통상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내놓은 이번 조치의 칼끝은 주로 중국을 겨누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유럽연합을 향하고도 있지만, 미국이 탈퇴한 이란핵합의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유럽연합이 여기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예 조치가 적용된 8개국 중 유럽연합에 속하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이니 추가로 받을 타격도 없다. 결국 남는 건 중국을 빼면, 일본․한국․인도․터키 등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들이다.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면 이들 국가를 달래는 길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근거는 이미 갖춰져 있다. 무역전쟁 종료를 위한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산 상품을 2025년까지 추가로 최대 1조2천억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하면서 해당 품목에 미국산 석유와 가스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연장선에서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상징적인 선에서 그치게 하면서 미국산 셰일원유 수입량을 늘리라고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비춰보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중국이 미국산 셰일원유 수입을 추가로 늘릴지에 달려있다고 봐도 지나친 과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바둑에 비유하면, 실속을 챙기기 위해 팻감을 동원하며 불안정했던 집을 차지하며 굳히는 끝내기 수순을 밟는 것에 해당될 수 있다.

한국의 사정을 보면, 이런 실속 챙기기는 중국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합의를 통해 보장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의 미국산 셰일원유 수입량은 2014년 166만3천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0.2%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6094만2천배럴로 5.5%로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했음에도, 미국산 셰일원유 도입 비중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11%나 됐다.

무역협상에서 끝내기 수순을 밟으며 실속을 챙기는 미국의 모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언론에는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농산물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비농산물로 이동해줄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해 7월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블룸버그통신이 4월15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국은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의 이런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쪽으로서는 적극적인 검토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산 대두 연 1천만t 추가 수입을 포함해 중국은 미국산 옥수수와 돼지고기 등을 추가 수입하겠다고 이미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한 보복관세는 비농산물로 옮겨야 하는 처지다.

이런 요청을 한 미국으로서는 그다지 체면을 구길 일도 아니다. 합의 이행을 보장하는 장치로 ‘불성실한 이행의 경우 관세 재도입’에 두 나라가 합의한 마당에 합의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를 비농산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논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미국 농업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를 추진하는 정치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미중 무역협상에서 거두는 ‘끝내기’ 실속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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