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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위해 원전 이용 확대 가능?
기후변화 대응 위해 원전 이용 확대 가능?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4.26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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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이 주제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미국 비영리단체 GAP 의뢰 여론조사, 긍정 43%, 부정 24%, 중립 13%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소비혁신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산업, 수송, 가정 등 부문별 수요 관리를 강화한다는 게 뼈대다. 2040년에도 최종 에너지 소비는 2017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 핵심의 하나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7년 7.6%에서 2035년 11%, 2040년 30∼35%로 4배 이상 대폭 늘리는 걸로 돼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녹색뉴딜’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도전적 목표’라는 말 자체가 정부 안에서도 나올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 2016년 세계 재생에너지 비중은 수력 13.4%, 태양광 2.4%, 풍력 5.5% 등 24%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시기별로 수치로 설정해 놓지도 못한 점도 계획의 무게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원전 비중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17년 26.8%에서 2035년 29%로 돼 있지만 3차 기본계획안에서는 2040년까지 목표치는 없다. 2017년 발전 비중이 각각 43.6%, 22.8%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2040년은 물론 2035년까지도 수치가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에너지 수요관리를 독립변수로 여기에 화석연료 발전을 맞추겠다는 정도로 너그럽게 봐줄 수 있다. 이는 일정한 운신의 폭을 열어둔 성격을 지니고도 있다. 2040년까지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공백으로 남겨놓은 것은 독립변수들의 목표치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경우 두 발전 비중을 조정하겠다는 계산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꼼수’로 읽힐 만한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대약진’ 약속에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 않는 터라 더욱 그렇다. 정부의 ‘고민’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제5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절박한 내용의 ‘기후변화 1.5도 보고서’ 내용을 떠올려 보기만 해도 된다. 보고서에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이 10㎝ 상승해 도서지역 1천만명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물론, 더 잦고 강력한 고온과 이로 인한 가뭄, 더 파괴적인 태풍, 수많은 빈곤 취약계층의 재해 노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파괴, 세계 경제성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거란 경고가 담겨 있다.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는 인간에 의한 배출량을 제로까지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의 절박성을 보여주는 대목은 온실가스 배출 축소를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 금지를 검토하는 대신에 원자력 이용을 늘리는 것까지 열어놓은 부분이다.

‘1.5도 보고서’가 원전 비중 확대까지 열어놓은 부분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탈원전을 위해 공론화위원회까지 여는 절차를 거친 현 정부가 엉거주춤한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공백으로 남겨진 데는 그런 고민이 깊숙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은 상당한 타당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원전 비중 확대’가 우리나라에서만 민감한 주제인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도 마찬가지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속히 높여나가면 좋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나라들이라면 껄끄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 하면서도 섣불리 서베이나 여론조사를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워낙 민감한 성격의 사안이라 눈치를 보게 되는 사정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위한 원전 이용 확대에 대한 미국인 인식. 자료: GAP, https://www.vox.com/energy-and-environment/2019/4/23/18507297/nuclear-energy-renewables-voters-poll에서 재인용
기후변화 대응 위한 원전 이용 확대에 대한 미국인 인식.
자료: GAP, https://www.vox.com/energy-and-environment/
2019/4/23/18507297/nuclear-energy-renewables-voters-poll에서 재인용

기자가 접하기에는 처음으로 미국의 비영리단체 ‘그린 애드보커시 프로젝트(GAP; https://www.greenadvocacyproject.org)’가 이 민감한 사안을 건드렸다. 여론조사기관 체인지 리서치에 의뢰해 3월5~6일 미국 성인남여 1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사안을 함께 물어본 것이다. 물음의 내용은 ‘기후변화 정책에서 원전 이용 증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정책의 일부로 평가하는가?’라는 것이다. 답변은 ‘기후정책에 필수적이다’ 18%,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도움이 된다’ 27%, ‘모르겠다’ 18%, ‘도움이 되지도 해롭지도 않을 것이다’ 13%, ‘해로울 것이다’ 24%였다. 긍정적인 답변 비중이 43%로 부정적인 의견과 중립적인 의견을 합친 비중 37%를 크게 웃돌았다.

지지정당과 성별로 나눠보면 차이가 드러났다. ‘기후정책에 필수적이다’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도움이 된다’는 물음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의 답변은 각각 8%, 24%로 32%에 그쳤다. 반면 ‘해로울 것이다’는 답변은 34%나 됐다. ‘모르겠다’는 비중도 26%나 돼 민주당 지지자들 중 곤혹스러워하는 이들이 많음을 보여줬다. 공화당 지지자는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기후정책에 필수적이다’ 22%,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도움이 된다’ 28%로 합계 50%였다. ‘모르겠다’ 15%, ‘도움이 되지도 해롭지도 않을 것이다’ 18%, ‘해로울 것이다’ 17%로 나와 엇비슷했다.

민감한 이 사안에 대한 성별 차이도 상당히 두드러졌다. 남성의 24%와 38%가 각각 ‘기후정책에 필수적이다’,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해로울 것이다’는 19%, ‘도움이 되지도 해롭지도 않을 것이다’ 12%, ‘모르겠다’ 6%였다. 반면 여성은 ‘해로울 것이다’ 응답 비중이 29%로 나와 ‘기후정책에 필수적이다’(12%),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도움이 된다’(18%) 응답율과 비슷했다. 여성의 경우에도 민주당 지지자들과 비슷하게 ‘모르겠다’는 비중이 27%나 돼 고민되는 사안임을 보여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장차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30%는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100%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이 응답비율은 각각 민주당 92%, 0%, 공화당 27%, 50%, 무당파 55%, 30%였다. 탄소세 도입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는 61%가 ‘필수적’, 28%가 ‘도움이 된다’고 답변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62%가 ‘해롭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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