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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디지털 기업’들은 왜 중국에서 줄줄이 실패하나?
서방 ‘디지털 기업’들은 왜 중국에서 줄줄이 실패하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5.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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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진입장벽과 문화시장 특성 속에서 출현한 중국내 강력한 토종 경쟁자
전략적 결정과 인내의 부족, 중국 정부․협력사와 관계 관리 실패 등이 주요 원인

지난 4월18일 아마존은 중국에서 판매 사이트를 오는 7월18일까지만 운영하겠다며 철수를 발표했다. 야후, 구글, 이베이, 우버에 이어 아마존까지 중국 시장에서 손을 들며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아마존의 철수 발표는 사실상 지난 40년간 중국에서 성공한 서방 디지털 기업들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동차, 항공, 가전제품, 커피숍, 패스트푸드 등의 업종에서는 서방 기업들이 성공을 거둬온 것과는 극히 대조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학과 정보학 분야에서 이름이 높은 런던시타대학교 카스경영대학원 정보경영학장인 펑 리가 최근 펴낸 연구보고서 ‘서방 인터넷기업들이 모두 중국에서 실패한 이유’는 이에 대한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준다. 보고서는 5년에 걸쳐 서방 인터넷기업 6곳(야후, 이베이, 구글, 아마존, 그루폰, 유버), 중국 내 경쟁기업 6곳(소후, 타오바오, 바이두, 제디닷컴, 메이투안, 디디추싱)의 고위경영진 40명, 중국 내 정부관료, 교수, 기업인 185명을 인터뷰한 결과가 바탕을 이룬다.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업’은 “시작부터 인터넷과 관련 기술로 가능해진 디지털 서비스(검색엔진, 온라인 콘텐츠 제공, 전자상거래 등)에 초점을 맞춘 기업”으로 정의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가 주요 수입원을 이루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아이비엠, 삽 등과 같은 전통적인 정보기술 기업들은 제외된다.

서방 인터넷기업들이 중국에서 실패한 주요한 이유로는 중국 정부의 검열과 통제, 중국문화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불충한 현지 경영의 자율성 등이 꼽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런 요인들의 설명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유사하게 규제가 심하고 문화가 매우 다른 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서방 인터넷기업들은 성공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인도(94.53%), 브라질(95.07%), 일본(65.43%), 러시아(42.9%)에 이르는 반면, 중국에서는 겨우 1.55%에 그쳤다.

중국 진출한 많은 공을 들인 우버는 중국 최대의 차량호출기업 디디추싱과 경쟁에 부닥쳐 결국 중국에서 철수했다. 사진: 디디추싱 홈페이지
중국 진출한 많은 공을 들인 우버는
중국 최대의 차량호출기업 디디추싱과 경쟁에 부닥쳐
결국 중국에서 철수했다. 사진: 디디추싱 홈페이지

보고서가 지적하는 주요한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략적 결정과 인내의 부족이다. 여기에는 △서투른 중국 정부, 규제기구와의 관계 관리 △중국 시장에 적합하지 않는 글로벌 사업모델의 적용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기술 플랫폼의 적용 △중국내 극도의 경쟁에 대한 대처 실패 △현지 사업파트너들과의 관계 관리 실패 등이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독특한 사업환경에 대한 부적응이다. 매우 공세적이고 확고한 현지 경쟁자들에 대한 대처 실패, 디지털 사업과 다른 업종의 주요한 차이에 대한 과소평가, 사업전략의 효과적인 개발․소통의 실패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 마디로 중국 땅에 발을 딪고 서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디지털 시장은 다른 업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서방 디지털기업들은 흉내낼 수 없는 우위를 단시간에 쌓아올리긴 했지만, 디지털 시장의 낮은 기술장벽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많은 중국 디지털 기업들이 설립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시장은 문화시장의 특성을 지닌다는 점도 덧불인다. 이용자들과 사업환경을 이해하는 데서 중국 토종기업들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의 디지털 시장에서는 ‘올바른 모든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Doing everything right is not enough)고 강조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우버는 중국에서 실패한 다른 서방기업들의 실수를 연구하며 가능한 올바른 모든 행동을 모두 실행에 옮겼다. 현지회사의 높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중국 최대 검색업체인 바이두와 제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쓰고, 특별히 중국을 겨냥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였고, 우버의 최고경영자가 하루 시간의 20% 이상을 사용하며 공을 들였지만 결국 철수했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보고서는 우버가 진짜 강적인 경쟁자를 만났다는 점을 으뜸으로 꼽는다. 막대한 현금흐름을 보유한 채 전적으로 중국 시장에만 전념하는 디디추싱이다. 구글이나 이베이 등의 서방 디지털기업들이 초기 실패를 교훈삼아 중국에 재진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보고서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보고서는 “규모가 커지고 기반이 튼튼해진 중국 디지털 기업들이 인도, 남아시아, 아프리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클라우드 서비스, 모바일 통신, 핀텍 등은 물론 태양광 에너지, 전기차, 초고속열차 등과 같은 비디지털 분야에서도 서방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분석한다. 서방 디지털 기업들의 중국 재진출이 아니라, 중국 디지털 기업들의 국제시장 진출이 낳는 파장이 더 주목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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