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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추경 편성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
2019년 추경 편성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4.2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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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규모, 본예산 예상 불용액 본전치기
정부 스스로 근거 창출 못하는 ‘외세’ 의존 추경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4월24일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캡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4월24일 추경예산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미세먼지・안전 2조2천억원, 경기대응 4조5천억원 등 6조7천억원 규모로 2019년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 바라보는 눈길은 긍정에서 부정까지 여러 가지일 것이다. 무관심이나 부정적인 눈길이 긍정보다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주구장창 ‘균형예산’ 타령만 하는 극도의 재정보수주의자가 아닌 이들 중에서도 이런 불편한 마음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간 예산상의 세입을 훨씬 웃도는 초과세수가 되풀이되면서 추경 편성이 연례행사가 돼버린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은 아예 추경 편성을 염두에 두고 본예산을 짜는 행태를 거리끼지 않고 벌인다. 지정된 지 채 1년도 안 돼 고용・산업위기 지역에서 벗어나리라 보고 본예산에 관련 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추경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갈수록 나빠져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를테면 정부의 선심성 ‘꼼수’ 예산이라거나 ‘쌈짓돈’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커진다는 것이다.

행동은 경기대응, 말로는 경기둔화 부정

정부의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도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한 요소다. 2019년 추경예산안은 ‘경기대응'에 4조5천억원을 투입하는 걸로 돼 있다. 경기대응은 영어로 ‘counter-cyclical’로 표현된다. ‘경기순환에 맞선다’는 뜻이다. 경기순환 과정에서 경기 하강이나 둔화가 침체나 불황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와 투자를 자극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행동으로는 경기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말로는 지금까지 경기하강・둔화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충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는 어렵다. 또한 이 문제는 경기하강이 언제 시작됐느냐는 단순한 학술적인(아카데믹) 문제도 아니다. 정부와 시민 사이의 경제정책의 신뢰의 문제다. 지난해 말 ‘반도체 효과’가 꺾이기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보통 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이미 하강이나 둔화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정부만이 수출 호조과 쌓이는 국제수지에 기대어 이를 애써 말로 부정해 왔다. 물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기는 했다. 올해 본예산 규모를 전년 대비 9.7%(41조7천억원)나 늘린 470조5천억원으로 확장시켜 놓은 것이다.

이 확장 예산으로 모자랄 정도로 내・외부 경제환경이 더 악화했다면, 추경 편성의 불가피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예산을 세우면서 이 정도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면 이는 상당한 비판의 여지를 남는다. 불확실성이 매우 큰 시기에 경제전망은 보수적으로 잡는 게 맞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747’ 노선이 상징하는 의지의 과잉은 적절하지 않다. 적어도 그 정도로 이 정부의 경제관료들의 역량이 떨어진다고 믿기도 어렵다. 이에 비춰볼 때 전년 대비 거의 10%나 늘어난 올해 본예산은 상당한 보수적 경제전망이 반영돼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올해 본예산 470조5천억원, 보수적인 경제전망 담겨있다고 봐야

이에 대해 잇따르는 경제지표들로 보면 내・외부 경제환경이 더 악화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이 가능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로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나,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0.1%포인트 끌어내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지표를 해석할 때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첫째,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정부의 재정지출 등을 감안해 전기 대비 1%, 전년 동기 대비 3.1%로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전기 대비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2분기나 3분기 때처럼 0.6% 정도였다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2~0.4%로 추정된다. 둘째, 추경 편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협조 움직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내리자 정부는 추경이 5월 안에 통과돼 집행된다면 0.1%포인트를 상쇄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는 0.1%포인트라는 수치 자체의 정확성보다는 추경 편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정부 안에서의 협조 움직임으로 읽을 수 있다.

이번 추경을 보는 불편함을 키우는 요인은 또 있다. 추경을 정당화시키는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가 정부로부터 튀어나오고 있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번 추경 규모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언론의 물음에 “2016년과 2017년은 추경은 11조원 편성됐지만 국채상환분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5~6조 규모였다. 순수 정책사업으로 구성된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과 지방에 보낸 10조원 이상의 교부금이 합해져 민간 경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 규모가 적지 않다고 옹호하면서 2016, 2017년 추경에는 국채상환분이 포함됐다고 말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2016년, 2017년 보도자료 어디를 봐도 추경에 국채상환분이 포함됐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떤 꼼수를 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추경에 국채상환분이 포함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지난해 5월 편성된 2018년 추경예산 중에서 올해 2월까지 8.6%(3252억원)가 집행되지 않았다. 이 역시 이번 추경을 바라보는 불편을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2018년 본예산 중 쓰지 않고 남은 불용액이 잠정적으로 8조6천억원에 이른다는 사정이 더해지면 심정은 더 착잡해진다. 본예산도 다 쓰지 못하고 추경도 다 집행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다 쓰지도 못하면서 추경만 편성하면 뭐 하냐?’라는 비판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본예산-예상 불용액+추경=본예산’, 추경인가 불용액 상쇄인가?

하지만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하면 2018년 본예산 불용액이 8조6천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번 추경을 ‘쿨’ 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역설을 낳는다. 8조6천억원은 2018년 본예산 428조8천억의 2%다. 2019년 본예산 470조5천억원의 2%는 9조4천억원, 1.5%는 7조1천억원이다. 올해 불용액을 본예산의 1.5%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줄이고, 지난해 편성된 추경예산 불용액 3300억원을 여기서 빼주면 대략 6조7700억원이 나온다. 올해 추경예산 규모 6조7천억원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이유야 무엇이든 이는 올해 본예산이 충실히 집행되면 굳이 추경이 필요 없음을 내비치는 것이다. 올해 본예산 규모 470조5천억원은 내・외부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감안한 보수적인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앞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보다 ‘올해 추경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물음은 약간 서글프기까지 하다. 오히려 이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IMF라는 ‘외세’의 개입이 없었다면 정부 스스로 올해 추경을 편성하기 위한 논리와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데 있다는 점이다. 외세의 개입에 크게 의존할 정도로 정책 공간의 논리가 협소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다.

‘동물국회’로 복귀했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최근 국회 상황을 보면 추경안이 통과될지 안 될지는 불확실하다. 국가부채 규모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하니 추경안은 통과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통과된다고 해도 걱정이다. 6조7천억원 중 도대체 얼마나 쓸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불용액이 클수록 향후 정말로 필요한 진짜 추경 편성이 필요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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